내기 골프 수천만 원 잃고 보니 '커피에 마약성 약물'

[KBS 전주] [앵커]

내기 골프로 수천만 원을 딴 사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상대에게 마약성 약물을 탄 커피를 먹여 정신을 몽롱하게 한 뒤 판돈을 올리는 수법이었습니다.

오정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북 익산의 한 골프장.

사람들이 탁자에 모여앉아 커피에 무언가 넣고, 휘젓습니다.

불면증 치료제로 쓰는 마약성 신경안정제인데, '내기 골프'를 하자며 50대 남성을 불러들여 몰래 먹였습니다.

[50대 피해자/음성변조 : "커피 마시고 10분, 20분까지는 기억이 생생하거든요.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도 안 나고, 몸이 휘청거리고..."]

몽롱한 정신에 골프채를 쥔 피해자는 경기 초반부터 내기를 그만하자고 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한 타에 2백만 원까지 올린 판돈에 피해자는 5천5백만 원을 잃었습니다.

경찰에 덜미를 잡힌 사기 일당.

약을 계획보다 많이 타, 일이 꼬였다고 털어놓습니다.

[사기 일당 전화 대화/음성변조 : "(기술자 같으면 이 돈 몇 푼에 사고 나겠냐?) 형님은 기술자지. 내가 기술자가 아니라서 (약물 양을) 조절을 못 해서..."]

범행은 치밀했습니다.

약을 타는 속칭 '약사'와 내기를 꼬드기는 '바람잡이' 등 서로 역할을 나눴고, 불면증을 앓는 것처럼 병원에 다니며 신경안정제를 모았습니다.

[심남진/전북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장 : "처방받은 약을 거의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봤을 때 범행 목적으로 처방받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은 붙잡은 4명 가운데 2명을 구속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큰돈을 걸고 골프를 하면 도박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찰은 경고했습니다.

또 골프를 하다 별 이유 없이 어지럼증을 오래 느끼면 범죄 피해를 의심하라고 조언했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한문현

오정현 기자 (ohhh@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