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또 빅스텝?.. KDI "美와 동조땐 경기둔화 가능성" [이슈 분석]
추경호 "펀더멘탈 견조·안전판 충분"
KDI "韓 독립적 통화정책이 효과적"
■韓도 속도조절 필요할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8일(현지시간) 두번 연속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해 미국 금리가 국내 금리보다 높아지는 한미 금리역전이 현실화됐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 1.50~1.75%에서 연 2.25~2.50%로 오르면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연 2.25%)보다 상단 기준으로 0.25%p 높아졌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2020년 2월 이후 2년6개월 만이다. 연말까지 꾸준히 금리가 오르면서 역전현상이 유지될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국내 경제에 악순환으로 작용한다. 외국인투자자 입장에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한국 주식과 채권 수익률이 떨어지니 이를 운용할 유인이 사라지고, 자금을 대거 빼낼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다시 원·달러 환율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무역수지 악화를 불러오고, 국내 물가상승 압력도 높일 수 있다. 또 통화당국은 고물가 고착화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게 되고, 이는 소비위축으로 작용해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자금유출 등 한국 경제 영향은
정부와 한국은행(한은) 금융투자업계 등은 한목소리로 "자금이 대거 유출될 가능성은 작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 근거는 우선 전례에 있다. 한은에 따르면 과거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1999년 6월∼2001년 3월 △2005년 8월∼2007년 9월 △2018년 3월∼2020년 2월 등 세 차례 이뤄졌다. 첫 번째 역전 당시 최대 금리 차이는 1.50%p, 두 번째와 세 번째는 1.00%p였다. 각각 주가는 35% 하락, 90% 상승, 17% 하락했고 세 차례 모두 외국인 자본유출은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 경제의 견조한 펀더멘털도 이를 버틸 요인이라고 정부는 강조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통해 "견실한 경제성장과 재정건전성을 바탕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며 "충분한 수준의 외환보유액과 다층적 유동성 공급망 체계 등을 통해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판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6월 기준 4383억달러로 세계 9위다.
■"美 따라 금리인상 시 경기둔화 가능성"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릴 경우 한국 경제에 경기둔화가 그대로 파급될 수 있어 인상 폭을 더 낮추는 등 통화정책을 독립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과 한국의 정책대응'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독립적 통화정책을 수행할 경우 일시적 물가상승 외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반대로 지금 상황에 금리를 미국처럼 올리게 되면 한국은 상당한 경기 하방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실장은 "우리 경제 상황을 보면 물가안정 목표를 큰 폭으로 웃도는 높은 물가상승세가 지속돼 물가안정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이 요구된다"면서도 "미국과 한국 간의 물가와 경기상황 차이에 따라 생길 수 있는 기준금리 격차는 용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상승률이 우리보다 훨씬 높고 경기회복세가 더 강한 미국과 유사한 정도의 가파른 금리인상이 우리 경제에 요구되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 실장은 미국과 금리동조화 정책과 한국의 독립적 통화정책으로 나눠 분석했다. 미국 금리인상의 요인을 수요 증가가 동반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기준으로 분류했다. 정 실장은 "미국 수요 증가를 동반하지 않고 금리가 외생적으로 인상되면 미국을 따라 금리를 인상할 경우 우리 경제에 경기둔화가 그대로 파급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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