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김밥 40줄 시켜놓고 '노쇼'.. 무책임한 상습 주문, 대책 있을까?

이어서 ET콕입니다.

서울의 한 김밥집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한 손님이 김밥을 무려 40줄이나 주문하고서는 음식값은 나중에 계산하겠다며 연락처를 남겨둡니다.

[A씨/김밥집 운영/음성변조 : "(주문이) 40개가 들어오니까 너무 반가워서 신나게 했었어요."]

그런데 이후 연락두절!

남기고 간 연락처도 엉뚱한 번호였습니다.

[A 씨/김밥집 운영/음성변조 : "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거죠. 그냥 한참 앉아 있었어요.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니까. 저 많은 걸."]

결국 사장은 그날 만든 김밥 40줄을 모두 폐기해야 했습니다.

이런 일을 당한 건 김밥집 만이 아니었습니다.

인근 중국집과 카페도 같은 사람에게 같은 방식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중국집에선 짜장면 열 그릇, 카페에선 음료 10잔을 넘게 시킨 고객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까페 사장은 "신고를 할까 생각도 해 봤지만, 소액이고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 카페 사장/음성변조 : "신고를 할까 생각도 하긴 했었는데 또 워낙 소액이기도 하고..."]

예약 후 아무런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행위를 흔히 '노쇼(No-show)'라고 합니다.

항공·호텔업계에서 전문 용어로 쓰이던 '노쇼'가 널리 알려진 건 지난 2015년 즈음, 노쇼 고객 때문에 매월 수 천만 원의 손실이 난다는 셰프들의 문제 제기가 있은 후 인식 개선 캠페인이 시작됐습니다.

[백종원/공정위 공익광고 : "예약을 해놓고 안 가는 겁니다. 창피한 거죠. 이게 말이 됩니까?"]

우리 국민에게 '노쇼'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건 축구계의 월드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습니다.

2019년 7월 K리그 올스타의 친선 경기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호날두는 단 1분도 뛰지 않고 벤치만 지켜 나타나기로 해놓고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경기장 노쇼'를 보여줬습니다.

호날두를 보기 위해 비싼 티켓값을 지불했던 6만여 관중은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호날두/축구선수 : "(한국 팬들에게 할 말 없습니까?) 한국 팬들 멋집니다. 멋져요."]

현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5대 서비스 업종에서의 노쇼 비율은 음식점이 20%로 가장 높았고, 병원, 미용실, 고속버스, 소규모 공연장 순이었습니다.

이쯤 되면 '예약'이 존재하는 모든 곳에 '노쇼'가 만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취소 전화 한 통이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울까...

공정거래위원회는 '음식점 노쇼'를 막기 위해 소비자 분쟁 기준에 위약금 규정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손님이 예약 시간을 기준으로 1시간 이내 취소하거나, 취소 연락 없이 노쇼할 경우 위약금을 물어야 합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유명 레스토랑이나 대형 음식점이면 몰라도 규모가 작은 식당은 위약금 얘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약이 손님의 권리라면 예약 취소는 손님의 의무이자 최소한의 예의라는 점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ET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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