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3500명 직접고용 되나..대법, 제철업 '불법파견' 첫 인정

신다은 2022. 7. 2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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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제철업계 불법파견 첫 인정
사내하청 59명 "포스코 노동자다"
현대제철 하청노동자 소송에도 영향
원·하청 업무 유사성·유기성 근거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법원의 포스코 사내하청 불법파견 확정 판결에 환영 입장을 밝힌 뒤 두 손을 번쩍 들며 기뻐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대법원이 28일 제철업계 ‘불법파견’을 처음으로 인정함에 따라, 같은 소송을 진행 중인 포스코와 현대제철 사내하청 노동자 3558명(금속노조 각 지회 추정)의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이흥구 대법관)는 2011년(1차 15명)과 2016년(2차 44명)에 근로자 지위 확인(불법파견) 집단소송을 제기한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59명을 ‘포스코 노동자’로 판단했다. 1차 소송 제기자들은 주로 강판을 크레인으로 운반하는 일을 했고, 2차 소송 제기자들은 강판 시제품을 옮기거나 아연을 기계에 투입하는 등 제철 공정의 ‘틈새’를 메우는 업무를 맡았다.

각자의 업무는 조금씩 달랐지만 대법원은 ‘유기적인 흐름을 가진 포스코의 제철 공정 특성상 포스코가 하청 노동자 업무를 세세하게 통제할 수밖에 없다’는 2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맡은 강판 운반 업무 등이 압연공정에 필수적인 데다, 여러 업무에 걸쳐 포스코 노동자들과 광범위하게 협업했다는 것이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포스코 전산관리시스템(MES)을 통해 그날의 작업 계획과 작업 순서, 작업 수량 등을 세세하게 전달 받아 그대로 업무를 수행했다. 하루 작업의 내용을 전달하는 ‘작업표준서’ 역시 명의는 하청업체 것이었지만 이를 검증한 주체는 포스코였다. 대법원은 이런 정황을 종합해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포스코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판단했다.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법원의 포스코 사내하청 불법파견 확정 판결에 환영 입장을 밝힌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번 판결로, 정년을 맞은 4명을 제외한 55명이 소 제기 11년 만에 포스코 노동자가 된다. 대법원은 이들을 포스코의 지휘·명령을 받은 ‘파견근로자’라고 판단해, ‘2년 넘게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파견법에 따라 포스코의 직고용 노동자임을 확인했다. 다만 2007년 이전 근무한 52명만 ‘2년 초과 시 이미 고용된 것으로 본다’(2006년12월 개정 전 파견법)는 규정에 따라 이미 고용된 것으로 간주된다. 나머지 3명은 ‘파견 허용 업종이 아닌 업무를 했을 경우 고용 의무가 발생한다’(2012년2월 개정 파견법)는 규정에 따라 앞으로 포스코가 이들을 고용해야 한다.

대법원은 정년이 지난 노동자 4명에 대해선 포스코와의 고용관계를 확인하는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근로자 지위 확인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중에는 최초로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했고, 포스코 사내하청지회의 모든 불법파견 소송 실무를 전담한 양동운 전 사내하청지회 지회장도 있다. 정준영 변호사는 “법적으로는 소 각하가 됐지만 2심까지 포스코 노동자임이 인정됐기 때문에 임금청구소송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의 포스코 사내하청 불법파견 확정 판결 뒤 서로 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구자겸 전국금속노동조합 포스코사내하청지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포스코는 지금이라도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협력업체 직원 모두를 직고용해야 하며, 50년간 착취한 노동 보상으로 이제 사내하청을 직고용하고 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회사는 대법원 판결 결과를 존중하며, 신속히 판결문을 검토해 그 취지에 따라 후속조치를 이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749명이 진행 중인 불법파견 소송도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 가운데 3∼4차 소송은 2심에서 모두 승소했고, 5∼7차 소송은 1심 소송이 진행 중이다. 금속노조 법률원은 지난 2월 인원이 모자라 중단했던 8차 집단소송단 추가 모집도 재개할 방침이다.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 655명과 당진공장 2154명이 진행 중인 불법파견 소송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순천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19년 2심에서 이번 판결과 비슷한 근거로 ‘현대제철의 노동자’로 인정받은 바 있다. 이들의 업무 내용이 각기 달랐으나, 당시 2심 재판부는 전산관리시스템에 근거한 현대제철의 지휘·감독과 현대제철 원·하청 노동자의 협업 등을 근거로 현대제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현대제철의 노동자’라고 판단했다. 정준영 금속노조 변호사는 “제철소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업무는 주로 원청 공정에 필수적이거나 주요 공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작업이 단순·반복적이라는 점이 비슷하다”며 “이번 판결이 다른 원고들의 소송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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