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선제타격 시도땐 尹 군대 전멸"..대통령실 "깊은 유감"

尹정부 출범후 첫 對南메시지
"윤석열과 그 군사깡패들 객기"
직함 뗀 실명 거론하며 맹비난
'전멸' '응징' 과격 언사 동원
3축체계 강화·한미훈련 비난
대통령실 "깊은 유감 표명"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직함을 뗀 실명만을 들먹이며 한미동맹과 대북 억지력 강화 방침을 거칠게 비난했다. 한국 새 정부가 출범한 뒤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직접 낸 대남 발언부터 '전멸' '응징' 등 과격한 언사를 동원하며 한반도 정세에도 더욱 긴장이 가중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 위원장 발언에 엄중한 유감을 표시하며 북한에 대화 테이블로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28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날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69주년 기념행사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이자들(윤석열 정부)은 우리 국가의 전쟁 억제력을 무력화시킬 '선제타격'도 불사하겠다고 허세를 부렸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할 핵심 전략으로 추진 중인 '한국형 3축 체계'를 문제 삼은 것이다. 3축 체계는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을 선제타격하는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자신들이 핵무기 보유국임을 언급하며 한국보다 군사적 우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조선은 군사력 열세를 만회하려고 무기 개발과 방위산업 강화 책동에 열을 올리고 미국의 핵전략장비들을 대대적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한미가 논의 중인 미국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확대 등 확장 억지 전략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특히 그는 한국의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을 일축하며 "위험한 (남측) 시도는 즉시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또 "우리는 윤석열이 집권 전과 집권 후 여러 계기들에 내뱉은 망언들과 추태들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직함을 생략하고 실명만으로 윤 대통령을 지칭하며 불쾌감을 터뜨린 것이다. 그는 "윤석열과 그 군사 깡패들이 부리는 추태와 객기를 가만히 앉아서 봐줄 수만은 없다"며 최근 한국군 지휘부의 대북 강경 행보까지 에둘러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에 대해서도 "미국과의 그 어떤 군사적 충돌에도 대처할 철저한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언한다"며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확대 방침을 여러 차례 거론하며 엄중한 대응을 경고했다. 또 "적들의 위험한 군사적 기도들을 더욱 철저히 제압해야 할 우리 혁명의 정세는 우리 군사력의 더 빠른 변화를 필요로 제기한다"며 군사력 강화 의지를 강조했다.

이날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김정은의 위협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문 대변인은 미국의 확장 억지 실행력을 높이고 자체적인 3축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군당국은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 체결 이후 가동을 멈췄던 강원 고성 군사분계선 인근 마차진사격장을 이르면 다음달 재개해 대비태세를 강화할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국가안보실 명의의 입장을 내며 김 위원장 메시지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국가안보실 입장을 전달한 강인선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6·25 정전협정 연설에서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우리 정부에 위협적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정부는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상시대비태세를 구축하고 있으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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