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직고용 판결에..산업계 줄소송 우려

문광민,김형주 2022. 7. 2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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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직원 손 들어준 대법 판결에 대혼란
소송 11년만에 근로자로 인정
협력사 직원수만 1만5000여명
직접 고용땐 인건비 부담 급증
경총 "노동시장 현실 반영 못해
글로벌 경쟁력 발목 잡을 것"
대법원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대법원이 28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근무한 협력업체 직원들이 포스코와 '근로자 파견' 관계에 있다고 최종 판단함에 따라 노동계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이흥구 대법관)는 이날 협력사 직원 총 59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2건에서 정년이 지난 4명의 청구를 각하하고 나머지 직원들의 청구는 인용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과 상고심이 진행되는 도중 정년이 도래한 직원 4명에 대해서는 소송으로 지위가 확인되더라도 이익이 없어 부적합하다는 취지로 각하했다. 앞서 대법원은 해고 무효 확인, 전직 명령 무효 확인 소송에서도 정년이 지났을 경우 "확인 이익이 없다"는 판례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나머지 55명에 대해서는 포스코와 근로자 파견 관계가 성립한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협력사가 해고한 일부 직원들에 대해서도 포스코의 직접고용 의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용사업주에게 직업고용 의무가 발생한 후 사직하거나 해고를 당해도 이런 사정은 원칙적으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직접고용 간주나 직접고용 의무와 관련된 법률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직원들이 오랜 시일이 지나 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도 신의성실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아 권리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포스코 협력사 직원 57명은 포스코에 파견돼 근무한 기간이 2년이 넘었으니 포스코의 근로자로 인정해달라며 2011년과 2016년에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직원 2명은 근로자 파견 대상이 아닌 업무에 투입됐다며 직접고용 의사를 표시하라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옛 파견법에 따르면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해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2년이 만료된 날의 다음 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

한편 이번 판결은 파견근로자와 관련한 경영계 고용 관행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이번 판결은 도급 계약의 성질과 업무 특성, 산업 생태계 변화, 노동시장 현실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며 "유사한 판결이 이어질 경우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물론, 일자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염려했다. 경총은 이어 "도급은 생산 효율화를 위해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보편적 생산 방식"이라며 "특정 제품 자체의 생산을 완성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생산공정 일부도 얼마든지 도급 계약으로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번 판결은 산업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국제기준에 어긋나는 파견 제도에 대해 합리적인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포스코와 하도급 직원들의 관계를 파견법상 '파견 근로'라고 판단하면서 포스코는 승소한 원고들을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가 생겼다. 이미 제기된 여러 건의 소송을 포함해 향후 '줄소송' 가능성도 제기된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내 협력사는 100곳 내외로 협력업체 직원 수만 1만5000여 명에 달한다. 이는 포스코 직영 인력 1만7700여 명과 맞먹는 인원이다.

이날 포스코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판결문을 검토해 그 취지에 따라 후속 조치를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하도급업체 직원 전체를 직고용하라는 취지인지, 특정 범위에 한해 직고용하라는 것인지 판단한 다음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이번 판결에서 쟁점이 된 MES(제조업생산관리시스템)는 포스코를 비롯한 대규모 제조업체에서 품질관리 등에 활용하고 있다. 원도급업체가 구축한 시스템을 통해 제조 전 과정이 관리되기 때문에 협력업체에 대한 작업 지시 또한 이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대법원은 포스코가 도입한 MES를 통해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작업 정보가 전달된 것은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라고 간주했다.

[문광민 기자 /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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