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죽어" 비명에 공매도 칼 뺐지만.."외인 떠난다" 우려 목소리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공매도 엄벌" 요구가 있은 지 하루만에 답안지가 나왔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뿐 아니라 대검찰청까지 총동원됐다.
답안지 제목은 '불법 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안 방안'이다. 제도 개선을 담당하는 금융당국보다 처벌을 맡는 검찰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읽힌다.
발표 시점부터 그렇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오긴 했지만 대책 발표까진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지난 26일까지만 해도 금융위는 자본시장 관련 8대 국정과제를 점검하면서 올해 3분기 중 공매도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언급이 있자마자 일정이 당겨졌다.
수치와 상황을 놓고 봤을때 지금 당장 불법공매도 처벌 강화와 제도 개선 방안이 나올 상황도 아니다. 실제 최근 공매도 거래대금 추이가 많은 편도 아니다. 주가가 더 떨어지는 상황도 아니다.
코스피는 이번주 들어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28일도 코스피는 전거래일대비 0.82% 오른 2435.27에 장을 마감했다.
이번주 코스피 공매도 거래금액(7월25일~27일)은 2000억~3000억원대였다. 27일 코스피 공매도 거래금액은 3884억원으로 총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5.57%였다. 6월 일평균(4758억원)과 비교하면 22.5% 낮은 수준이다. 공매도가 금지된 2020년 3월 16일 직전 1년 일평균 공매도 금액(4671억원)보다도 낮다.
공매도 대기 자금 성격을 지닌 대차거래 잔액도 줄어드는 추세다. 전날 기준 대차잔고는 67조4394억원으로 올해 최대치였던 5월 말 74조 3473억원과 비교해 7조원 가량 줄었다.
불법 공매도 관련 대형 사건이 발생한 것도 아니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은 "무슨 사건이 굉장히 실제적으로 많이 발생했다기보다 시장의 의혹이나 의구심이 많다. 당국이나 수사기관에서 제대로 이걸 조사하고 처벌하느냐에 대한 의문도 있어 이런 부분에 대해 더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이 최근 금융위로부터 공매도 규정 위반 등으로 과태료를 받은 사안이 도화선이 됐다고 분석하지만 정부가 강조한 불법 공매도나 무차입 공매도와 관련된 사건도 아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이나 업계 안팎에선 시장 논리보다 정무적 이유에 초점을 맞춘다.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었던 공매도를 콕 집어 언급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금융당국보다 대검찰청이 전면에 나선 것을 두고 말이 많다. 이날 공매도 대책에서 불법공매도 사건에 대한 패스트트랙 적극 활용 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검찰의 영향력이 한층 더 강화됐단 비판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검이 회의에 참석하고 유독 불법공매도에 대한 엄벌, 범죄수익 박탈을 강조한건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검찰의 권력이 더 막강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오히려 검찰의 등장이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존재한다.
한편에선 이번 대책이 개인투자자와 시장 관계자 모두를 만족시키기 힘들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원했던 대책은 한시적 공매도 금지다. 이에 대해선 이날 오전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 정책관은 "공매도가 현재 지금 부분 재개돼 있는데 (한시적 공매도 전체 금지조치에 대해선)오늘 아침에 논의된 바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90일 장기 대차·공매도 투자자에 대한 상세 대차정보 보고의무가 부과되는 내용 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허들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공매도 관련 규제는 지금 그 어느 나라보다 강하다. 그런데 더 강화하겠다고 하니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를 떠날 요인을 키워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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