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매도 대책', 불법 적발·처벌에 방점.."사후약방문 격" 비판도
불공정거래 기획조사 강화..범죄수익 박탈 추진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확대..개인 담보비율 인하
개미들 사이에선 "불법 예방·투자자 보호책 부족"
정부가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점검‧제재를 강화하고, 적발 시 범죄수익과 은닉 재산을 박탈하는 등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를 확대하는 한편,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담보비율을 인하하는 등 제도 보완도 추진하기로 했다.
공매도를 둘러싼 '개미'들의 불신‧불만이 끊이지 않자 대책을 내놓은 것이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선 개미 보호와 불법 예방보다 사후 제재‧처벌에 방점이 찍혔다며 "사후약방문 격 대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 신봉수 대검 반부패 강력부장, 김근익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은 28일 오전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열어 '불법 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 방안'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매도를 둘러싼 불법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금융 당국은 검찰 등과 관련 대책을 수립해 추진해 달라"고 지시한 지 하루 만이다.
공매도란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기법이다. 주가가 떨어져야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기법으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외국인과 기관의 대량 공매도가 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정부는 우선 공매도를 악용한 주가조작 등 불공정 거래 혐의가 발견되면 즉시 기획조사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이다. 그 자체가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처벌하기 위한 점검 체계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불법 공매도 행위를 감시하는 전담조직을 한국거래소 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에도 올해 중에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존에는 당국 조사에서 검찰 수사로 이어지는 과정이 복잡‧다단했는데, 앞으로는 서울남부지검 합동수사단을 중심으로 신속하게 수사로 전환하는 '패스트 트랙' 절차를 적극 활용해 적시에 강제수사 등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방안도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 정부는 "불법 공매도로 취득한 범죄수익과 은닉재산은 박탈하겠다"고 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주식을 빌린 뒤 장기간 유지할 경우엔 공매도 외 시세 조종 등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뒤따를 수 있는 만큼 당국의 모니터링도 강화된다. 90일 이상 주식을 장기간 빌린 외국인과 기관에 대해선 금융당국에 관련 보고 의무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은 이와 관련 "외국인이 주식을 대차할 땐 기간 제한이 없는 반면, 개인은 만기가 90일이라 외국인도 비슷하게 제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그러나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 규제를 만들기는 어렵고,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공매도 부작용 우려를 덜기 위한 차원의 제도 개선책으론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요건을 현행보다 완화해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를 올해 3분기까지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과열종목 지정제도란 주가하락과 공매도 거래 급증 등 요건이 충족되면 다음날 공매도를 제한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공매도 거래비중이 아무리 높더라도, 주가하락률이 5% 미만이거나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율이 6배 미만이면 이 제도가 발동되지 않았는데, 앞으론 공매도 비중이 30% 이상이면 주가하락률과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율이 다소 낮더라도 과열종목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과열종목으로 지정돼 공매도가 금지된 날에 주가 하락률이 5% 이상이면 공매도 금지기간을 다음날까지 자동 연장하겠다는 방침이다.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담보비율을 올해 4분기까지 현행 140%에서 120%로 인하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담보비율이란 부채액을 주식 평가액으로 나눈 값이다. 기관‧외국인(105~120%)에 비해 개인투자자에게는 높은 담보비율이 적용된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이를 개선해 공정한 공매도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불법 공매도 적발과 처벌이 미온적이고 개인 투자자가 외국인‧기관에 비해 불리하다는 인식을 반영한 대책이란 설명이지만, 앞서 '공매도 금지'를 요구했던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의 정의정 대표는 "한마디로 낙제점 정책"이라고 혹평했다. 정 대표는 "정책은 불법 예방이 우선돼야 하는데, 적발과 처벌에 방점이 찍혀져 있으면 사후약방문에 그친다"며 "기관과 외국인에 대한 공매도 규제를 강화해야 국민 재산이 공매도 세력에 이전되는 걸 막을 수 있다. 그런데 반대로 개인 담보비율을 낮추는 식으로 정책을 가져가면 오히려 빚내서 투자하는 이들이 늘어날 수 있어 위험하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은 대책 브리핑에서 공매도가 주가 하락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자본시장 쪽 연구‧학계의 판단"이라며 "글로벌 스탠더드도 있기 때문에 (공매도) 제도 자체의 존폐를 얘기할 시점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뒤늦게 드러난 한국투자증권의 공매도 규정 위반 거래 내용에 대해선 "공매도로 표기를 해서 주문을 해야 하는데 (실)매도로 주문을 한 것으로, 표기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2월부터 3년 3개월 동안 938개사의 주식 1억 4089만주를 공매도하면서 한국거래소에 공매도임을 알려야 하는 표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가 아니라 일반 매도인 것처럼 거래된 셈이다. 이렇게 거래된 삼성전자 주식만 2552만 1886주에 달한다. 이런 규정 위반 거래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월 금융당국으로부터 과태료 10억 원을 부과 받았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전산 상에서 당연히 공매도로 표기가 될 것으로 담당 직원이 착각해 주문을 냈던 것"이라며 "(시장거래가격 밑으로 공매도 호가를 낼 수 없도록 하는) 업틱룰 위반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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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성완 기자 pswwa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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