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예의주시"..14년만의 긴축, '역대급 실적' 삼성도 투자 고민
삼성전자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공급망 이슈 등 국내외 겹 악재를 뚫고 2분기 역대급 실적을 거뒀지만 하반기 이후 전망을 두고 만만치 않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향후 투자를 두고 고민이 깊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주력사업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그만큼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이 77조2036억원, 영업이익은 14조9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1.2%, 12.2% 늘었다고 28일 공시했다.
매출은 지난해 3분기부터 이어졌던 신기록 행진(73조9800억원→76조5700억원→77조7800억원)을 멈췄지만 2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역대 2분기 실적 가운데 2018년 2분기(14조8690억원)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갖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수익성이 뒷심을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선제적인 시장 예측을 통해 견조한 서버용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수익성 중심의 판매 전략으로 판매가격을 유지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D램 고정거래가격(PC용 DDR4 8Gb 범용제품 기준)이 9.7% 하락하는 등 가격 하락세에 속도가 붙은 와중에도 삼성전자는 수율 개선을 통한 특유의 원가절감과 부가가치가 높은 서버용 제품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지킨 것으로 전해진다.
시스템반도체 부문의 성과도 눈에 띈다. 대량판매 SoC(시스템온칩)와 DDI(디스플레이 구동칩) 판매 확대, 글로벌 고객사 공급 확대를 통한 파운드리(위탁생산) 첨단공정 수율 정상궤도 진입 등으로 올 1분기보다 영업이익이 61% 늘면서 역대 최고 분기 이익을 기록했다.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실적발표 이후 콘퍼런스콜(실적설명회)에서 "파운드리 3나노 GAA(게이트올어라운드) 2세대 공정과 관련해 모바일 응용처에서 이미 복수의 대형 고객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25일 세계 최초의 3나노 GAA 공정 1세대 제품을 출하한 데 이어 2024년 2세대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모바일 경험(MX) 부문도 원가 상승과 부정적인 환영향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사업부의 안정적인 수주로 매출이 29조34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2조6700억원)보다 증가세를 보였다. 영상디스플레이와 생활가전 부문은 글로벌 TV 수요 둔화에 따른 매출 감소와 판매 비용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이 3600억원에 그쳤다.
실적 발표 뒤 콘퍼런스콜에서는 하반기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실적 전망과 투자 계획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 무엇보다 지난해까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증했던 반도체 시장 수요가 올 들어 둔화 조짐을 보이는 데다 전 세계적인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악재가 겹치는 상황과 맞물려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서버 수요는 지속되더라도 모바일과 PC 수요 둔화에 따른 실적 타격이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도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올 하반기 글로벌 반도체 시장 매출 전망을 6392억1800만달러(약 831조원)로 지난 5월 내놨던 예상치(6759억달러)보다 367억달러 낮췄다. 가트너는 내년 반도체시장 매출은 6230억8700만달러(약 810조원)로 올해보다 2.5%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고민은 상반기 투자 현황에서도 엿보인다. 올 상반기 시설투자가 20조3000억원(반도체 17조6000억원, 디스플레이 1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3조3000억원)보다 3조원(12.9%) 줄었다. 상반기 기준 시설투자 규모가 줄어든 것은 2017~2018년 반도체 슈퍼호황 직후였던 2019년 이후 3년만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만에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가 긴축에 나서는 것과 동시에 가파른 인플레이션 상황을 맞아 최근엔 글로벌 유수 기업들도 최근 줄줄이 투자전략 재검토에 착수하는 분위기다.
업계 한 인사는 "삼성이 지난 5월 향후 45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중장기 계획과 별도로 연간 단위의 투자전략에서는 시장 상황과 맞춰 호흡 조절을 할 수밖에 없다"며 "업종을 가리지 않고 글로벌 경기 자체가 심상치 않은 데다 반도체 시장도 둔화 전망이 터져나오는 만큼 내부적으로 투자 시기와 규모를 두고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 "투자원칙은 변함없이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적정 수준의 인프라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라며 "거시경제 불확실성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라 단기 투자 차원에서는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지켜보면서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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