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사고로 일가족 3명 숨졌는데..관할 다툼하는 지자체들

하천에서 물놀이하다 사고 발생, 무주·진안군 "우리 지역 아냐"

일가족 3명 물놀이 추정 사고 [전북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전북 무주군과 진안군이 일가족 3명이 숨진 익수사고와 관련해 때아닌 관할 다툼을 하고 있다.

두 지자체 경계와 맞닿은 하천에서 발생한 사고를 두고 서로 "우리 지역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라고 팽팽한 기 싸움을 하는 것이다.

안타까운 사연의 인명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지역 이미지만 챙기는 행태를 바라보는 도민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아 보인다.

28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28분께 하천에서 물놀이하던 아버지와 형, 동생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먼저 웅덩이에 빠진 막내를 구하려던 형과 아버지가 물살에 떠내려가 모두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가 난 지점은 무주군과 진안군의 경계에 위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북도는 상황 보고에 사고 발생 지역을 '무주군'이라고 적었고, 전북경찰청 또한 이번 사고조사를 무주경찰서에 맡겼다.

소방당국은 처음에는 진안군 용담면에서 사고가 났다고 했으나 이후 보고서에는 무주군 부남면으로 발생지를 정정했다.

무주군은 발끈했다.

애초 익수사고는 진안군 관할 하천에서 발생했는데 시신만 무주군에서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무주군 관계자는 "우리 관할 하천은 수심이 4∼5ｍ로 깊기 때문에 물에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진안군 관할 하천에서 먼저 사고가 발생했고 이들이 나중에 발견된 곳이 무주군"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진안군은 소방당국의 발표가 옳다며 사고 발생 지역은 무주군이라고 했다.

진안군 관계자는 "목격자들에게 들어보니 피해자들이 돗자리를 펼친 장소도 무주군이고, 사고가 발생한 곳도 무주군이 맞다"며 "소방에서도 보고서를 정정했는데 무주군이 왜 관할이 아니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맞받았다.

두 지자체가 사고 지점에 대한 관할 다툼을 하는 이유는 하천 관리 책임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추후 경찰 조사 등에서 사고 예방을 위한 충분한 조처를 지자체가 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떠맡지 않기 위한 의도로도 읽힌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구체적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막내아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먼저 물에 빠졌고, 형과 아버지가 이를 구하려다가 함께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최대한 신속하게 사고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전했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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