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내부총질' 문자로 전면전 치닫는 '이준석 vs 윤핵관'
李 대표 징계 이후 잠잠하던 양측 신경전 재개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총질' 문자 메시지로 이준석 대표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간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니?"라고 반문하며 "지구를 떠나겠다는 사람이 아직도 혹세무민(惑世誣民) 하면서 세상을 어지럽히니 앙천대소(仰天大笑)할 일"이라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직격했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 대리인으로 대선후보 등록을 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윤석열 당선인의 총괄보좌역을 맡는 등 장제원·권성동 의원과 함께 대표적 윤핵관으로 꼽힌다.
윤핵관이 나서 전날(27일) 자신을 "내부총질 하던 당 대표"라고 표현한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메시지에 대해 '양두구육'이라는 표현으로 불쾌감을 드러낸 이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양두육구는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간접적으로 윤 대통령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의원은 '혹세무민'과 '앙천대소'란 표현으로 최근 전국을 유랑하며 당원들과 소통을 늘리고 있는 이 대표의 행보도 평가절하 했다.
혹세무민은 '세상을 미혹하게 하고 백성을 거짓으로 속인다는 뜻으로 잘못된 이론이나 언설로 남을 꾀어 이익을 취하는 것'을 말한다. 앙천대소는 '하늘을 쳐다보고 크게 웃는다'는 뜻이다.
‘지구를 떠나겠다는 사람'이라는 표현은 이 대표의 과거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인 지난해 3월 한 언론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지구를 떠나겠다"고 했었다.
이 의원의 공격에 이 대표도 바로 반격했다. 이 대표는 "오늘 국민들이 이지경이 될 때까지 대통령을 잘못 보좌해온 사람 하나를 더 알게 될 것 같다"며 "그간 고생하셨는데 덜 유명해서 조급하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상대하지 않고 당원들을 만나러 또 출발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이 대표의 이런 반응에 다시 한번 날선 비판으로 응수했다.
이 의원은 이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를 마친 후 한 언론과 만나 이 대표를 '어떤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어떤 사람이 우리를 싸잡아 개로 비유했다"며 "망말"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이 대표가) 11년, 12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보여준 모습이 바로 '양두구육'"이라며 "남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잘못을 뒤집어씌우려고 한다. 당 대표직에 있으면서 당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이 있는가"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 의원의 추가적인 메시지에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이날 대법원이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무효소송을 기각한 것을 환영하며 "우물 안 작은 세계 속에서 국가 대소사를 논했으니 연전연패했던 것이다. 연전연패의 과거로 되돌아가지 말자"며 애둘려 윤핵관을 겨냥했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그 섬에서는 카메라가 사라지면 눈 동그랗게 뜨고 윽박지르고, 카메라가 들어오면 반달 눈웃음으로 악수하러 온다"며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를 받아와서 판다"고 적었다.
정상배(政商輩)는 정치가와 결탁하거나 정권(政權)을 이용해 사사로운 이익을 꾀하는 무리라는 뜻으로 본인과 오랜 기간 갈등을 겪어온 윤핵관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측은 이 대표 징계 이후 당 혼란 수습을 위해 서로를 향한 비판은 자제했지만, 윤 대통령 문제를 계기로 서로를 직접 거론하며 신경전을 예고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당원권 정지 6개월'을 앞두고 징계 배후로 윤핵관을 지목했다. 이 의원은 "스스로 파멸의 길로 들어서며 남 탓을 해대는 사람을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자라고 한다"며 이 대표를 저격했다.
지난 26일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보낸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문자 메시지가 언론에 노출돼 논란이 됐다.
윤 대통령은 그동은 윤핵관과 이 대표 간 갈등을 '당무'라는 이유로 거리두기를 했지만, 문자가 공개되면서 이 대표 징계에 윤 대통령의 의중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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