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역전에도 환율 1300원 붕괴.."韓 추가 빅스텝 없을 것"

(종합)

미국이 두달 연속 자이언트스텝(한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하며 한미 기준금리가 2년5개월 만에 역전됐다. 이에 한국은행도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2.75~3% 수준으로 올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금리인상)이 단행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이언트스텝 단행에도 1% 넘게 내리며 15거래일 만에 1300원 아래로 떨어졌다.

미 연준은 27일(현지시간)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른 미 정책금리는 2.25~2.5%로 상단 기준으로 한국은행 기준금리(2.25%)보다 25bp(1bp=0.01%포인트) 높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된 것은 2020년2월 이후 약 2년5개월 만이다.

미국이 예상대로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행보도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올해 남은 3차례의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씩 2~3번 올릴 것이라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올해 말 한은 기준금리는 2.75~3%로 전망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8월과 10월 금통위에서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고 연말에는 수출경기 둔화 우려로 물가보다는 경기에 통화정책 무게를 두면서 동결할 것으로 본다"며 "연말 기준금리는 2.75%로 예상한다"고 했다.

또 한은이 빅스텝을 추가로 단행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더라도 급격한 외국인 자본 유출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한미 정책금리 역전으로 일각에서 외국인 자금유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나 과거 세차례 역전현상 때 국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오히려 순유입을 유지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한은도 이날 '금융·경제 이슈분석' 보고서를 발표하고 "내외금리차만을 고려한 실증분석 결과 올해 하반기중 한·미간 정책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유출 규모는 소폭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직전 한미 금리 역전기였던 2018년3월~2020년2월 외국인 증권(채권+주식) 자금은 507억8000만달러(약 66조원) 순유입됐다.

실제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말 기준금리가 2.75~3.0%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은 합리적"이라며 올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0.5∼0.75%포인트 인상할 뜻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한 만큼 국내 물가 흐름이 예상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25bp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물가 정점기로는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를 예상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보다 높은 금리 수준이 편하긴 하지만, 금리 역전은 한은에서도 이미 예상한 상황이고 금리가 역전된다고 당장 자금 유출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당초 밝힌것 처럼 0.25%포인트씩 점진적인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원/달러 환율은 하락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7.2원(1.31%) 내린 1296.1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7일(1299.8원) 이후 15거래일 만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인상 속도조절을 시사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FOMC 종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정책 조정이 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누적 영향을 평가하는 동안 금리인상의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320~1330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남아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1200원대 후반으로 안정될 것이라 내다봤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금리역전이 된다고 해서 돈이 빠져나간다고 볼 수는 없다"며 "단기적으로는 1320~1330원 수준으로 오버슈팅 가능성이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1270~1280원 정도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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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기자 naro@mt.co.kr,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