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내부 총질' 노출한 권성동의 헛발질 일파만파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불시에 공개된 69글자, 단 네 문장이 연일 정치권을 흔들며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7월26일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의 텔레그램 메시지가 언론에 포착되면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즉각 사태의 발단인 권 대행은 자신의 불찰이라며 사과를 표했고, 대통령실도 확대 해석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낱낱이 드러나 버린 대통령과 집권여당 수장 간의 대화는 이미 한 자 한 자 분해되어 갖가지 해석들을 양산하고 있다. 주고받은 네 문장 속에 대통령의 본심과 정부여당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공개된 대화는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로 시작한다. 여당의 최근 행보에 대해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무엇을' 잘했으며 계속 '어떻게' 해야 한다고 말한 걸까.
문자를 주고받은 무렵 가장 큰 이슈는 단연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논란이었다. 특히 윤 대통령이 해당 메시지를 보낸 26일 오전 11시19분은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이다. 이날 회의에서 당 지도부는 일제히 경찰국 신설에 반발한 경찰들의 집단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권 대행은 "경찰은 총을 쥐고 있는 공권력으로 어떤 항명과 집단행동도 절대 용납 받을 수 없다"며 강경 대응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일각에선 경찰국 논란이 커지면서 앞서 파장을 일으켰던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을 어느 정도 덮었다는 점에서 정부여당으로선 나쁘지 않게 받아들여졌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윤 대통령의 인식이 국민 여론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 말대로 당이 정말 '잘 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정당 지지도를 살펴보면, 정부여당으로서 결코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문자를 주고받은 26일 직전, 뉴스핌 의뢰로 알앤써치가 조사한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은 33.4%, 민주당은 38.9%을 기록했다. 해당 기관 조사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7월23~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8명 대상,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 때문에 야권을 비롯해 일부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선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이 여론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공개된 대화 내용 중 '우리 당 잘하고 있다'는 내용이 가장 충격적"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공개된 대화에서 가장 단적으로 문제가 된 단어는 바로 윤 대통령이 언급한 '내부 총질'이었다. 당장 이준석 대표에 대한 대통령의 본심이 고스란히 드러난 표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권 대행은 고생하는 자신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사용한 표현이라고 수습했고,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도 "(대통령이) 이 대표에 대해 부정적인 뜻으로 언급하는 바를 한 번도 들은 적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친(親)이준석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쓴 소리를 '내부총질'로 규정해버리는 대통령의 태도가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문자 공개로 지난 대선 때부터 삐걱거렸던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보는 시각 또한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이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결정에 윤 대통령의 의중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줬다는 의구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전국을 돌며 장외 정치를 펼치고 있는 이 대표도 SNS를 통해 여의도 정치권과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의 '양두구육(羊頭狗肉)'에 빗대며 윤 대통령 메시지에 대한 심경을 드러냈다. 여기에 친윤으로 분류되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앙천대소(仰天大笑·하늘을 보며 크게 웃음)할 일'라고 맞불을 놓으며 이 대표와 친윤계 사이 갈등은 다시 격화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에 부정적이었던 당내 인사들조차 이번 사태를 지렛대로 삼아 '조기 전당대회' 필요성을 재점화 시키는 모습이다. 연이어 헛발질을 하는 권성동 대행 체제를 지속해선 안 된다는 이유인데 6개월 후 이 대표의 복귀를 차단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님의 뜻을 받들어 당정 하나 되겠다"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는 권 대행의 메시지와 윤 대통령의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이모티콘 화답도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수평적이고 때로 독립적이어야 할 당정 관계가 과거로 퇴행하는 듯한 대화라는 지적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준석 대표에 대한 징계 논란이 불거진 지난 6월 이후 여러 차례 당과 거리를 두는 입장을 내왔다. 이 대표의 징계 결정이 있기 전 출근길에서 "대통령은 당의 수장이 아니다. 당 문제는 지켜보는 게 맞다"고 말했고, 징계 결정 직후에도 "당무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질문을 차단했다. 권 대행 역시 지난 4월 원내대표로 선출됐을 당시 문재인 정부 당청 관계가 수직적이었다고 지적하며 자신은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와 직언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대화로 당정일체 기조가 비단 정책의 영역에서만이 아닌 당무의 영역으로까지 번져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강기훈과 함께…"
사진이 찍히던 순간 권 대행은 '강기훈과 함께'라는 내용을 적고 있었다. 메시지가 공개되자마자 '강기훈'이 누구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렸고, 이내 그가 과거 '자유의새벽당'이라는 정당을 창당해 활동한 극우 성향 인사라는 점이 확인됐다. 여기에 현재 대통령실에서 기획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지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강씨의 대통령실 근무 여부에 대해 당초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던 대통령실은 이내 그의 근무 사실을 인정하며 "한 사람을 극우, 극좌로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두둔했다. 그러나 강씨의 과거 행적을 살펴보면 지난 4·15 총선과 관련해 부정선거 주장이 담긴 왜곡된 영상을 올리는 등 온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극우 성향 인사들과 궤를 같이해 온 정황이 확인된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 시위를 주도한 극우 유튜버 친누나의 대통령실 근무 논란에 이어 이번 강씨의 근무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극우 유튜버들의 일자리 요람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1980년생인 강씨가 지난 대선 때부터 윤 대통령 측에 청년 정책을 조언해왔다는 점을 들어, 대통령과 측근들이 그를 '이준석 대안카드'로 내세우려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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