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별채 압류는 정당" 판결에도..전두환 사후여서 '추징 불가'[판결돋보기]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미납추징금을 환수하기 위해 검찰이 전씨의 차남과 셋째 며느리가 가지고 있던 부동산을 압류한 처분은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제3자도 불법적으로 형성된 재산임을 알고 피고인으로부터 재산을 넘겨받았다면 추징을 위한 재산 압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교보자산신탁이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낸 압류처분 무효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 판결한 원심을 28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전씨의 셋째 며느리 이모씨가 낸 압류처분 무효확인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도 확정했다.
1997년 내란, 뇌물수수 등 혐의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이 확정된 전씨는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환수에 나섰고, 전씨 일가의 부동산 등에 압류 처분을 했다. 이 부동산들 중에는 전씨의 차남과 처남이 신탁회사(교보자산신탁)에 맡긴 서울 이태원동 빌라와 경기 오산시 토지, 전씨의 셋째 며느리가 소유한 서울 연희동 자택의 별채도 포함됐다.
이에 전씨 차남 등의 부동산을 맡은 신탁회사와 전씨의 셋째 며느리는 검찰의 압류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 소송을 냈다. 범죄 수익을 회수하는 몰수나 추징은 형사처벌로, 피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원칙인데 검찰이 처벌 대상이 제3자에 대해 추징을 전제로 재산을 압류했다는 것이다.
원심은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을 근거로 이들에 대한 압류 처분 일부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산이 불법적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고 넘겨받았을 경우 그 재산에 대해서도 추징과 몰수 처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씨의 차남과 처남이 소유한 이태원동 빌라와 오산시 땅의 경우 전씨로부터 증여받거나 명의신탁을 받은 것이고, 전씨는 애초 이 재산을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형성했으니 ‘불법 재산’에 해당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그리고 이 재산을 넘겨받은 신탁회사 역시 이런 사실을 알고 받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추징과 몰수 등 재산형 형사처벌은 피고인 본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수탁자(재산을 맡아주는 자)가 불법재산임을 알았을 경우까지 법으로 보호하게 되면 ‘꼼수 신탁’을 통한 재산 은닉과 조세 회피가 만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오산시 토지에 대한 압류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태원동 빌라의 경우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이 개정되기 전 압류조치가 이뤄져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셋째 며느리가 소유한 연희동 자택 별채에 대한 압류조치 역시 적법하다고 했다. 당초 전씨 소유였던 별채는 추징을 위한 강제경매에 부쳐졌는데, 낙찰받은 이는 전씨의 처남이었다. 셋째 며느리는 전씨 처남에게서 별채를 다시 넘겨받았다. 원심은 전씨의 처남이 전씨의 불법행위로 만들어진 자금으로 경매에 응찰했다고 판단해 ‘불법행위에서 유래된 재산’이라고 판단했고, 셋째 며느리 역시 이를 알고 별채를 넘겨받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두 원심 판단 모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봤다.
다만 압류조치가 유효하다고 해도 압류된 재산을 몰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추징은 재산형 형사처벌이고, 형사처벌은 피고인이 사망했을 경우 그 집행이 정지돼야 하는 게 원칙이라는 판단도 내놨기 때문이다. 즉 전씨가 사망한 이상 형사처벌인 추징의 집행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압류처분 자체도 향후 해제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청법 집행사무규칙은 ‘재산형 집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검사는 직권으로 집행 불능 결정을 하고, 집행 처분을 해제한다’고 돼 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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