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처럼 짖어라" 해병대 후임 기절할 때까지 폭행..2차 가해도

군인권센터 "또 가혹행위, 부대 대처 안이"
해병대 "즉시 가해자·피해자 분리 조치"

게티이미지뱅크

해병대의 한 부대에서 한 병사가 선임으로부터 장시간 구타와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주장이 나와 군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군인권센터는 28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해병대 2사단 예하 대대에서 선임병에게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한 후임병이 기절해 병원에 이송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제보 내용을 공개했다.

군인권센터 설명을 들어보면, 지난달 22일 ㄱ상병은 자신이 낸 문제를 맞히지 못했다는 이유로 ㄴ일병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1000번을 복창하게 하고, “넌 사람이 아니고 짐승”이라며 개처럼 짖으라고 시켰다. 이어 ㄴ일병에게 1시간30분 동안 차려자세를 시킨 뒤 몸을 움직였다는 이유로 30∼40분가량 명치 등을 폭행했다. 결국 ㄴ일병은 교대를 앞두고 숨이 막혀 갑자기 기절했다. 이를 발견한 중대장이 응급조치했고 민간병원으로 이송돼 새벽이 되어서야 의식을 되찾았다. ㄴ일병은 ㄱ상병이 다른 일병에게도 △완전무장 상태로 간이용 변기를 매고 2시간 30분 차려자세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사각지대서 명치 폭행 △자신이 먼저 옷을 갈아입었다는 이유로 욕설 등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부대 간부가 ㄴ일병에게 2차 가해도 했다고 한다. ㄴ일병이 퇴원해 부대로 복귀하자 “일병 땐 누구나 다 힘들다. 너 정신력 문제다”, “다른 동기들도 구타 맞았는데 왜 너만 그러냐”는 등 피해자 탓을 하거나 가혹 행위를 견뎌야 하는 것쯤으로 치부하는 발언을 간부들로부터 들었다는 것이다.

이후 ㄴ일병은 지난 13일 청원휴가를 나왔으며 현재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우울감 등의 이유로 민간병원 정신과에 입원한 상태다. ㄱ상병은 사건 발생 다음 날 다른 부대로 전출됐다. 군인권센터는 “ㄴ일병은 자칫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심한 트라우마와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다”며 “해병대 측이 가해자를 구속 수사하지 않은 점, 부대 간부들이 보인 반응 등을 종합하면 해병대가 사건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해병대사령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해당 부대는 사고 발생 즉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 조치했다”며 “군사경찰에서 관련 사건을 조사 중이며,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