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 효과 무색..의료AI 섣불렀나, 줄줄이 울상
부푼 희망을 안고 증시에 입성한 국내 주요 의료 AI(인공지능) 기업들이 줄줄이 울상이다. 지속된 주가 하락으로 기업가치가 나란히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국내 대표 의료 AI 기업이라 할 수 있는 루닛이 IPO(기업공개)에 성공한 데 이어 상장 뒤 주가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도 수혜를 입지 못하고 있다. 동종업계 스타 기업의 IPO는 같은 업종에 속한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호재 성격을 띠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국내 주요 의료 AI 기업의 동반 부진은 지속된 영업 적자와 예상보다 더딘 성장,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 바이오 저평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단 분석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한 주요 의료 AI 기업인 뷰노와 딥노이드, 제이엘케이의 현재 시가총액은 모두 1000억원을 밑돈다. 모두 상장 당시 밸류에이션이 1000억원을 훌쩍 넘었다. 세 기업 모두 올해 들어 주가가 지속 하락하며 역대 최저가 수준까지 떨어졌다. 특히 뷰노의 경우 상장 당시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2000억원 이상으로 현재 가치는 3분의 1 수준이다.
의료 AI는 대표적인 미래 성장 산업으로 꼽힌다. AI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미래가 확실한 분야다. 의료 역시 전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와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 등으로 꾸준히 성장하는 영역이다. AI와 의료의 융합은 미래와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확실한 카드로 여겨졌다. 적자 의료 AI 기업이 줄줄이 1000억~2000억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예상보다 시장이 느리게 진화하고 있는데다 글로벌 경쟁도 치열하다. 국내 의료 AI 기업이 IPO 당시 내놓은 청사진도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국내 1호 의료 AI 상장 기업인 제이엘케이가 대표적인 예다. 제이엘케이는 2019년 IPO 과정에서 AI 의료진단 플랫폼을 앞세워 2021년 흑자전환하겠단 목표를 제시했다. 2021년 추정 실적으로 매출액 261억원, 영업이익 31억원을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제이엘케이의 2021년 실적은 매출액 38억원, 영업손실 74억원이다. 흑자전환은커녕 매출 성장은 지지부진하고 대규모 손실을 지속했다. 올해 1분기 역시 매출액은 1억원에 미치지 못했고 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뷰노와 딥노이드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뷰노는 IPO 과정에서 2021년 추정 실적으로 매출액 76억원, 영업손실 54억원을 제시했지만 실제 성적은 매출액 22억원, 영업손실 178억원에 그쳤다. 추정 실적보다 매출액은 한참 모자르고 손실은 3배 이상 크다. 그나마 세 회사 중 가장 최근에 상장한 딥노이드도 2021년 추정 실적보다 실제 매출 규모는 작고 손실은 더 크다.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의료 AI는 의료기기나 건강기능식품(건기식)과 달리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이다. 대표적인 성장 산업인데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이 큰 시장 환경을 감안하면 안전성이 높다 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신약 개발처럼 임상 연구가 진척되거나 좋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등 이벤트도 자주 나오지 않는다.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부진한 주가 흐름이 지속될 경우 재무건전성 악화 등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의료 AI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고 대규모 공급 계약이나 미국 등 선진 시장 진출 같은 확실한 성과를 내야 한다.
지난 21일 상장한 루닛이 최근 비교적 견조한 주가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날 종가는 3만9950원으로 공모가(3만원)보다 33.2% 상승했다. 현재가 기준 시가총액은 4203억원이다. 국내 의료 AI 맏형격인 루닛이 눈에 띄는 사업 성과를 보여주며 순항할 경우 관련 기업에 대한 시장 평가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에 대한 시장 저평가 기조가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의료 AI 역시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개별 기업의 확실한 사업 성과 확보 등 호재가 없는 한 바이오 업종에 대한 전반적인 시장 평가와 흐름을 같이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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