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플레이션 시대, 그래도 면치기는 못 참지![편식쟁이 주바리의 내돈내먹 찐리뷰]

주현수 기자 2022. 7. 2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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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각도 평양냉면



요즘 무섭게 오른 식당 물가에 점심 먹으러 가기도 겁나시죠?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인데, 평소 가던 식당 메뉴판에 붙은 가격이 500~1000원 정도 올랐다면 도리어 감사한 수준. 2000원씩 오른 식당도 수두룩한 데다 자주 즐겨찾던 용문동 모돼지갈빗집은 한 번에 4000원이나 인상을 해 기절초풍할 뻔하기도. 물론 밀가루며 식용유 등 식자재 값이 몇 배씩 뛰었다는 건 뉴스를 통해 익히 들은 바이긴 하지만(이게 다 푸틴 탓이다), 월급은 그대로인 직장인들에겐 하루하루가 점심식사와의 전쟁이 아닐 수 없잖아요.

특히 요즘 같은 무더위에 본능적으로 찾게 되는 메뉴인 냉면의 가격도 ‘후덜덜’하게 올랐지 뭡니까. 우래옥 1만6000원, 봉피양(순면) 1만7000원 등 평양냉면의 성지라 불리는 곳은 그렇다 치자고요, 비교적 서민적인 가격이 장점이라 여겨졌던 ‘을밀대’마저도 어느새 1만4000원에 판매되고 있어서 입이 떡!

바야흐로 ‘냉플레이션’의 시대…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원하게 면치기 한번 하지 않고는 이 더운 여름을 그냥 보낼 수 없으신 분들을 위해 대체해 즐길 만한 평냉집 몇 곳을 들고 와봤습니다.

■ 광화문국밥

식당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광화문 동화면세점 뒤편에 있는 ‘광화문국밥’은 맑고 깔끔한 맛의 돼지국밥으로 유명한 곳인데요. 기자 출신의 ‘글쓰는 셰프’로 알려진 박찬일 씨가 무국적 술집을 표방하는 ‘광화문 몽로’ 이후에 론칭한 깔끔한 분위기의 맛집. 돼지국밥이 시그니처 메뉴지만 이 집의 평양냉면도 ‘어쭈~ 좀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 만큼 꽤 맛이 좋아서 추천하고 싶은 곳이죠.

광화문 국밥 평양냉면



돼지국밥 국물처럼 냉면의 육수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맛과 적당한 간이 일품인데 고명으로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함께 올려져 있는 것도 특징. 담음새도 아주 정갈한 이 음식은 정통 평양냉면이라기보다는 국밥처럼 셰프만의 재해석을 가미한 느낌이 드는데 가격은 최근에 오른 것이 1만3000원이에요. 특히 주바리가 ‘광화문국밥’을 애정하는 이유는 모든 식자재의 퀄리티가 높게 느껴지기 때문인데, 국밥에 말아 먹는 밥도 좋은 쌀을 사용한다고 혀가 말해주더라고요.

■ 양각도

‘양각도’는 평양 대동강에 있는 양 끝이 뾰족한 모양의 섬 이름인데 함경도가 고향인 탈북자 출신 윤선희 셰프가 운영하는 맛집. ‘한식대첩3’ 북한 대표로 출연해 4위의 성적을 거둬 이름을 알렸는데, 옥류관 스타일의 평양냉면을 선보인다고 해요.

이 집은 원래 일산 백석동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얼마 전 호수공원 앞쪽으로 확장 이전했답니다. 훨씬 넓고 인테리어도 깔끔해진데다, 주차공간까지 확보해 방문하기 더 좋아졌죠. 평양냉면은 1만2000원으로 다른 냉면집보다는 비교적 착한 가격이에요.

국물은 살얼음 없이 우래옥의 것과 유사한 갈색빛을 띠는데 그릇째 시원하게 ‘드링킹’해보면 짭조름한 육향이 입안 한가득 퍼져오더군요. 메밀 함량 80%의 면은 거칠지 않고 적당히 매끈하면서도 순둥순둥하게 입속으로 빨려 들어오죠. 고명으로는 아롱사태 두어 점이 메밀 면 타래를 마치 이불로 덮어주듯이 널찍하게 올려져 있어요.

냉면만 맛보기 아쉬울 땐 굴림만두도 한 접시 곁들이면 금상첨화죠.

■ 서관면옥

지하철 3호선 교대역 인근에 자리 잡은 ‘서관면옥’도 신흥 평냉 강자 중 한 곳. ‘선주후면’을 즐겼다는 다산 정약용의 냉면에 관한 글귀에도 등장하는 ‘서관’은 황해도와 평안도를 아우르는 말이라네요. 한옥의 고풍스러움에 모던한 인테리어를 접목한 매장 분위기가 인상적.

서관면옥 서관면상



먼저 1일 20인 한정된 점심 특선으로 선뵈는 ‘서관 면상’을 드셔보길 강추. 1만7000원의 가격에 냉면과 편육, 녹두빈대떡, 디저트 등이 나오는데, 평양냉면 단품이 1만4000원인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가성비가 좋거든요. SNS용으로도 딱이다싶은 ‘예쁨’까지 장착한 쟁반 한상을 받아들면 행복한 미소가 절로 지어질 거예요.

평양냉면은 국내산 한우 암소의 양지, 사태를 삶은 베이스에 지리산 흑돼지, 제주 토종닭을 삶은 육수를 혼합하여 육향이 진한 육수를 내는 것이 특징이고요, 면은 국내산 메밀로 매장에서 직접 자가제면한다고. 고명으로 달걀 반쪽 대신 지단이 올려져 있는 것도 특징인데, 노른자 때문에 육수가 탁해지는 게 싫은 분이라면 선호하실 듯.

메밀면에 들기름을 비벼 먹는 ‘골동 냉면’도 별미인데 들깻가루로 무친 버섯, 무나물 등의 재료를 함께 비벼 맛보면 입안에서 폭발하듯 터지는 고소한 풍미가 일품. 어복 쟁반 등 다른 요리들도 수준급 맛을 자랑해요. 가게 앞 널찍한 주차장도 이 집을 찾게 만드는 점 중 하나.

끝으로 깨알정보 하나 투척하고 가자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을지면옥’은 세운지구 재개발 절차로 지난달 휴관했답니다(추후 다른 곳에서 재개관할 예정이라고). 혹시 모르고 방문하면 헛걸음하니 참고하세요.

주현수 기자 joo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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