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거부 충북 무예산업..수백억 혈세 허공으로 날렸다(종합)
기사내용 요약
8전8승 선거 신화 이시종 전 지사 주력사업은 참패
[청주=뉴시스] 이병찬 기자 = 민선 5~7기 이시종 전 충북지사가 무예산업에 대한 투자를 시작한 것은 1998년이다. 당시 충주시장이었던 그는 충주가 본거지인 택견을 모티브로 충주세계무술축제(무술축제)를 만들었다.
그의 무예에 대한 열정은 3선 충주시장 임기 종료 이후 충주 지역구 국회의원(2선) 시절에도 이어졌다.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무술 전국체전 격인 무예대제전을 열면서 무예 저변 확대에 공을 들였다.
2010년 충북지사에 첫 당선한 이 전 지사는 무예대제전을 해외로 확장한 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를 청주와 충주에서 열기에 이른다. 그는 무예올림픽이라고 했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1896년 첫 올림픽이 그랬듯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할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격인 WMC(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를 만들어 스스로 위원장에 올랐다. 이 전 지사는 지난 6월 임기 종료 후에도 WMC 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오는 10월 청주 온라인 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 개최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민선 8기 김영환 충북지사와 조길형 충주시장은 '이시종의 무예'와 결별을 선언했다. 김 지사는 무예 관련 지출 중단을 도 집행부에 지시했고 조 시장은 이 전 지사 무예 사랑의 뿌리 격인 무술축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충북지사에 첫 당선한 김 지사는 선거과정에서도 무예마스터십대회 폐지를 공약했다. 그의 공약 이행이 예견되면서 임기 말 이 전 지사는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무예 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28일 페이스북에 "존경하는 이 전 지사가 관심과 열정을 쏟아부은 무예마스터십을 계승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으나 별 의미 없는 '립서비스'로 들린다.
취임 직후 극약 처방을 내놓은 김 지사와는 달리 조 시장은 3선 임기 들어 갑자기 무술축제 폐지를 선언했다. 지난 8년 재선 임기 동안 조 시장이 이를 결행하지 못한 것은 이 전 지사의 압력 때문이었다. 조 시장은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충북도의 눈치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조 시장은 이 전 지사의 요구를 수용해 이런저런 무예 관련 행사를 열었지만 속내는 소극적이었다. 이 전 지사를 겨우 극복한 것이 매년 열던 무술축제를 격년제로 바꾼 것이었다.
'큰 집'의 행정보복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충북도가 개최를 요구한 충주무예액션영화제를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전격 취소한 이후 충주시는 도비 보조사업 제한 등 행정보복을 당하기도 했다.
이 전 지사가 2018년 용인대 산학협력단의 사업 타당성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밀어붙였던 충주 전통무예진흥원 건립 사업도 반납할 방침이다. "체육관 하나 더 짓는 것에 불과하다"는 게 조 시장의 설명이다. 전 정부 때 확보했던 국비 등도 반납하기로 했다.
이 전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김 지사와 조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민주당 충북도당은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도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지사의 무예산업은 선거 때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경쟁 정당 후보는 물론 소속 정당 일부 경선 주자들까지 "소모적인 전시성 투자"라고 비판했다.
무예마스터십과 무술축제 등 이 전 지사가 지난 24년 동안 무예에 투자한 예산은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수백억 원을 쓰면서도 지속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 채 소모적인 논쟁만 야기하고 말았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지사는 12년 지사직을 내려놓은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 지사에게 두 가지를 당부했다. 인재 육성과 무예마스터십 계승이었다. 그는 "무예마스터십을 발전시켜 올림픽과 쌍벽을 이루는 무예올림픽을 창건해 충북의 미래먹거리를 만들고 국부를 창출해 달라"고 썼다.
김 지사가 무예 예산 지원 중단을 공식화한 지 사흘이 지난 이날까지 이 전 지사는 아무런 코멘트도 내놓지 않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bc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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