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금리 역전됐는데..한은 추가 빅스텝 가능성은

류난영 2022. 7. 2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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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2.07.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달에 이어 9월에도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을 예고하면서 한국은행도 다음달 추가 '빅스텝'(0.5%포인트 인상)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 연준은 26~27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범위를 1.50~1.75%에서 2.25~2.50%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6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자이언트 스텝'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나라의 기준금리(연 2.25%) 보다 상단 기준으로 0.25%포인트 높아졌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2020년 2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 회의에서 이례적인 큰 폭의 추가 금리인상도 가능하다"며 "향후 데이터에 따라 회의때 마다 결정하고 명확한 가이던스는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어느 시점에서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할 수 있으며 그 시점은 결정되지 않았다"며 "고용시장 등 경제의 많은 부분이 여전히 견조한 점을 감안할 때 현재 미국경제가 침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월이 "이례적인 큰 폭의 금리인상도 가능하다"고 하면서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9월 회의에서도 '빅스텝'이나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한·미 금리 역전폭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물가 상승 압력도 높아지고 있어 추가 빅스텝 필요성은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가계부채 이자 부담 증가와 이에 따른 소비 위축,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 한은이 추가 빅스텝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6.0% 올라 외환위기 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물가가 당분간 6%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인 지난달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도 4.7%로 전월 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08년 관련 통계 작성이후 역대 최고치다.

반면 경기 침체 우려는 커지고 있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대비 0.7% 올라 시장 예측(0.3~0.4%)을 웃돌았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 물가 급등 등으로 수출과 소비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서영경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도 "물가의 상승압력이 지속되는 동시에 성장의 하방압력이 확대되면서 성장-물가간 '트레이드 오프'(상충) 관계가 심화된다면 정책결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이 경우 성장과 물가의 '트레이드 오프' 관계, 현재와 미래의 성장·물가 경로를 조심스럽게 점검하면서 적절한 통화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안에 물가 상승 압력이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올해 8월과 10월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연 2.75%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 대부분은 추가 '빅스텝'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한·미 금리 역전은 이미 예상됐던 사안인 데다, 경기 침체 우려가 큰 상황에서 물가를 잡겠다는 명분만 앞세워 빅스텝을 단행하기 쉽지 않을 거란 얘기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미 금리 역전은 이미 예견됐던 사안인데다, 이주열 총재가 지난번 금통위에서 당분간 0.25%포인트씩 올리겠다고 명확하게 밝힌 만큼 다음달 추가 빅스텝 가능성은 없다고 볼 수 있다"며 "다만, 2분기 GDP도 생각보다 양호하게 나와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은 줄어든 반면, 물가 고점은 아직 확인이 안된 것으로 보여져 올해 연말까지 2.75%까지 올린 후 인상 사이클을 마무리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물가 우려가 높긴 하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계속 높아지고 있어 추가 빅스텝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한은도 이미 7월 금통위 당시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으로 인지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7월 빅스텝이 이례적이었고 추가 빅스텝은 없다고 언급한 점에서 볼 때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한은 내부에서도 '현재의 물가 전망 흐름이 지속될 경우'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추가 '빅스텝' 단행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다만 대내외 여건 변화로 인플레이션이 더 가속되거나, 이와 달리 경기 둔화 정도가 예상보다 커진다면 정책 대응의 시기와 폭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입장을 바꿀 정도로 큰 변화가 없다면 추가 빅스텝 가능성은 낮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영경 위원도 전날 금요강좌에서 추가 빅스텝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창용 총재가 밝힌 0.25%포인트 인상 경로에 대해 다르게 생각할 상황이 아니며, 지금으로서는 0.25%포인트 금리 인상 경로를 이어갈 것"이라며 "미 FOMC 결과와 7월 물가, 8월 말 성장률 및 물가 전망치 등 데이터를 보고 빅스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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