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그네스 호 로슈진단 아태 대표 "BA.5 등 변이, 전담팀 두고 대응.. 디지털 역량 뛰어난 韓벤처 관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진단의 중요성 드러나"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선언한 지난 2020년 전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다. 치료제도 백신도 없는 미지의 감염병에 맞닥뜨린 사람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알코올로 손을 소독하기에 바빴고, 코로나19를 대규모로 진단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WHO에서 코로나19에 대한 팬데믹을 선언한 지 이틀 만에 대용량 자동화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기가 나왔다. 세계 1위 진단기기 업체인 로슈진단이 개발한 검사기였다. 한국도 지난 2020년 2월까지 로슈진단의 코로나19 핵산 추출 시약 130만개 이상을 지원 받았다.
지난 2021년까지 로슈진단의 검사기기로 전 세계에서 매월 6000만건 이상의 코로나19 PCR 검사가 시행됐다고 한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최근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A.5 및 BA.2.75(일명 켄타우로스)로 코로나19 재유행이 시작되면서 전 세계는 잔뜩 긴장한 모양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코로나19 진단기기의 허가 기준 강화에 나섰고, 로슈진단은 이미 변이에 대응하는 새로운 진단 기기 개발 막바지에 이르러 조만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앞서 로슈진단은 지난해 5월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를 동시 진단하는 대용량 전자동 코로나19-독감 동시진단(콤보) 검사기기를 개발했고, 지난해 4월에는 코로나19 면역 항체 검사, 올해 5월에는 코로나19 S단백질에 특화된 항체 검사를 한국에 내놨다.
아그네스 호 로슈진단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많은 사람이 진단기기를 ‘조용한 영웅(Silent Hero)’으로 인지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그는 “진단검사는 작은 혈액 몇 방울만으로도 가능하지만 그 결과는 검사를 받는 분이나 환자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로슈진단은 진단의 중요성과 그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늘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중에서도 호주, 뉴질랜드, 한국, 싱가포르, 홍콩 등 성숙된 시장을 책임 총괄하는 호 대표는 로슈진단 싱가포르로 입사해 30년 이상 로슈에서만 근무한 ‘로슈인’이다. 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교(RMIT) 경영학과를 졸업해 미국 버팔로 대학에서 경영대학원(MBA)을 나왔다. 싱가포르에 있는 호 대표를 서울 삼성동 한국로슈진단 본사에서 온라인으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一 코로나19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진단 업계에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전체 의료비에서 체외진단(IVD)이 차지하는 비중은 2%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환자 치료 결정의 70%는 진단 결과에 따라 이뤄질 정도로 그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이런 진단의 중요성이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신속한 코로나19 진단 검사로 감염자를 빠르게 격리 조치를 취할 수 있었기에, 방역 대응 등 공중 보건의료 체계의 정상화에도 진단은 중요하게 작용했다. 로슈진단에게 이번 팬데믹은 위기 대응 민첩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로슈진단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등장하기 전부터 PCR 검사법을 상용화했다. 다만 코로나19를 계기로 PCR 관련 기술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특허를 기반으로 공중보건 위기 대응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었다.”
一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A.5 및 BA.2.75(일명 켄타우로스)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코로나19 변이뿐만 아니라 우려할 만한 병원균이나 병원체 등을 본사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一 변이에 따른 전 세계 규제당국의 움직임은 어떤가. 코로나19 진단 검사법에 대한 허가 규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안다.
“미국 FDA 등에서 코로나19 진단에서 유전자 검출 개수 기준을 1개에서 2개 이상으로 늘렸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진단 검사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BA.5 및 BA.2.75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이 배경이라고 예상한다. 로슈진단은 (규제 강화와 별개로) 새로운 변이가 등장할 때마다 탐지 능력과 감염 여부 판별 능력에 이상이 없는지 지속적으로 검사하고 있다. 그 결과 로슈진단의 PCR 검사는 지난 2년 반 동안 보고된 여러 코로나19 변이에 영향을 받지 않고, 높은 정확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변이와 관련한) 면역 검사법에 대해서 본사가 평가를 하고 있다.”
一 새로운 변이 등장으로 전 세계 진단키트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시나.
“아직 구체적인 데이터는 집계된 게 없다. 국가별 보건의료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국가별로 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로슈진단의 경우 지난 팬데믹 동안 급박한 상황을 겪으면서 경험치가 쌓이고 있기 때문에 수요가 급증하더라도 속도감 있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一 로슈진단의 혁신 기술 개발의 배경이 따로 있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혁신의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로슈는 전체 매출의 21.8%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한 해에만 137억스위스프랑(약 18조5800억원)을 R&D에 투입했다. 이는 다국적 제약회사와 비교해도 월등히 많은 것이다. 덕분에 로슈는 가장 혁신적인 제약사로 꼽히기도 했다. 이 밖에 앞서 언급한 것처럼 로슈진단은 새로운 병원체, 바이러스를 모니터링하는 전담 팀이 있고, 이런 작업이 제품 및 솔루션 개발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로슈의 미션은 ‘환자가 내일 필요로 할 것을 오늘 해라’이다. 이 미션이 로슈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혁신’을 담고, 그 자체가 로슈의 DNA라고 생각한다.”
一 로슈진단이 코로나19 이후에 새로이 집중하고 있는 질병 및 진단 분야는 무엇인가.
“우선은 코로나19 분야를 먼저 설명을 하고 싶다. 변이가 계속 등장하고 있어서, 현재 2~3가지 추가 검사법 출시를 준비 중에 있다. 추가 검사법의 승인 및 출시 일정은 국가별 허가 상황에 따라 다를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는 검사실 자동화, 병리진단 분야, 암, 심혈관질환, 알츠하이머 등에 대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맞춤의료(PHC) 부문도 로슈제약 사업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一 포스트 코로나보다는 코로나19에 집중하고 있다고 이해해도 되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새로운 변이도 계속 등장하고 있으니, 회사 사업의 중점 분야로 계속 유지한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외의 병원체에 대해서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 일례로 원숭이두창 진단 시약이 최근 허가를 받았고,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인유두종(HPV) 바이러스와 같은 질환에 대한 검사법도 개발 중에 있다.”
一 인수합병(M&A) 등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M&A를 통한 포트폴리오 확장 노력도 하고 있다. 지난 2021년 4월 분자진단 분야 역량 강화를 위해 티브 몰비올(Tib Molbiol)을 인수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M&A와 별개로) 디지털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다양한 파트너와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一 디지털 진단이라는 분야가 따로 있는 건가.
“디지털을 활용해 임상 전문의들의 치료 의사 결정을 돕고,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 디지털 중점 국가로 지정이 돼 있어서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최근에는 심장질환을 판별하는 혁신적인 바이오마커와 검사법을 보고 있다. (심전도 등) 심장질환과 관련한 검사 결과를 디지털 정보와 접목시켜 보다 나은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식이다.”
一 디지털 분야 협력사 중에서 한국 기업이 있는지 궁금하다.
“유럽의 ‘플러그 앤 플레이’와 함께 스타트업 양성 프로그램인 ‘크리스피어(Creasphere) 액셀러레이터’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8년 2월 유럽에서 시작해 2020년부터는 아시아-태평양(APAC)으로 확장했다. 올해 7월 전 세계 약 51개 벤처 스타트업이 참여한 신규 라운드가 시작된다. 선정된 기업의 프로그램이 잘 진행되면 다른 국가에까지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APAC 스타트업의 프로그램이 훌륭하다고 판단하면 전 세계로 확대시킬 수 있게 돕는 식이다. 현재 참여하고 있는 51개 스타트업 기업 중 한국 기업의 존재 여부는 확인이 어렵지만, 다만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제품을 갖고 로슈진단과 협업을 원하는 파트너사라면 그 문은 항상 열려 있으니 동참해주시길 바란다.”
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한국의 진단 의료기기 업체들에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로슈진단은 각 국가별로 해당 국가 지사들이 최대한 주도적으로 업무를 운영해 나갈 수 있도록 탈중심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크리스피어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예로 들면, 만약 한국로슈진단이 특정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가지고 현지에서 이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본사는 이에 대해 지원하고 반대로 글로벌에서 제안한 아이디어에 적합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물색해 협력하기도 한다.
한국은 로슈진단의 APAC 시장 내에서 중국, 일본 다음가는 톱3 국가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국가이기에 그룹 차원에서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훈련 투자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로슈진단에서 근무하는 300여명의 임직원 중 90%는 한국인이다. 한국로슈진단 임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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