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지휘자 두다멜이 '엔쿠엔트로스' 진행하는 이유
기사내용 요약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가 배출한 지휘자
"빈부·계층 상관없이 접근권 주어져야"
한국 1명 포함 22개국 100여명 참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엔쿠엔트로스' 프로그램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향한 여행을 넘어 음악 고유의 정신을 향한 여행이에요."
베네수엘라의 음악 교육 시스템 '엘 시스테마'가 배출한 세계적인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전 세계 100여명의 젊은 음악가(18~26세)들과 함께하는 '엔쿠엔트로스(Encuentros·만남)'를 진행한다.
지난 2018년 시작된 '엔쿠엔트로스'는 음악을 통해 문화적 통합을 탐구하고 화합, 평등, 존중 등을 추구하는 오케스트라 리더십 및 음악 훈련 프로그램이다. 첫해 참가자는 59명이었지만 올해는 104명이 함께한다. '엘 시스테마'에서 영감을 받아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하는 22개국에서 참가하며, 한국에서도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인 박은수(18) 양이 처음 참여한다.
이들은 2주 동안 두다멜 재단과 LA 필하모닉 음악감독인 두다멜이 진행하는 워크숍, LA필 음악가 교수진과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 아티스트들의 마스터클래스 등에 참여한다. 대미를 장식하는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선 젊은 작곡가 지안카를로 카스트로 도나에게 위촉된 작품이 초연되며, 그래미상을 받은 성악가이자 작곡가 에스페란사 스폴딩이 함께한다. 콘서트는 8월2일 LA의 대표 야외공연장인 할리우드볼에서 열린다.
두다멜은 28일(한국시간) 22개국 기자들과 진행한 화상 간담회에서 "음악과 예술, 문화가 가진 강력한 힘은 무엇보다도 아이들과 다음 세대에 매우 중요하다"며 "참가자들은 함께 배우는 과정에서 국적이나 서로의 다름에 상관없이 함께 음악을 만든다. 이것이 '엔쿠엔트로스'가 추구하는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엘 시스테마' 창시자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는 청년들이 모여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예술과 문화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며 "빈부, 계층, 배경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접근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함께 앉아 서로의 연주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감정과 영혼이 달라져요. 그런 변화가 무대에서 일어나죠. 아브레우 선생님은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라고 했어요. 우리는 자기 소리만 낼뿐 상대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죠. 합창단이나 오케스트라는 함께 연주하려면 들어야 해요. 그러다 보면 더 나은 시민, 더 나은 공동체가 형성돼요. 음악은 전문 지식이나 기교를 넘어 모든 인간의 기본권이자 아름다움과 성찰, 협력, 조화로 나아가는 수단이죠."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코로나19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교류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두다멜은 "언제나 고충은 있다. 다양한 배경에서 모인 사람들과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라고 했다.
"하지만 리허설 초반부터 참가자들의 표정에서 배우려는 열정, 서로를 이해하고 악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열망을 볼 수 있었어요. 참가자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해가는 모습이 아름답죠.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들이 함께 모여 연주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대단하죠. 무엇보다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해요."
마리아 발베르데 두다멜 재단 공동대표도 "벌써 6일차인데 자녀의 대견한 모습에 뿌듯해하는 부모의 마음"이라며 "서로 언어가 다르지만, 결국 음악이라는 하나의 언어로 소통하게 된다. 모두가 더 나은 음악가로,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는 시간이다. 음악을 떠나려고 생각했던 학생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을 발견하고 음악에 대한 확신을 되찾는다. 자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다멜은 청소년들에게 공동체를 경험할 기회를 주고 자신의 역할을 깨닫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음악을 연주하는 행위에만 집중하면 기술적으로 치우치기 쉽다. 워크숍을 통해 스스로에게 귀 기울이는 방법을 배우고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서로의 말을 듣고 자신을 보일 것인지 가르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노벨상 시상식 축하연주를 계기를 작은 규모로 시작했던 프로젝트이지만 이제는 "큰 꿈을 지향한다"고 했다. 두다멜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작게라도 함께 무언가를 시작해보기로 하면서 출발했다"며 "앞으로 다양한 지역사회와 문화를 아우르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늘 하던 말이 있어요. '시작은 작게!' 저는 어떤 생각을 갖게 되면 끊임없이 확대해 나가는 편이죠. 탄탄한 기초를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넓혀가는 게 좋아요. 물론 2주 안에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시작이 큰 의미가 있죠."
오케스트라는 미래의 지도자가 될 청소년들에게 리더십을 이해하는 발판이 된다고도 강조했다. 두다멜은 "지금은 지휘자가 된 나 역시도 오케스트라 연주에 참여하면서 나와의 다름을 이해하게 됐다. 오케스트라는 상호작용, 존중, 경청이 필요하다. 지도자에게 필요한 요소"라고 전했다.
"음악이라는 도구 안에는 지역, 사람, 사회를 바꾸는 힘이 있어요. 그 힘이 바로 모든 연주자의 손에 있죠. 함께 배우는 과정에서 이것을 깨닫게 하는 게 중요해요. 그 어떤 장벽이나 장애물 없이 하나의 아이덴티티 아래 모이는 오케스트라, 이것이 지도자나 리더십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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