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 '집회 금지' 가처분 기각

이홍근 기자 2022. 7. 2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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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암병원(왼쪽)과 세브란스병원 전경

법원이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들의 ‘노조탄압 규탄’ 시위를 금지해달라는 연세대학교 측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재판장 임정엽)은 연세대가 “피켓 시위, 현수막 거치, 천막 농성 등을 지속해 업무가 방해받고 있다”며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지난 27일 기각했다.

재판부는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소속 사무국장, 사무팀장 등은 2016년 6월 말부터 노조 와해 전략을 수립한 후 이를 실행해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된 바 있다”며 “세브란스병원이 근로의 장소이므로 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쟁위행위로 일정 부분 법익이 침해되더라도 용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점심시간 전후 30분간 제한된 시간에 집회·시위를 진행한 점, 집회 장소도 환자들의 치료 목적 시설 근처가 아닌 점,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은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노조가 천막을 쳐 통행에 방해를 받았다는 병원 측 주장에 대해서도 “가장자리의 좁은 구역에 위치해 통행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병원과 그 경계 100m 내 집회나 시위를 금지해달라는 병원측 요청에 대해 “금지를 구하는 행위가 전혀 특정되지 않아 채무자들의 근로3권과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3월 서울서부지검은 원청인 세브란스병원 당시 사무국장, 사무팀장, 파트장, 청소 하청업체인 주식회사 태가비엠, 태가비엠 부사장, 이사, 현장소장, 반장 등 9명을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하청업체는 청소노동자들의 노조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2016년 6월부터 현장 관리자를 통해 100명 이상으로부터 노조 탈퇴 서명을 받아 병원 측에 전달한 혐의를 받았다. 노조 출범식이 열리는 시간에 간담회를 열어 출범식 참여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재판에서 병원 측이 작성한 문건이 공개되기도 했다. 문건에는 “조합원 구성 특성 전수파악, 구역별 이휴 채집 후 탈퇴유도, 비핵심세력 중심 흔들기 및 재배치 활용” 등 “민노(민주노총) 탈퇴 3단계 단기 전략”이 담겨 있었다. 노동자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천막을 치고 병원 측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류한승 공공운수노조 서울분회 조직부장은 28일 “연세대와 세브란스병원은 소송과 가처분으로 청소노동자들의 입을 틀어막는 데 실패했다”며 “지금이라도 노조파괴에 대해 사과하고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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