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통역사 '양잿물 화상' 풀무원다논 전·현직 직원들 검찰 송치

경찰, 전 공장장 등 3명 업무상과실치상 인정
노동청,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도 조사
사측 "사고 전 시정 조치 취한 것으로 알아"

유제품 전문 기업인 ‘풀무원다논’ CI

통역사가 공장에서 통역 업무를 하다 양잿물에 화상을 입은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유제품 전문 기업인 풀무원다논 전·현직 직원 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전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지난 20일 풀무원다논 전 무주공장 공장장과 전 안전관리 담당자, 기술팀장 등 3명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전주지검에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프리랜서 통역사 안모씨(35)는 지난 2월4일 풀무원다논 무주공장에서 발효저장 탱크의 시운전을 점검하는 프랑스인 기술자와 동행해 통역하다 탱크 안에 있던 고온의 세척액이 정수리와 목, 등으로 쏟아지는 바람에 등의 70%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사측은 프리랜서 통역사인 안씨는 ‘개인사업자’라며 치료비 전액 지원에 난색을 보였다.

공장서 양잿물 쏟아져 화상 입은 통역사…‘프리랜서’라 치료비 지원 어렵다?

프리랜서 통역사 안모씨(35)는 지난달 4일 오후 12시쯤 요거트 ‘액티비아’ 등을 제조하는 풀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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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씨 측의 고소를 접수해 5개월여간 수사한 경찰은 사측이 필요한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아 안씨가 상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세척액에 포함된 수산화나트륨은 관리 대상 유해물질임에도 사측은 안씨에게 보호구를 지급하지 않았고, 해당 물질의 위험성도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다.

경찰은 또 사측이 사고 발생 전 탱크 밸브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시정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결론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공장 관리 주체는 회사”라며 “회사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지난 2월4일 풀무원다논 무주공장에서 업무를 하던 중 탱크 내 수산화나트륨을 함유한 세척액이 쏟아져 2도 화상을 입은 여성 통역사 안씨. 안씨 측 제공

안씨는 지금도 병원을 다니며 화상 치료를 받고 있다. 의료진에 따르면 안씨는 약 4년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사측은 사고 발생일로부터 나흘간의 치료비만 지급했을뿐 그 이후 들어간 1000만원 넘는 돈은 안씨가 자비로 부담했다. 사고 발생 후 일을 제대로 못해 수입도 감소했다. 안씨는 사측에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풀무원다논 대표는 지난 3월14일 경향신문 보도를 통해 사고 발생 사실이 알려진 후 안씨에게 ‘사과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사측은 경찰이 수사 중이던 지난달 형사사건 합의금으로 5000만원을 제시했으나 안씨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전주지청은 사측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쟁점은 회사가 필요한 안전 조치를 취했는지, 안씨가 실질적으로 회사에 전속된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안씨는 프랑스 기술자를 상시 수행하며 공장 직원들의 지시를 받아 통역 업무를 했다고 주장한다.

풀무원다논 관계자는 “직원 3명이 전부 송치된 것은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검찰 판단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고가 있기 전 시정 조치가 취해진 것으로 알았다. (사고 이후) 안전관리 체계를 다시 한 번 점검했다”고 밝혔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