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에 울고 웃은 삼성전자, 악재 속 빛난 '반도체'
반도체 부문 이익만 약 10조원
삼성전자가 전쟁 장기화, 인플레이션 등 여러 대외 악재에도 선방했다. 역대 2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올 1분기와 비교해선 다소 부족한 역대 분기 기준 두 번째 기록이다.
2분기 실적을 끌어올린 것은 역시 반도체 였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부진했던 가전,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을 반도체가 만회하는 모양새다. 특히 사업부문별 환율 효과가 엇갈리게 작용했다.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즉 세트(완제품) 사업은 달러 강세에 악영향을 받았지만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는 오히려 환율 덕을 봤다.
달러강세, 반도체엔 '득' 완제품엔 '실'
28일 삼성전자가 공개한 2분기 실적은 매출 77조2036억원, 영업이익 14조971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1.3%, 영업이익은 12.2%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18.3%로 1.4%P(포인트) 줄며 수익성은 다소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 상승 영향은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에는 이득이었다. 삼성전자는 "달러화의 큰 폭 강세로 부품 사업 중심으로 전 분기 대비 약 1조3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업부별로는 분위기가 다소 달랐다. 반도체는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고환율 시기에 거래실적을 원화로 환산하면 실적 향상 효과가 있다. 현지화로 결제하는 완제품의 경우에는 고환율이 악조건일 수밖에 없다.
사업별 실적을 보면 반도체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이 나 홀로 선방했다. DS부문의 2분기 매출은 28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9조9800억원이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5.3%, 영업이익은 44.0% 늘었다. 삼성전자 전 사업부문 중 올 2분기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올랐다.
삼성전자 측은 "선제적 시장 예측을 통한 견조한 서버 수요 적극 대응, 수익성 중심의 판매 전략을 통한 판가 유지,달러 강세 등으로 전 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품별 차이는 있었다. 이날 실적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한진만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그간 견조한 흐름이 유지됐던 서버 제품 판매는 나쁘지 않았지만, 원자재값 상승 등의 여파로 소비자 제품에는 타격이 있었다"며 "특히 모바일 수요가 예상보다 저조했고, D램보다 소비자 제품 비중이 높은 낸드가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설명했다.
시스템반도체 부문 이익이 개선된 것도 긍정적이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시스템반도체는 전 분기 대비 이익이 61% 증가해 역대 최고 분기 이익을 기록했다. 대량판매 SoC(System on Chip)와 DDI(디스플레이 구동칩) 판매가 확대되고 파운드리 첨단 공정 수율이 정상궤도에 진입한 결과다.
DX, 소비심리 위축에 수익성 '뚝'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의 경우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세였다. TV와 가전 사업의 경우 2분기 14조8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0.7%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3분의 1 수준인 3600억원으로 줄었다.
특히 TV 시장이 크게 부진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 TV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20% 중반 수준까지 감소했다. 김영무 VD사업부 영상전략마케팅팀 상무는 "2분기 TV 시장은 계절적 비수기 진입과 동시에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영향으로 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매출 감소와 경쟁 심화로 인한 비용 증가 영향으로 실적도 감소했다"고 부연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 부문은 '갤럭시S22 울트라'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신모델 판매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29.4% 증가한 29조3400억원의 매출을 시현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조6200억원으로 19.1% 감소했다.
김성구 MX사업부 상무는 2분기는 비수기가 지속됨과 더불어 지정학적 이슈와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전체 매출은 전 분기 대비 감소했지만 플래그십 제품은 견조한 판매를 이어갔다"며 "최근 부품 단가 및 물류비용 인상 등 재료비 부담 증가와 환율 약세의 영향으로 이익률은 일부 하락했다"고 말했다.
위기는 긴밀하고 유연하게
삼성전자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불확실성에 신속·유연하게 대처한다는 전략이다. 기존에 세운 큰 틀의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삼성전자는 하반기 메모리 시장 약세에 대비해 메모리 반도체 단기 설비투자 계획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한진만 부사장은 "지나친 낙관론 비관론을 갖기보다 다각도로 점검하면서 유연하게 대처하려 한다"며 "중장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적정한 수준의 인프라나 첨단 기술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기존 투자 원칙에는 변함이 없지만 단기설비 투자 계획은 탄력적으로 재검토하면서 운영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초격차'의 끈은 놓지 않는다. 파운드리의 경우 세계 최초 3나노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 양산에 이어 GAA 2세대 공정 개발에 집중하는 등 기술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강문수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파운드리 3나노GAA 2세대 공정은 면적·성능·전력효율을 개선하는 공정으로 단계별 개발 검증 강화, 개발 초기 리소스 집중 투입을 통해 초기 수요를 램프업했다"며 "2024년 양산을 목표로 계획대로 진행 중이며 현재 모바일 응용처에서 복수의 대형 고객사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신규라인인 평택 공장이 2023년, 테일러 공장이 2024년 가동을 시작하면 오는 2025년에는 자체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엑시노스' 사업 중단설에 대해서는 강력 부인했다. 피재걸 삼성전자 시스템LSI 부사장은 "엑시노스 사업을 중단한다는 루머는 사실이 아니라"며 "현재 시스템온칩(SoC) 사업을 재정비 중이며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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