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수수료 몇 천은 옛 말"..서울서 폐업 부동산중개업소 70% 급증

조성신 2022. 7. 2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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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에 거래절벽 장기화
지난달 전국 중개사무소 '최소' 폐업 '최다'
서울, 6개월만에 폐·휴업 건수가 개업건수 초과
대구 대전 등 규제완화 지역서도 줄폐업
지난해 8월 20일 서울 광진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중개수수료 인하 정책에 반대하는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본 기사와 관련 없음. [한주형 기자]
역대급 주택거래 절벽에 부동산 중개업계의 한숨이 갈수록 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부동산 공인중개사사무소 개업 건수는 가장 적고 폐업 건수는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를 몇 건만 성사시켜도 웬만한 직장인 몇 달 치 월급을 중개보수로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작년 공인중개사 1차와 2차 시험 원서접수자는 40만명에 육박하기도 했다.

28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중개사무소는 개업 1만249건, 폐업 1148건, 휴업 81건으로 집계됐다. 올들어 월별로 개업은 가장 적고 폐업은 가장 많았다. 폐업은 지난 5월(727건) 대비 57.9%나 늘어나 올들어 처음으로 1000건을 넘어섰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폐업이 개업보다 많은 지역은 한 군데도 없었지만, 지난달 급증한 것이다. 개업은 올해 1월 1993건에서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달 1249건까지 줄었다. 서울 공인중개사도 한달 사이 314곳이 폐업했다.

상반기 공인중개사 개업 건수는 8889건으로 2013년(8366건) 이후 가장 적었다. 지난해 총 개업 건수는 1만6806건으로 2013년(1만5816건) 이후 가장 적었는데 이 같은 추세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건수(신고 일자 기준)는 15만5987건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같은 기간 기준으로 가장 적었다. 부동산 대출 규제와 잇따른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거래가 급감한 것과 맞물리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서울 개업공인중개사들의 폐업도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달 서울 공인중개사 폐업 건수는 314건으로 전월(188건) 대비 약 70% 가까이 증가했다. 폐업과 휴업 건수가 신규 개업건수보다 더 많아진 것도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만이다. 한강 이북 서울북부지역서 폐업한 공인중개업소는 118곳, 한강 이남의 서울남부지역은 196곳으로 각각 조사됐다. 5월은 각각 77곳과 111곳이 폐업했기에 한달 사이에 폐업건수가 각각 53%, 77% 늘어난 것이다.

서울은 전체적으로 폐·휴업건수가 327건인데, 신규개업은 306건으로 그 수를 밑돌았다. 경기 침체기에도 나이 제한이 없고 창업 비용도 타 업종 대비 간소해 공인중개사 개업은 크게 줄어드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실제 부동산 상승세가 주춤해진 지난해 12월부터 반년 동안 한번도 개업건수가 폐·휴업건수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처음으로 지난달 개·폐업수가 역전됐다.

서울 외에도 폐·휴업 건수가 개업건수를 웃도는 지역으로는 대구, 세종, 부산, 대전, 충북, 경남, 제주로 전국적으로 분포했다. 대구와 대전, 경남 등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는 등 규제완화가 단행된 곳이다. 대구는 65곳이 폐업, 5곳이 휴업하며 개업(48곳) 건수를 상회, 대전도 폐업이 38건, 개업이 30건으로 조사됐으며 경남은 폐업(51건), 휴업(10건), 개업(49건)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구의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물가 급등에 월세 걱정까지 맞물리면서 공인중개사들의 허리띠 조이기가 극심한 상황"이라며 "개점휴업상태로 계속 버티는 것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 폐업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노원구 중계동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중개보조원 급여를 주는 것 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면서도 "폐업한다고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새 정부의 대출 및 규제완화 기조로 주택경기가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중개업계의 불황이 정부의 수수료율 조정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수년 동안 집값이 고공행진 하면서 이른바 복비라 불리는 수수료가 과도하게 높아지자 정부는 수수료율을 조정했다. 매매금액 구간별로 요율이 다르지만 기존에 수수료율이 0.5~0.9%이던 게 지난해 11월 19일 이후로 0.4~0.7%로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일례로 서울에서 시세 10억원의 아파트를 매매할 경우 기존에는 900만원의 중개수수료를 부담한 데 비해 지금은 50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요율도 낮아졌지만 급매물 출현으로 시세가 하향 조정되기도 했다. 같은 기간 전월세 계약 수수료율도 낮아졌다.

여기에 임대차 시장에서도 수익을 챙기기 어려워졌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전월세 계약을 연장하는 대필 건에 대한 정해진 비용이 없기 때문이다. 통상 임대인과 임차인이 각각 5만원 씩 지불해 중개사에게 총 10만원 가량 정산하는 게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부동산 거래가 활발했던 지난해에는 중개업소 개업 숫자가 폐업보다 2배 이상 많았는데, 올해는 그 격차가 계속 줄고 있다. 통계상에 잡히지 않는 휴업 사례까지 포함하면 새로 문을 연 곳보다 휴·폐업한 곳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현 정부 들어서며 규제 일변도였던 전 정부와 다른 정책을 취하면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가 공인중개사들 사이에 있었지만, 이제는 이런 기대심리조차 사그라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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