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썰] 실체 없는 '과학 방역' 전문가도 "쉽지 않아"..'뒷짐 방역' 논란에 "진단과 치료는 국가 책임"

윤영탁 기자 2022. 7. 2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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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전문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백경란 질병관리청장 〈사진-연합뉴스〉

3주 전 윤석열 정부 첫 방역대책을 발표했던 정부는 '자율 방역'을 핵심으로 내세웠습니다. 지금까지의 '사회적 거리두기' 중심의 전략으로는 오미크론과 그 하위 변이들을 막아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지난 13일)
"법적 의무에 기반을 둔거리두기가 아닌
국민이 납득하고 스스로 실천하는 참여형 방역이 정착돼야"

그런데 이후 '여름 재유행'이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됐습니다. 100일 만에 일일 확진자 숫자는 다시 10만 명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여당 지도부에서도 "온라인에선 정부 지침을 모르겠다며 각자도생이란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습니다.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과학 방역'은 여전히 그 실체가 불분명합니다.

방역당국은 방역 대책보다 '자율 방역'과 '과학 방역'이 뭔지 설명하는 데 더 진땀을 빼고 있습니다. 3주 동안 3번의 대책을 내놓은 다음 날, '전문가 설명회' 자리까지 마련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설명회에 참석한 백경란 청장·김남중 교수·정재훈 교수 〈사진-연합뉴스〉

① 과학 방역? 실체 뭐냐 물었더니 전문가들도 "쉽지 않아"

최근 방역당국의 브리핑이 있을 때마다 등장한 질문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전 정부와의 차별화를 '과학 방역'에 두겠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언했지만 아직 어떤 게 과학방역인지 눈에 띄는 실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설명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과학적으로 변이 특성 등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코로나19 등 감염병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과학 방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가장 큰 목표는 중환자 수와 사망자 수의 최소화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신 전문가들도 과학 방역이 쉬운 것만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근거가 당장 모자라다고 해서 감염병 방역대책 결정을 미룰 수는 없다"
"최대한 가지고 있는 과학적 근거로 대응하는 것이 과학적 대응"

현재 우세종 등극이 초읽기에 들어간 BA.5 변이에 대응하려면 BA.5의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하는데 확산 초기 정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적 결정은 앞서 내려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는 겁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동시다발적인 변이 확산이 유행 규모 예측 등 과학적 판단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오미크론은 우리나라의 유행이 다른 나라들과 4주~5주의 시차가 있었다.
BA.5는 전 세계와 거의 동시에 유행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들에 대한 수집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

② '뒷짐 방역' 논란 의식했나? "진단과 치료는 국가의 책임"

백경란 청장은 '자율 방역'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정의를 내렸습니다. 어겼을 때 규제를 가하는 방식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그동안의 설명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다만 '국가의 책무'를 언급했습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
"환자를 신속하게 진단하고 적절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 여건을 충분히 제공하는 데 있어 국가에서 책임져야"

의료 대응 역량을 미리 확보해서 병상 대란이나 치료 대기 중 확진자가 사망하는 등의 사고는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게 자율 방역 시대에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정의 내렸습니다. 백 청장은 저소득층 생활지원비 지원이나 확진 판정을 받고도 쉴 수 없는 환경에 대한 지적을 받아들여 이 부분을 더 세심하게 살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백 청장은 "고위험군이 밀집한 요양병원·시설에서 집단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기동전담반을 구성한다든지 등 각종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마련한 코로나19 전문가 설명회 〈사진-연합뉴스〉

③ 거리두기 영영 안 하나? 부활 가능성은?

방역당국은 사실 3주 전 첫 대책 발표 때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는 것에 '조건'을 달았습니다. 그러나 당시엔 '중대한 변화가 있을 때' 등 애매한 표현을 썼습니다. 이번 전문가 설명회에선 좀 더 구체적인 '조건'이 나왔습니다.

김남중 교수
"불확실성이 여전. 이전 델타 변이 또는 그 이상, 버금가는 중증도를 갖는
새 변이가 나타나고 빠르게 확산할 경우 다시 도입 가능"

정 교수는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가 우세종으로 유행을 이끄는 지금은 거리두기 재개 가능성이 낮다고 봤습니다.

정재훈 교수
"오미크론 변이 등장 이후론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해도
실제로 유행 규모를 크게 줄이거나 정점을 뒤로 미루는 효과 한정적"

백신을 추가 접종하고 경구용 치료제를 통해서 중증화율을 매우 떨어뜨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오미크론 유행 하에선 거리두기로 유행을 통제하는 효용은 더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김 교수도 이에 의견이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④ 다음달 말 최다 일일 28만 확진자?…"30만명 도달 어려워"

일일 확진자 규모가 얼마나 될지에 대한 관심도 높았습니다. 다행히 예상보다 유행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다만, 속속 등장하는 변이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세계 각국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유행 예측도 조심스럽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습니다.

정재훈 교수
"1주나 2주 이내에 정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
정점 도달 시기가 조금 빨라지고 유행의 규모가 감소할 수 있다"

정재훈 교수는 2주~3주 전 예측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가까운 예측이었고, 실제 유행은 확산 속도가 점차 느려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BA.2.75 변이가 우려했던 것보다는 힘을 못 쓰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상대적인 전파 능력이 최근 데이터로 봤을 때는 우려했던 것만큼 높지 않다는 겁니다. 방역당국의 최신 예상치는 8월 말까지 최다 하루 28만 명 확진이었습니다.

⑤ 재감염 가능성은?

최근 BA.5와 BA.2.75 변이의 전파력과 함께 '면역 회피 능력'이 부각되면서 재감염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설명회에서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2회 이상 재감염된 확진자 숫자가 8만5천 명 정도 되고 비율은 0.45%까지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김남중 교수
"재감염은 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빈도가 낮고,
자료를 더 모으고 있지만 재감염자의 중증도는 낮을 것"

재감염자 중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사례는 지난해 말 델타 변이에 감염되었다가 최근 우세종이었던 BA.2에 감염되는 경우였습니다. 델타 변이 다음에 오미크론 초기 BA.1 변이에 감염된 사람들이 뒤를 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많진 않지만 BA.2에 감염돼 회복한 뒤 또 BA.2에 재감염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확진이나 백신 접종을 통해 면역이 몸 안에 생겨나도 재감염을 다 막을 수는 없지만, 중증화율·치명률을 줄이는 데는 기여한다고 예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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