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문자 촌극·경찰국 정쟁'.. 민심 이반 우려
윤석열 정권이 출범 80일 만에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문자메시지 노출 파장이 커지면서 여당 내 분란으로 번져서다. 국회에서는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후폭풍으로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당정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세에서 벗어날 계기를 만들기는커녕 민심 이반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준석 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로 표현한 문자메시지 노출 사태의 후폭풍이 이어졌다.
친윤(친윤석열)으로 분류되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구를 떠나겠다는 사람이 아직도 惑世誣民(혹세무민·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속이는 것)하면서 세상을 어지럽히니 仰天大笑(앙천대소·하늘을 쳐다보고 크게 웃음)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가 전날 '양두구육'(羊頭狗肉·양 머리를 걸어놓고 손님에게 개고기를 팜)을 빗대 윤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대응에 나섰다.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오늘 국민들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대통령을 잘못 보좌해온 사람 하나를 더 알게 될 것 같다. 그간 고생하셨는데 덜 유명해서 조급하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상대하지 않고 당원들을 만나러 또 출발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윤 대통령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외부 일정을 이유로 도어스테핑(청사 출근길 약식 질의응답)을 진행하지 않았다. 29일로 예정됐던 교육부의 대통령 업무보고는 윤 대통령의 다음 주 휴가 이후로 미뤄졌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문자메시지 논란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어 의도적으로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보낸다.
권 직무대행 역시 전날 공개 사과한 이후 관련 질문에 일체 답하지 않고 있다. 당 지도부 역시 이번 사태의 배경과 의도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미 국민들의 관심이 증폭된 상황에서 회피성 태도로 일관, 사태 수습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향후 당내에서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권 직무대행이 책임져야 한다는 요구가 공개적으로 나올 수 있다. 친윤 의원들 중심으로 당내 진통이 불가피한 조기 전당대회가 아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사례처럼 대통령의 속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전례가 없다. 엄청난 정치적 타격"이라며 "국민들은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는데 정작 여권은 아닌 것 같다. 국면 전환을 위해선 뭐라도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여야가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경찰국 설치 논란은 전체 경찰회의 취소로 최악의 사태로 치닫진 않았다. 찬반 진영이 충돌하는 양상이 이어서 상당 기간 정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회의를 주도했던 서울 광진경찰서의 김성종 경감은 전날 경찰 내부망에 자진 철회를 알리는 글을 올리면서 "우리 국회가 이러한 불법적인 경찰국 설치에 입법적으로 반드시 시정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제1야당인 민주당에 경찰국 운영을 막을 수 있는 입법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당정은 야당과 경찰 내부의 반대를 정치 공제로 규정했지만 급속한 정책 추진과 의견 수렴 부족으로 찬반 논쟁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비유하며 갈등을 키웠다. 이 장관은 전날 대정부질문에서 "저의 쿠데타 관련 발언이 지나쳤다는 비판에 대해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물러섰으나 실언을 인정한 셈이 됐다. 행안부가 8월 2일부터 경찰국 구성에 돌입하면 야당이 전면적인 공세에 나설 수 있다. 민주당 강성 의원들은 이 장관에 대한 탄핵과 헌법재판소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추진하고 있다. 경찰 출신인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도 여기에 동조한다.
정국의 초점이 경찰국 찬반 논란에 맞춰지는 상황은 새 정부에 보조를 맞춰야 하는 여당에 부정적이다. 어렵사리 시작한 후반기 국회에서 민생경제 위기 대응보다 경찰국 정쟁만 거듭할 수 있어서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 협조 없이 그 어떤 법안도 처리할 수 없는 구조이지만, 민생을 외면한 국회에 대한 책임론은 여당에 더욱 무겁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경찰국 신설 반대 청원이 하루 만에 37만명을 넘어섰다. 윤 대통령은 이제라도 독선과 오만의 행보를 멈추고 국민께 사과하길 바란다"며 "민주당은 위법 시행령의 통치를 바로 잡고 이 장관의 책임도 반드시 묻겠다"고 밝혔다.
당정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국민 분열로 이어질 수 있는 이슈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지지율 하락세에서 빠져나갈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0%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18~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7월 3주차 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응답률 4.4%,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9%p)에서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3.3%, '잘 못하고 있다'는 63.4%로 조사됐다. 전주 대비 긍정 응답은 0.1%p 떨어졌고, 부정 응답은 0.1%p 높아졌다.
5주 전 조사와 비교하면 긍정 응답이 48%에서 15%p 가까이 급락했다. 반면 부정 응답은 45.4%에서 18%p 높아졌다. 평가 유보층이 극소수인 가운데 10명 중 6명이 윤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정당 지지율에서는 민주당 44.6%, 국민의힘 39.7%로 7월 1주 이후 3주째 야당이 여당을 앞섰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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