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취약계층 헐떡이는데..냉방예산은 난방예산의 24%

이홍근 기자 2022. 7. 2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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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낮 최고기온이 31도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25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마포대교 아래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한수빈 기자

대학생 김모씨(26)의 자취방에는 에어컨이 없다. 5평(17.5㎡) 크기의 방에 냉방 장치라곤 선풍기뿐이다. 작은 창문이 있지만 그나마도 옆집 담벼락과 붙어 있어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다. 김씨는 “겨울보다 견디기 힘든 게 여름”이라며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마가 끝나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될 텐데 걱정”이라고 했다.

온열질환 환자가 한랭질환 환자의 5배에 달하지만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에너지복지사업 예산은 난방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온난화와 온열질환자 증가 추세에 맞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더불어민주당 정태호의원실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신고된 온열질환 건수는 총 1만2520건이다. 같은 기간 신고된 한랭질환 건수는 2512건으로 온열질환의 5분의1 수준이다. 사망 신고만 따로 추려도 온열질환 116건, 한랭질환 43건으로 온열질환이 2.7배 많다.

여름철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늘고 있지만 냉난방 복지사업 예산은 난방에 집중돼 있다. 정 의원이 한국에너지공단과 한국에너지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냉난방 복지사업 예산은 총 2920억원이다. 이 중 동계난방용 예산이 2325억원으로 전체의 79%에 달한다. 반면 하계냉방용 예산은 전체 예산의 20%인 573억원에 불과하다.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현물을 지원하는 에너지바우처 사업 예산도 동계 난방예산에 집중돼 있다. 하계냉방용 에너지바우처 예산은 올해 기준 471억원인 반면 동계난방용 바우처는 1563억원이다. 여기에 겨울철 난방연료인 등유를 지원하는 등유바우처 예산을 합치면 둘의 격차는 더 커진다.

2019년 이전에는 하계 냉방용 복지예산 자체가 책정되지 않았다. 2018년 폭염으로 온열 질환자와 사망자가 전년보다 4배가량 급증하자 2019년 104억원의 예산이 처음 편성됐다. 당해 난방예산은 10배가 넘는 1432억원이었다.

정태호 의원은 “기존 상식과 달리 소외된 이웃에게 난방이 아닌 ‘냉방용 에너지’가 더 필요한 에너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예산과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며 “기후와 생활 여건이 바뀌면서 매년 최악의 더위가 예상되고 최근에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냉방비 부담도 커지고 있는 만큼 냉방용 에너지복지사업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에너지 복지를 전환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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