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마구치 '공포의 원숭이' 1마리 사살 ..갑자기 난폭해진 이유는?
시 당국 "원숭이 공격 피해자 58명"
일본 서남부 야마구치시에서 갑자기 발생한 원숭이의 사람 공격 사건을 주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컷 원숭이 한 마리가 포획돼 사살됐다.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야마구치시 당국은 지난 27일 고등학교 운동장에 나타난 야생 원숭이 한 마리를 포획해 살처분했다고 발표했다. 붙잡힌 원숭이는 신체 길이 48.9cm, 체중 6.9㎏ 4세 수컷으로 추정되며, 야마구치현립농고 운동장에서 발견됐다. 당국이 고용한 사냥꾼들은 마취총을 사용해 운동장 호수 근처에서 원숭이를 붙잡은 뒤 살처분했다. 지난 25일 여교사가 교내에서 원숭이에게 습격당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사냥꾼들은 학교를 수색하고 있었다.
시 당국은 “체격이나 출몰지역 등이 목격자들의 진술 정보와 일치해 사람을 습격한 원숭이 중 한 명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당국은 원숭이 습격 신고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수색을 지속하고 있다.
야마구치시 오고리카미고에서는 약 3주 전부터 원숭이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원숭이가 민가나 유치원에 침입해 아이들을 다치게 하는 일도 있었다. 한 원숭이가 지난 8일 가정집 문을 열고 들어가 10개월 영아의 다리를 잡아당겨 상처를 입힌 사건이 대표적이다. 공격 대상도 어린 아이에서 성인 여성, 노인 등으로 넓어졌다. 이날 정오까지 야마구치시에서 원숭이에게 물리거나 긁히는 등 공격당한 피해자는 총 58명으로 집계됐다.
원숭이들이 집단적으로 계속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드물다. 이에 대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원숭이 보호 노력이 성공한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영장류 전문가인 에나리 히로토 야마가타대학 교수에 따르면 18세기 중반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개간, 벌채로 서식지가 파괴되자 일본 내 원숭이들의 개체 수는 급감했다. 전쟁을 거치고 일부 지역에서는 멸종했다. 전후 일본 정부가 사냥 금지 등 보호 정책을 펼쳤다. 농촌 인구가 도시로 이주하고 화학비료 사용이 늘면서 인적이 드물어진 농촌의 숲은 원숭이들에게 최적의 서식지가 됐다. 원숭이의 천적인 대형 육식동물들은 이미 멸종한 것도 원숭이 수가 늘어난 원인이었다.
원숭이 개체 수가 늘면서 사람과 원숭이 간의 접촉이 늘었고 이 과정에서 지역 원숭이 사이에 사람에 대한 반감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원숭이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일본 농촌의 대표적 골칫거리 중 하나이다. 에나리 교수는 “원숭이는 근세에도 해로운 동물로 인식됐지만 사람과 유대가 있었는데 서로 접점이 없었던 시절을 거치면서 유대가 깨졌다”고 포유류 연구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설명했다.
시의 당국자는 “숲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원숭이들은 선을 넘었고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시 당국은 지난 25일부터 사냥꾼들을 고용해 원숭이 사냥에 나서고 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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