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한국은 약속 아니라는데..中 "사드 3불 유지해야"

조성원 2022. 7. 2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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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군이 한국에 배치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드 문제가 다시 한중간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7월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이 2017년 사드 문제에 대해 정중한 입장을 밝혔다"며 "이는 양국간 상호 신뢰와 협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 중국 '사드 3불' 유지 요구..."새 관리는 과거의 부채를 외면할 수 없다"

자오 대변인은 이어 "새 관리는 과거의 부채를 외면할 수 없다. 이웃 나라의 안보와 관련한 중대하고 민감한 문제에 대해 한국은 계속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정부가 한국 새 정부에 대해 처음으로 이른바 '사드 3불' 유지를 공개적, 명시적으로 요구한 것입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새 관리는 과거의 부채를 외면할 수 없다”며 사드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 유지를 요구했다.


사드 3불은 주한 미군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중 양국의 갈등이 첨예하던 2017년 10월 30일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밝힌 내용입니다. 강 장관은 (1) 사드 추가 배치는 검토하지 않고 있고, (2) 미국 미사일 방어 체계(MD)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으며, (3)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음 날 한중 양국이 "모든 분야 교류 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하며 사드 문제가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계기가 됐습니다.

다만 문재인 정부 고위당국자들은 '사드 3불'은 한중 양국간 약속이나 합의가 아니며, 정부의 기존 입장을 설명한 것일 뿐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같은 '입장 표명' 견해를 이후 윤석열 정부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드 추가 배치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지만 120대 국정과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 7월 25일 박진 외교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3불 정책은 우리가 중국과 약속하거나 합의한 것이 아니고 우리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안다"면서 "우리 안보 주권과 관련한 사안이기에 당연히 우리 판단으로 결론내려야하는 것임에도 중국이 한국과 약속했으니 지키라고 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 한국 "사드 3불은 약속이나 합의 아니다"...중국에 북한 비핵화 위한 건설적 역할 요구

박진 장관은 특히 북핵 문제가 악화되고 있는 현실도 강조했습니다. 박 장관은 "핵과 미사일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이 3불 정책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 건설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사드 3불은 합의도 아니었고 북핵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사드 문제는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천명한 것입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은 25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사드 3불은 약속이나 합의가 아니고 우리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중국 외교부의 27일 브리핑 내용은 이 같은 박 장관 발언에 대한 중국의 공식 반박인 셈입니다.

중국 관영매체도 한국의 사드 3불이 약속이라고 주장하며 3불 유지를 압박하는데 가세했습니다 글로벌타임스는 27일 "사드 3불은 중국과 한국 간 소통의 중요한 결과물로, 사드 문제에 대한 한국의 공식 입장이자 중국에 대한 약속"이라는 양시위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의 견해를 전했습니다. 양 연구원은 "사드 3불 약속을 철회하면 양국 관계와 윤석열 정부의 신뢰도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중국 측의 반응은 한중 양국 관계에 사드 문제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국의 인식도 보다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어느 당이 집권하든 대내적으로 어떤 정치적 필요가 있든 대외정책은 기본적인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역사와 자신에 대한 존중이자 이웃 간 소통의 도리"라고 주장했습니다. 다시 말해 한국 정부가 국내 정치적 이유 때문에 사드 문제를 활용하고 있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입니다. 7차 북핵 실험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맞서기 위해 사드 정상화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한국 정부와는 인식의 차이가 너무도 큽니다.

■ 중국 관영 매체, 윤석열 정부 부정적 사례 잇달아 보도

글로벌타임스는 여기서 더 나아가 윤석열 정부가 미국이 선호하는 정책을 만들어 미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 전념해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더불어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미국에 대한 접근이 한국에 이익이 되지 않아 윤 대통령에게 실망하고 있다고도 주장하며 나토 정상회의 당시 윤 대통령의 눈 감은 사진이 공개됐던 사례까지 거론했습니다.

‘사드 3불’은 약속이라는 주장을 전한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 “‘사드 3불’이 상호 신뢰에 핵심 역할을 하는 만큼 중국은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한다”는 제목이다.


윤석열 정부 동향에 대한 중국 관영매체들의 관심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환구시보는 경찰국 신설 논란과 관련해 '정부 전복'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는 내용을, CCTV+는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졌다는 소식을 스크롤로 전하기도 했습니다. 현 정부에 대한 부정적 내용들입니다.

하지만 중국 측이 눈감는 사실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사드 3불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보복 조치에 따른 이른바 한한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직격탄을 맞았던 롯데마트는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했고, 현대 자동차와 삼성 스마트폰은 뚝 떨어진 시장 점유율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그동안 한국이 중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챙겨갔다고 했지만, 올들어 대중 무역 적자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른바 사드 3불이 한국 측에 어떤 특별한 이익을 가져왔는지, 그런데도 중국이 한국 정부의 입장 설명을 '부채'라 주장하며 옥죌 자격이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사드 3불'에도 중국의 '한한령' 해소되지 않아...다음달 한중 외교장관 회담 추진

2017년 강경화 장관이 정부 입장을 밝히던 때로 돌아가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쩌다 사드와 직접 관련도 없는 한미일 군사동맹 가능성까지 함께 묶어 언급했는지 여전히 의문입니다. 현실성, 가능성을 떠나 왜 한 국가의 잠재적 군사 옵션을 제 3국이 '부채'라며 거론하게 됐는지 말입니다.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의 복합 구조 속에 이미 한미일 안보 협력이 이뤄져왔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방중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과 회담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실제 양국의 공식적 합의가 없었기에 한국 측 설명이 타당해 보이더라도, 중국 측이 힘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밀어붙이면 다시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사드 갈등의 국제적 배경인 미중 관계도 타이완 이슈, 공급망 재편 등 갈등 요인들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습니다.

한국이 막 새 정부가 출범했고 중국도 10월 최고 지도부 개편을 앞둔 정치적으로 예민한 과도기적 시기인 점도 변수입니다. 한국은 전임 정부 정책의 재검토가 한창이고, 중국은 이례적 3연임을 노리는 시진핑 주석이 정치적으로 체면 깎이는 일은 피하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르면 다음 달 중 박진 외교장관이 방중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사드 문제도 거론될 가능성이 큽니다.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의 건설적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사드 문제의 적절한 관리가 중요해졌습니다.

조성원 기자 (sungwon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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