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케어 파헤친 감사원 "의료계 손실보상 과다, 급여심사도 부실"

한혜원 2022. 7. 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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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별수가제 심사는 한계 있어..묶음방식수가제 검토해야"
"건강보험 재정 투입, 건정심 의결 없이 복지부 주도 결정"
국민건강보험공단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초음파와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검사 등을 대거 급여화하면서 의료계 손실보상 금액, 예비급여 판단 등을 정교하게 하지 않고 과다 지출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런 내용의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보험 급여항목은 확대되면서 건강보험 지출은 최근 10년새 2배 이상으로 늘어난 반면 수입은 그만큼 증가하지 않은 탓에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2018∼2020년 3년 연속 적자를 보였다.

급여적용 확대로 의료계 손실보상 과다

감사원은 보건복지부가 급여항목을 확대하면서 의료계에 보상하는 금액을 과다 지급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초음파와 MRI 검사 등 이전에 비급여였던 항목의 급여화를 추진하면서 의료계의 진료수익 감소를 보상하고 있다.

복지부는 8개 초음파·MRI 급여화 항목과 관련해 연간 1천652억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보고 연간 총 1천907억원 규모의 손실보상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복지부는 시행 초기에 이 계산을 토대로 손실보상을 한 후 실제 급여화 규모를 보고 사후에 보완하는 것으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보고하고도 사후 조치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분석해보니 실제로는 뇌 MRI 횟수 자체가 늘어나면서 의료계 진료수익이 2017년 4천272억원에서 2019년 7천648억원으로 79% 뛴 것으로 추정되는데도 복지부가 당초 손실보상 규모를 조정하지 않고 보상을 계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남성생식기 초음파 관련 손실보상 규모를 산정할 때도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이해관계단체인 모 학회의 자료를 반영해 과다하게 손실보상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MRI [연합뉴스TV 제공]

횟수 봐야 하는 급여화 항목 전문심사 안 하고 전산 심사

감사원은 복지부가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해 횟수에 따라 본인부담률을 다르게 적용하는 '예비급여' 형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심사가 허술한 전산 심사로 급여제공 여부를 판단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심평원에 "명백한 청구 오류 외에는 급여가 인정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 초음파와 뇌 MRI 급여를 제공할 때 전산 심사만 실시하도록 했다.

전산 심사는 필수기재사항, 수가 코드, 급여 단가 등만으로 심사하기에 심사직원이 직접 들여다보는 전문심사와 비교해 급여기준 준수 여부가 모두 점검되지 못했다.

감사원은 5개 초음파(2018년 4월∼작년 3월)와 뇌 MRI(2018년 10월∼2020년 3월)로 표본 점검한 결과 급여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 1천606억원 규모가 조정 없이 심사 완료됐다고 밝혔다.

요양급여 '묶음방식수가제' 검토해야

감사원은 건강보험의 요양급여 심사에서도 부실한 지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요양급여 세부사항 고시를 보면 1년, 1개월 또는 1주 사이 제공되는 요양급여 행위의 횟수가 정해져 있고 이를 넘기면 환자가 비용을 더 내야 한다.

감사원은 "급여 인정횟수 준수 여부를 심사하려면 기준을 마련하고 환자의 진료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는데 심평원은 인정 횟수가 규정된 31개 의료행위 중 7개는 어떤 심사단계에서도 점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한국재정학회,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회원 등 전문가 100명에게 설문한 결과. [감사원 제공=연합뉴스]

감사원은 이의 연장으로 현행 지불제도인 행위별 수가제에서는 부당 청구 관리의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 "묶음 방식의 지불제도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2020년 기준 이미 심평원 심사직원 1인당 연간 직접심사 건수가 19만 건에 달해 지출 관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행위별 수가제는 의료인이 행하는 행위 건별 가격을 정해서 보상하며 묶음방식 수가제는 입원∼퇴원 건당, 일당, 환자당 등으로 묶어 지불한다.

"건강보험 재정관리 외부 통제 방안 마련하라"

감사원은 복지부에 건강보험 재정관리에 대한 외부통제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건강보험 재정투입 안건의 대부분을 심의 의결기구인 건정심 의결 없이 보건복지부 주도로 결정하는 등 현재 통제 체계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다른 사회보험은 예산·결산이 국회 심의를 받는 것과 달리 건강보험은 복지부가 예·결산까지 수행하는 등 지출 총액에 대한 외부 통제 기능이 없다"고 봤다.

[감사원 제공=연합뉴스]

감사원은 또 복지부가 2019년 5월에 건강보험 재정 전망 결과를 한차례 공개했지만 전망 방법 등은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추계를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2020년 건강보험 재정수지에서 적자 보전 성격의 정부지원금 9조2천억원을 수입에서 제외하면 적자는 3천531억원에서 9조5천81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고소득 미등록 사업자가 피부양자로 등록돼 보험료를 회피하는 문제도 개선 사항으로 꼽혔다.

복지부는 최근 발표한 '제2차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안'에서 감사 결과를 일부 반영했다.

hy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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