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화 "탈북자 귀순 사법부가 판단해야"..그렇다면 정부는 왜 있을까?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가 동료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아 남한군에 나포된 북한 어민을 송환한 사안과 관련, 이들의 송환을 정부가 아니라 사법부가 결정해야 한다며 법에 명시된 정부 고유의 역할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법적인 사항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이념적·낭만적 접근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서울 도렴동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 청사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난 이 대사는 살해 혐의를 받은 북한 어민들의 송환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국제강제송환 금지원칙과 북한인권법 시행 등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한다"며 "탈북민의 귀순 의사를 정부가 파악하면 안되고 사법부가 판단해야 한다. 정권이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출입국 문제는 국가의 고유한 주권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 대사가 국가의 기본 시스템을 경시하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출입국이 국가의 주권이라는 점은 세계 어느 국가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승인된 국가는 여권과 비자라는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북한 외의 지역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는 외국인에게도 이러한 제도가 활용되어 범죄자나 그에 연루된 사람들을 관련 법과 행정 조치를 통해 거르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휴전선을 두고 대치하고 있는 북한에서 온 인원에 대해서는 더욱 꼼꼼하게 신원 및 귀순의사, 탈북 동기 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이를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이 대사는 모든 탈북자, 심지어 16명에 대한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북한 사람들의 입국에 대해서도 정부가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셈인데, 이는 법적으로 명시돼 있는 정부의 기본 역할을 부정하는 발언으로 평가될 여지도 있다.
게다가 사법부가 입국하는 모든 탈북자들의 진정한 귀순의사를 파악하는 것이 재판 과부하가 걸리고 있는 현재 사법 행정 현실에서 감당할 수 있는 사안인지도 의문이다.
국제법 문제에서도 이 대사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정부가 주장한 사항을 반복하기만 했다. 그는 "(북한 어민들이 송환되면) 심각한 인권침해를 입을 것이 뻔한 사람들을 적법한 절차 없이 보냈기 때문에 국내법과 국제법을 모두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사의 이같은 주장은 이들의 송환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대통령실의 발표와 일치한다. 지난 13일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만약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북송했다면 이는 국제법과 헌법을 모두 위반한 반인도적·반인륜적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법 전문가인 이용중 동국대학교 법학대학 교수는 "반인륜적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란 1998년 유엔이 채택한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약> 제7조에서 규정하는 살인, 인종말살, 노예화, 강제추방, 고문, 강간 등 11가지 항목의 범죄이며 국가나 특정 조직이 정책적인 목적 하에 무고한 시민 집단 (population)에 대하여 가하는 고의적인 공격행위임을 전제로 한다"며 이같은 주장의 허술함을 꼬집기도 했다.
또 정부에서 국제법 위반의 근거로 주장하고 있는 유엔고문방지협약 위반 및 난민지위협약 위반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범죄 혐의가 없는 북한 주민을 (북한으로) 송환했다면 그건 고문방지협약 위반이다. 그러나 협약을 적용하려면 형사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며 "난민지위협약의 강제송환 금지 원칙 역시 마찬가지"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남한에서 재판을 받게 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논란이 있는 부분이다. 이 대사는 "사법부가 있으니 여기서(남한) 조사하고 처벌하는 것이 맞아 보인다"라며 "(북한 어민들에게) 변호사선임이나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한 법원이 북한 범죄에 대한 재판관할권이 없고 실제적인 증거 역시 해당 어민이 다 소멸시켜버린 상황에서 남한 법정에 세울 경우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대사는 이날 "서해 해양수산부 공무원 살해 이슈나 어민 북송 문제 때문에 (대사로 임명)한 것 아니냐, 이를 정쟁화하고 싶으신 분들은 신(新) 북풍몰이라고 하시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당선되면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임명하겠다고 하셨다"며 본인은 이 이슈와는 상관없이 임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북한 어민 송환에 대해) 사실을 파악한다면서 여야 간 정쟁화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제가 그분들(어민)이 흉악범인지 살인자인지 말하기는 어렵다"는 등의 발언을 통해 해당 이슈와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해당 사안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입장을 충실하게 반복하면서 본인 스스로 정쟁의 한복판에서 목소리를 낸 셈이 됐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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