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기 더 못 봐주겠다".. 김정은, 尹대통령 실명 비난

이설 기자 2022. 7. 2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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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책 생략하고 적대감 표출.. '대적 투쟁' 기조 표면화
"모든 행동 놓침없이 살펴.. 우리와 상대 않는 게 상책"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대북 강경기조를 내세운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위험한 시도는 즉시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라며 작심 비난했다. 김 총비서가 윤 대통령 실명을 언급하며 직접 비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한국전쟁(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전승절)인 27일 열린 기념행사 연설에서 "올해 집권한 남조선(남한) 보수정권은 역대 그 어느 보수정권도 능가하는 극악무도한 동족대결정책과 사대매국행위에 매달려 조선반도(한반도)의 정세를 전쟁 접경으로 끌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총비서는 특히 "우린 윤석열이 집권 전과 집권 후 여러 계기들에 내뱉은 망언들과 추태들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남조선 군부 깡패들이 최근에 내뱉는 분수없는 망발들도 듣고 있으며 미국과 함께하는 주목할 만한 모든 군사적 행동들을 놓침 없이 살피고 있다"며 우리 측 동향을 주시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그는 "더 이상 윤석열과 그 군사깡패들이 부리는 추태와 객기를 가만히 앉아서 봐줄 수만은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 총비서가 윤 대통령을 직함도 없이 이름으로만 부른 건 그만큼 남한에 대한 적대감이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엔 우리 대통령을 비난할 때 '남조선 당국자' '집권자' 등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아울러 북한은 그동안 선전매체를 통해 윤 대통령 발언과 우리 군의 훈련 등을 거론하며 한반도 정세 긴장의 책임을 돌려왔던 데 비해 이번엔 김 총비서가 직접 나섰단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김 총비서는 지난달 주재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남한에 대한 '대적 투쟁' 기조를 제시했고, 이후 지난달 30일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에 윤 대통령 비난 기사가 처음 등장했다.

김 총비서는 이번 연설에서 윤 대통령을 겨냥, "가장 위험한 도마 위에 올라선 대통령, 가장 큰 위험 앞에 노출된 '정권'이란 손가락질을 피하려면 보다 숙고하고 입보다 머리를 더 굴려야 하며 때 없이 우릴 걸고들지 말고 더 좋기는 아예 우리와 상대하지 않는 것이 상책일 것"이란 말도 했다. 최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등 남한 정치상황까지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교대 부총장은 김 총비서의 이번 연설에 대해 "우리 새 정부(윤석열 정부) 출범에도 침묵을 지키다 공식 매체가 아닌 직접 연설을 통해 강력 비난함으로써 대남 경고 메시지의 무게감을 부여한 게 특징"이라며 "우리를 걸고들지 말라는 등의 발언은 '신(新)북풍' 등 기도를 차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 69주년(전승절)인 27일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 앞에서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김 총비서는 또 이번 연설에서 "지금 남조선 새 정권은 우리 정권과 군대를 다시금 '주적'으로 규정해놓고 동족 대결상황을 대비한다는 쓸 데 없는 겁에 질려 악청을 돋우고 온갖 몹쓸 짓, 부적절한 행동들을 일삼고 있다"며 "이 자들은 '힘에 의한 평화'와 '힘에 의한 안보'를 거리낌 없이 제창하고 있으며 우리 국가(북한)의 전쟁억제력을 무력화시킬 '선제타격'도 불사하겠다고 허세를 부렸다"고 밝혔다.

이는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엔 "선제타격밖엔 막을 방법이 없다"거나 "주적은 북한"이란 등의 발언을 한 데 대한 불편함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김 총비서는 "최근 들어 저들의 안보와 관련해 더욱 더 빈번해진 남조선 것들의 허세성 발언들과 형형색색 추태는 핵보유국 턱밑에서 살아야 하는 숙명적인 불안감으로부터 출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북한이 '핵보유국'이란 주장도 이어갔다.

김 총비서는 "남조선 당국자들이 저마끔(저마다) 나서서 해대는 허세성 발언들이 저들 국민들에겐 신뢰할 만한 철통같은 안보태세와 선진군사력으로 인식되고 위안으로 될진 모르겠으나 내가 보기엔 잔뜩 겁을 먹고 전전긍긍하는 몰골"이라고 비아냥댔다.

그는 "남조선 정권과 군부깡패들이 군사적으로 우리와 맞서볼 궁리를 하고 그 어떤 특정한 군사적수단과 방법에 의거해 선제적으로 우리 군사력 일부분을 무력화하거나 마슬(부스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천만에"라며 "그런 위험한 시도는 즉시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 총비서는 "지금 우리 무장력은 그 어떤 위기에도 대응할 철저한 준비가 돼 있으며 우리 국가의 '핵전쟁 억제력' 또한 절대적인 자기 힘을 자기 사명에 충실히, 정확히, 신속히 동원할 만전태세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비서는 대남 비난에 앞서 미국을 향해서도 "그 어떤 군사적 충돌도 대처할 철저한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체 연설 내용과 분량으로 봤을 땐 미국보다는 우리 측을 향한 비난과 위협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김 총비서의 이번 연설을 계기로 북한이 내달 사작될 올 후반기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빌미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 등 대형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더 커졌단 평가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연설은 윤 대통령을 향해 직책도 생략한 채 직접 경고했단 점에서 김 총비서의 불신과 반감 정도, 향후 대남 대적투쟁의 향방을 가늠케 한다"면서 "향후 상당 기간 한반도 정세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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