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부 "아동학대, 교황 사과론 불충분..더 많은 걸 해야"

박병수 2022. 7. 2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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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가톨릭 기숙학교에서 벌어진 광범한 원주민 인권 침해와 관련해, 캐나다 정부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과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에이피> (AP) 통신이 보도했다.

원주민 문제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의 마크 밀러 장관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교인 개인이 저지른 "악"을 언급했지만 "조직으로서의 가톨릭 교회"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았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과에 담긴 "공백"은 무시해도 좋은 게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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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운영 원주민 기숙학교 아동학대 사과
트뤼도 총리 "첫걸음에 불과할 뿐"
프란치스코 교황(가운데)이 27일(현지시각) 캐나다 퀘벡에서 캐나다 총독 매리 사이먼(왼쪽), 총리 쥐스탱 트뤼도(오른쪽)와 함께 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과거 가톨릭 기숙학교에서 벌어진 광범한 원주민 인권 침해와 관련해, 캐나다 정부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과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27일(현지시각) 프란치스코 교황이 퀘벡을 방문한 자리에서 “캐나다의 진실·화해위원회가 교황의 캐나다 방문과 사과를 요구했으나 교황의 이번 방문은 원주민 피해 생존자와 이누이트, 메티스(원주민과 백인 사이의 혼혈) 피해 생존자들이 지난 봄 교황청을 찾아가 교황의 사과를 요구하는 ‘용기와 인내가 없었으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로마 가톨릭 교회는 교회가 운영했던 기숙학교에서 원주민 아이들이 겪은 정신적, 문화적, 정서적, 육체적, 성적 학대와 관련해 수행한 역할에 대해 책임있는 조직체로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정부는 19세기부터 1970년대까지 원주민 자녀들을 정부가 지원하는 가톨릭 기숙학교에 다니도록 강요했다. 원주민 자녀들을 고유문화로부터 분리하기 위한 정책으로, 이 때문에 15만명 이상의 원주민 자녀가 어린 시절 부모와 떨어져 지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폭력, 인권 유린, 성적 학대가 벌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이들 학교 터 여러 곳에선 숨진 어린아이의 주검이 집단 매장된 흔적이 발견돼 큰 파문이 일었다.

이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5일 이들 기숙학교에서 일한 교회 관계자들의 “악”과 원주민 가족이 받았을 “재앙적인” 피해에 대해 사과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7일 캐나다 정부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도 다시 한 번 “개탄할 만한 일”이라며 사과하고 “캐나다의 지역 가톨릭 조직”과 “많은 가톨릭 교인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캐나다 원주민들 사이에선 교황이 가톨릭 사제와 지역 가톨릭의 잘못뿐 아니라 로마 가톨릭 교회 조직이 원주민 동화 정책을 지지하고 교황청이 15세기 포교를 명분으로 유럽의 식민지 정복을 지지한 것도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트뤼도 총리의 이날 발언은 이런 원주민들의 요구를 일부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톨릭 교회는 9만여명에 달하는 원주민 피해 생존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5천만달러(651억원)를 배상했으며 앞으로 5년간 3천만달러(390억원)를 더 배상할 계획도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이에 대해서도 가톨릭 교회가 더 많은 것을 할 필요가 있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은 피해 생존자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쳤지만 그것은 “첫걸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원주민 문제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의 마크 밀러 장관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교인 개인이 저지른 “악”을 언급했지만 “조직으로서의 가톨릭 교회”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았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과에 담긴 “공백”은 무시해도 좋은 게 아니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원주민의 상처 치유에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며 이번 방문과 사과가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그는 26일 “모든 캐나다 사람과 함께, 진실과 정의에 따라, 치유와 화해를 위해, 끊임없이 희망을 품고, 인내심을 갖고 형제적 여행을 지속하는 데” 자신과 캐나다 지역의 가톨릭 교회가 노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는 않았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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