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또 가혹행위..선임 장시간 구타로 기절, "숨 멎었다 깨어나"
지난 4월 구타·가혹 행위와 성고문, 식고문 사건이 벌어진 해병대에서 후임병 구타· 가혹 행위 사건이 또 발생했다. 일병인 피해자는 선임병으로부터 30분간 폭행당한 뒤 기절해 무호흡 증세까지 보였다고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PTSD)’을 받은 피해자는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28일 서울 마포구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병대 2사단 예하 대대에서 6월 초부터 선임병 1명이 후임병 2명에게 가혹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부대원 일부도 이 사안을 알고 있었으나 사실상 묵인하거나 방치했다”며 “일부 간부 중에는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A일병과 B일병은 지난 6월 초 전방초소 근무에 투입된 이후 줄곧 C상병의 구타와 폭언에 시달렸다. C상병은 아직 업무에 익숙치 않은 B일병이 대답을 잘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명치를 다섯 대 때렸다. A일병에게는 완전 무장한 상태에서 간이용 병기를 메고 2시간30분간 차렷 자세로 근무하도록 강요했다.
또 C상병은 A일병에게 소속 중대뿐 아니라 타 중대 인원과 기수를 모두 외우라고 했다. A일병이 중대 선임의 기수를 외우지 못하자 “너는 외우지도 못하니까 짐승”이라며 동물 흉내를 내도록 했다. 폐쇄회로(CC)TV에 찍히지 않는 사각지대로 A일병을 불러 뺨을 7~8대 세게 때린 일도 있다.
C상병은 6월22일에는 자신이 낸 문제를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A일병에게 정답을 100번 복창하게 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1000번 외치게 했다. 이어 1시간30분 동안 차렷자세를 시킨 뒤 A일병이 움직였다는 이유로 30~40분간 명치를 때렸다. A일병은 폭행 직후인 당일 오후 10시30분 무렵 숨이 막혀 기절했다. 중대장이 응급조치를 하고 민간병원으로 이송해 새벽 1시쯤 의식을 되찾았다. 당시 A일병의 가슴 연골은 상체를 일으키기 어려울 정도로 부어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간부들은 A일병이 폭행으로 기절했다고 병원에 알리지 않았다.
군인권센터는 A일병이 퇴원 후 자대로 복귀한 6월28일 이후 부대원들의 2차 가해가 지속됐다고 밝혔다. 김 사무국장은 “소속 대대 주임원사는 A일병에게 ‘네 정신력의 문제다’ ‘이 정도면 많이 쉬지 않았냐’라고 말하면서 마치 피해자가 인내심이 없어 이런 문제가 생긴 것처럼 탓했다”며 “A일병이 청원휴가를 나간 7월13일에는 ‘다른 동기들도 구타를 당하는데 왜 너만 그러느냐’며 피해 호소를 꾀병 쯤으로 취급했다”고 말했다.
현재 청원휴가를 나온 A일병은 PTSD와 우울감 등으로 정신과에 입원한 상태다. 가·피해자 분리는 C상병이 다른 부대로 전출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김 사무국장은 “사건 처리를 위해 부대가 취한 대응들도 문제가 많다”며 “가혹행위를 인지하고도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저지른 주임원사 등도 엄정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해병대에서 병영 악·폐습이 사라지지 않는 데는 구타·가혹행위를 견뎌내야 하는 것으로 치부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일부 간부들의 태도도 한몫 한다”며 “해병대라는 이유로 인권 침해가 용인될 수 있다는 시대는 이미 예전에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비슷한 일이 발생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4월에도 해병대 연평부대에서 충격적인 구타·가혹 행위와 성고문, 식고문 등이 발생했지만, 해병대가 가해자의 인권보호 등을 운운하며 불구속 수사를 이어간 일이 있었다”면서 “조직의 면면에 자리한 인권침해를 ‘그럴 수도 있는 일’ 정도로 치부하는 그릇된 인식이 뿌리부터 바뀌지 않는다면 인권 침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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