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규제 완화 대신 '고스톱 더 치라고'?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온라인 베팅 게임 월 구매 한도가 50만원에서 70만원으로 늘어났다. 국민들이 고스톱과 포커, 바둑 등 돈을 걸고 하는 사행성 게임을 더 자주, 많이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내용은 국무총리실이 28일 발표한 140개 규제혁신 완료과제 중 하나로 제시됐다. 대형마트 영업제한 완화 등 이해관계자가 많은 덩어리 규제는 재검토 규제로 분류돼 다음달부터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정부 출범 2달여만에 1004개 규제혁신 과제를 취합해, 이중 140개의 규제 완화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규제 완화 사례의 내용을 살펴보면 사행성 게임 장려 방안을 비롯해 규제혁신이 맞는지 물음표가 생기는 사업들이 대거 담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2차장이 지난 27일 진행한 브리핑에서도 '사행성 게임의 구매한도를 확대한 것이 시급한 규제 완화였는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 차장은 이에 대해 "액수가 너무 적으니까 조금 상향 조정을 해달라는 건의가 많았다"며 "700만원 등으로 대폭 늘렸으면 말이 안되지만 현실에 맞추자는 차원에서 약간 조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게임업계는 이 조치를 상당히 반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구매 한도가 6년째 50만원으로 고정돼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것이다. 다만 사행산업의 특성상 적절한 규제가 있어야한다는 의견도 상당수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외에도 단순히 복지 대상과 규모를 늘린 경우가 대거 규제혁신 사례로 등장했다. 2009년 이전 학자금대출자에게만 해주던 저금리 전환대출을 2010~2012년 대출자까지 확대하는 내용은 규제를 풀었다기보다는 복지 대상을 확대한 정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를 깎아주고, 택배기사 등 9개 특수고용직종의 산재보험료를 50% 경감해준 조치도 규제혁신 보다는 복지정책 조정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된다.
아동 구강건강을 위해 구강검진 횟수를 늘려주거나 취약계층의 공공산후조리원 이용지원을 확대하는 조치도 복지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지 규제를 완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피해 납세자의 부가·법인·소득세 납기 연장 등 재난상황에 따른 일시적 조치도 규제혁신 사례로 제시됐다.
보기에 따라 규제를 새롭게 도입한 사례도 규제 완화로 포장됐다. 동물병원 진료비용 고시제도를 도입한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동물병원 개설자가 수술과 수혈 등 중대진료를 하기 전 동물 소유자나 관리자에게 진료비용을 고지하고 병원 내에 게시토록 하는 내용이다. 반려인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제도가 도입된 것이지만 동물병원에겐 규제가 추가된 것이다. 북한이탈주민 자녀를 어린이집에 우선 입소하도록 한 것도 어린이집 입장에선 새로운 규제가 도입됐다고 볼 수 있다.
국민들이 실제 중요한 규제라고 생각하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완화 등 굵직한 혁신은 아직 나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등이 나서 '규제혁파'를 외친 것과 달리 실제 주요한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규제혁파에는 어울리지 않는 과제들을 규제완화 사례로 분류해 성과 부풀리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정원 차장은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완화 등 덩어리 규제는 부처 간 협의와 이해관계자 갈등을 해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161건의 재검토 과제 안에 들어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덩어리 규제를 완화할 방안을 찾는 규제혁신추진단이 다음달 1일부터 운영이 시작된다"며 "풀기 어려운 규제를 선별해 추진단이나, 규제심판부 등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발표된 규제개선 과제 중 사립대학의 재산관리 규제를 완화한 것을 의미있는 사례로 꼽았다. 사립대학의 건물에 입점할 수 있는 업종에 관한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 사행성·유흥 업종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내용이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지출할 수 있는 항목을 확대해 스마트 장비, 건설 노동자 휴게시설 등에도 지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소개했다. 이 차장은 "정부 내에서 당장 하위 법령으로 할 수 있는 규제완화부터 시작한 것"이라며 "작더라도 규제개선 성과가 모일 때마다 국민들께 알리겠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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