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서 CEO까지..위상 확 달라진 사내변호사 [법조 플러스-로펌 인사이드]
시장포화·준법경영 부각·워라밸 중시
중견급 베테랑서 로스쿨 1~3기까지
고소득 보장 대형로펌 떠나 기업으로
승진기회 열려있고 열정 부활 동기부여
로펌들 사내변호사 별도관리도 한몫
고소득이 보장되는 대형로펌을 떠나 기업으로 향하는 변호사가 늘고 있다. 변호사 3만명 시대로 법조시장이 포화됐고, 준법경영을 강조하는 기업 수요가 맞물린 탓이다. 돈을 덜 받더라도 ‘워라밸’을 지킬 수 있는 여건도 강한 요인이다. 법조인이 주요 기업 CEO에도 오르면서 사내변호사의 위상도 달라졌다.
28일 한국사내변호사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회원수는 2384명이다. 2011년 출범 당시 800명에 불과했지만, 사내 변호사들이 증가하면서 3배가량 늘었다.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를 감안하면 실제 활동하는 변호사는 이보다 더 많다.
사내변호사는 법무법인(로펌)이 아닌 기업에 소속돼 회사일을 하는 변호사다. 계약서 검토 등 법률 자문을 하고, 송사가 생기면 로펌과 협업하는 역할을 한다. 법령이 바뀌어 기업 경영 활동에 변화가 생기면 법률상 위험을 찾아내 예방하기도 한다. 이제 막 변호사 활동하는 새내기뿐만 아니라 10년차 이상 베테랑까지 사내변호사로 활동하는 경우가 늘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지금은 로스쿨 1~3기 변호사를 어느 로펌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다 기업으로 갔다”며 “10년차 정도의 일 잘하는 변호사들이 국내외 기업으로 빠진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 로스쿨 졸업을 앞둔 재학생은 “작은 규모 로펌으로 가는 것 보다는 대기업 사내변호사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사내변호사 증가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우선 변호사가 3만명을 넘으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기업은 준법경영이 강조되는 환경이 형성됐다. 사내변호사회가 출범하던 2011년에는 변호사 수가 1만명대였지만, 현재는 3만 2000여명 수준이다. 법조시장이 포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 처우를 갖춘 사내변호사 취업 경쟁도 치열해졌다. 대형로펌에서 고정급여를 받던 저연차 고용변호사가 퇴사 후 개업하지 않고 기업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워라밸’이 중시되는 사회 분위기에서 로펌에 비해 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점도 요인이다. 평일 새벽 근무, 주말 반납도 빈번한 높은 근무 강도 대신 52시간제를 시행하는 기업에서 삶의 질을 택하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요새는 사내변호사들이 과거에 비해 급여가 높아졌고, 스타트업은 (로펌보다) 더 많이 주는 곳도 있다”며 “근무 강도에 불만족이 생기면 나가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형로펌들은 기업 이직 사례가 예년에 비해 확연히 증가했다고 입모아 말한다.
사내 변호사의 위상도 달라졌다는 평가다. 공정거래, 정부 규제 강화, ‘오너 리스크’ 관리 등 상시 준법경영이 부각되면서 사내변호사의 위상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금융회사에서 근무하는 한 변호사는 “예전에 비해 법이나 규제를 물어보고 합법인지 평가해달라는 업무가 굉장히 늘어났다”며 “회사들도 법을 지키려는 의지와 노력이 커진 상황에서 같은 공간에서 일하니까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과거엔 계약건만 주로 검토했다면 이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내부고발, 노무 대응 등 역할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예전엔 법무실에서 (승진이) 끝났는데 요새는 대부분 임원 내지는 부사장까지 간다”고 말했다.
사내변호사들은 로펌에게 사건을 주는 구조 아래 헤게모니를 쥔 ‘실질적인 갑’이라고도 인식된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가령 A로펌 출신 변호사가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기업으로 가면, 그 기업에서 (사건을)주겠나”며 “사내변호사들한테 찍히면 끝난다. 슈퍼 갑”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요 대형로펌들은 기업으로 떠난 변호사를 따로 관리하고 있다. 한 로펌 관계자는 “이분들이 일을 주는 상황이 되니까 좋은 관계로 마무리하도록 하고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변호사 출신 대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IT선도기업 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 5개 기업 중 2곳이 법조인 출신 대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법무법인 율촌에서 인수합병(M&A), 자본시장, 기업 지배구조 분야에서 변호사로 경력을 이어가던 중 2019년 네이버로 옮겼다. 글로벌사업지원부에서 해외 사업을 담당하다 지난 3월 대표가 됐다. 강한승 쿠팡 대표도 대표적인 법조인 출신 CEO다. 서울고법 판사,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을 역임한 강 대표는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다 2020년 쿠팡에 영입됐다. 지난해 쿠팡 대표이사를 맡아 법무, 경영 등 회사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강성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수석부사장도 변호사 출신이다. 강 부사장은 김앤장을 거쳐 법무법인 지평지성 대표변호사를 지냈다. 대우조선해양, 현대카드 지분 매각 등 대형 M&A 시장에서 활약해 이름을 알렸다. 이밖에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서울고법판사를 지내고 김앤장에서 활동했던 함윤식 전 변호사가 부사장으로 있다.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추세도 뚜렷하다. 대형로펌에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적극적인 사업모델 개발과 맞물린 법률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법무팀을 꾸려 대응에 나선다. 올해부터 본격 해외사업 진출을 준비 중인 한 스타트업은 2명의 변호사를 고용했다. 합류한 10년차 변호사는 “대기업은 비교적 틀에 짜여진 업무로 구성되고, 법무팀 특성 상 성과를 내고 승진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반면 승진 기회도 보장되고 열정을 다시 깨울 수 있다는 점이 동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 로펌 관계자는 “트렌드가 대기업으로 간 뒤 IT기업으로 간다” 며 “특히 로스쿨 출신들은 아무래도 사시 출신에 비해 집안 사정도 좋은 경우가 있어 돈을 덜 받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김성한 한국사내변호사회장은 “(사내변호사 증가는)경영활동과 사내 조직 문화에서도 법치주의가 장려되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유동현 기자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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