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의 아침] 기상천외한 시험지 유출..소 잃고도 외양간 안 고쳤나?
- 시험지 유출 학생들, 교사들 컴퓨터에 악성 코드 심어 해킹
- 잠기지 않은 창문으로 교무실 3곳 침입..방범·경보 장치 작동 안 해
- 시험지 유출 학생들, 상위권 성적..1월부터 범행 모의
- 시험지 유출 학교, 4년 전에도 시험지 유출 사건으로 홍역
- 광주시교육청, 교사 컴퓨터 캐비닛 보관 등 보안 관리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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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명 : [출발! 무등의 아침]
■ 방송시간 : 08:30∼09:00 KBS광주 1R FM 90.5 MHz
■ 진행 : 정길훈 앵커(전 보도국장)
■ 출연 : 손준수 KBS 기자
■ 구성 : 정유라 작가
■ 기술 : 임재길 감독
▶유튜브 영상 바로가기 주소 https://youtu.be/3VK_nSrUvbs
◇ 정길훈 앵커 (이하 정길훈): 최근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 2명이 기말고사와 중간고사 시험지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나 교육계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교사의 컴퓨터를 해킹하는 기상천외한 수법을 썼다는데요. 이 사건을 취재한 KBS 손준수 기자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 KBS 광주방송총국 손준수 기자 (이하 손준수): 안녕하십니까?
◇ 정길훈: 시험지 유출 사건 어떻게 알려졌지요?
◆ 손준수: 저도 이 이야기를 듣고 많이 충격적이었는데요. 고등학생이 했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방법이었습니다. 그래서 전국적인 관심도 많이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해당 학교는 광주의 한 고등학교인데요. 2학년 기말고사에서 사건이 시작됐습니다. 7월 11일과 그리고 7월 12일, 7월 13일에 치러진 자연과학 그리고 한국사, 수학2 그리고 생명과학 네 과목 시험이 끝나고 나서 7월 18일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신고를 한 것입니다. 같은 반에서 시험 봤던 학생들이 A군이 시험 끝나고 나서 시험지 모퉁이에 있는 종이를 찢어서 버리더라. 이것을 의심하고 학생들이 쓰레기통에서 주워서 맞춰본 것이지요. 보니까 숫자가 적혀 있어서 혹시 시험 문제가 유출된 것이 아니냐 문제제기를 했고. 이것이 학교 측과 교육청에 보고가 됩니다. 학교가 지난주 수요일 7월 20일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게 된 것입니다.
◇ 정길훈: 수사 의뢰를 받은 뒤에 경찰 수사 어떻게 진행됐습니까?
◆손준수: 지난 20일에 수사 의뢰되면서 A군은 업무 방해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그러고 나서 경찰이 이틀 뒤인 금요일 7월 22일 저녁쯤에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습니다. 그리고 주말이 지난 다음 월요일 아침 등교 전에 경찰이 A군의 집을 찾아가서 A군의 휴대폰과 공책 그리고 노트북 컴퓨터 세 가지를 압수합니다. 이유는 A군이 어디에서 외우기 위해서 답을 적어 놓은 것이 아닌가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압수한 것인데요. 압수물을 분석했고 A군도 그날 나와서 조사를 받습니다. 처음에는 약간 부인하는 식으로 가다가 결국 압수물과 여러 가지 정황 증거들을 보고 스스로 자백합니다. 유출을 했다고. 그리고 유출을 하면서 공범이 있었다. 공범은 같은 학교 다른 반 친구인 B군과 함께 시험지를 유출했다고 진술합니다. 그래서 7월 25일 이번 주 월요일이지요. 그날 A군이 자백하고 그리고 공범인 B군을 경찰이 업무 방해 혐의로 입건합니다. 그리고 긴급하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서 B군의 노트북과 휴대폰을 압수하고요. B군을 조사했고 B군도 함께 자백하면서 이 사건이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경찰은 그다음날 시험지가 유출됐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 정길훈: 시험지를 빼돌린 수법이 굉장히 특이했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수법이었는데요. 교사의 컴퓨터에 악성 코드를 심었다는 것인데요. 어떻게 된 것이지요?
◆ 손준수: 저도 이 이야기를 듣고 많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특히 경찰서에서 같이 취재하고 있는 기자들도 이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서 순간적으로 웅성거릴 정도로 놀랐는데요. 악성 코드 아실 것입니다. 컴퓨터를 하다 보면 가끔 뜨는 것이 있는데 악성코드를 의도적으로 심어서 거기에서 시험지를 유출했습니다. 악성 코드로 컴퓨터 화면을 캡처한 것입니다. 컴퓨터를 주기적으로 일정 시간을 맞춰 놓고 몇 초에 한 번씩 컴퓨터 화면이 캡처되게 만들었다고 보면 됩니다. 악성 코드는 B군이 직접 시중에 돌아다니는 것을 다운 받아서 프로그램을 디자인해서 교사 컴퓨터에 심었다고 이야기를 했는데요. 선생님들이 작업하고 있는 화면이 실시간으로 캡처가 되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선생님들께서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다 보면 시험 문제를 만들다가 해당 화면이 찍힐 것이고 찍힌 화면이 컴퓨터에 저장되는 것이지요. 해당 학생들은 USB라고 불리는 이동식 저장 장치를 가지고 가서 선생님들의 컴퓨터에 처음에 악성 코드를 설치하고 그리고 3~4일 정도 뒤에 다시 방문해서 저장된 사진을 수거해가는 방식으로 시험지를 유출했다고 보면 됩니다. 1개의 컴퓨터당 20분 정도 소요됐다고 하는데요. 뒤에 가서 말씀드리겠지만 중간, 기말고사에서 다 사용했는데 예를 들어서 9과목이 유출됐다고 하면 한 컴퓨터당 20분 정도 되겠지요. 180분가량 되니까 한 번에 3시간 정도 했을 수 있습니다.
◇ 정길훈: 교사들 컴퓨터에 악성 코드를 심으려면 이 학생들이 교무실에 들어갔다는 이야기잖아요. 일과 시간에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고. 어떻게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까?
◆ 손준수: 밤 10시 이후에 택시를 타고 학교에 간 것으로 현재까지는 알려졌습니다. 심야 시간에 학교에 들어간 것인데요. 처음에 간 곳은 학교 본관에 있는 4층 교무실입니다. 여기를 학교 소강당 쪽으로 들어가서 외벽 난간을 잡고 창문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처음 알려졌는데요. 그러고 나서 조금 더 알아보니 중간고사도 시험지가 유출됐고 해당 학생들이 본관에 있는 4층 말고 본관 2층에 있는 교무실에 가서도 시험지를 빼돌린 것인데요. 2층 같은 경우에는 지면에 배수통 있지요. 물 내려갈 수 있게 하는 배수통. 그 기둥을 붙잡고 창문을 넘어갔다. 상당히 위험했지요. 또 한 곳은 별관에 있는 진학상담실인데요. 이곳은 한국사 선생님이 계신 곳이었는데 기말고사 때 한국사 시험을 보니까 거기에 들어가서 시험지를 가져왔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리고 A군이 망을 보고 B군이 들어가서 작업을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 정길훈: 우리가 컴퓨터를 사용해 보면 초기 화면에 암호를 걸어놓잖아요. 교사들도 노트북에 암호를 걸어놨을 텐데 이것을 어떻게 풀었을까요?
◆ 손준수: 말씀하신 그대로 암호가 걸려야 됩니다. 시험 원칙 중 하나인데요. 그런데 학생들은 인터넷에서 암호 푸는 방법을 배워왔다고 합니다. 먼저 컴퓨터를 부팅할 때 바이오스 비밀번호라고 컴퓨터 내부에 있는 비밀번호가 있습니다. 암호와 윈도우 운영체제 비밀번호와 이중 잠금이 되어 있는 것인데요. 학생들은 먼저 컴퓨터 자체 비밀번호인 바이오스 비밀번호는 일부러 세 차례 틀린 다음에 오류 메시지가 뜨면 오류 메시지에 자신들이 알아온 인터넷에 있던 코드를 입력하면 해독해주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이것을 사용해서 컴퓨터 비밀번호 풀고 윈도우 같은 경우에는 악성코드를 담았던 USB에 설치 파일을 가져와서 관리자 계정을 하나 더 만든 다음에 접속을 해서 작업했다고 합니다. 또 학교에는 보안 업체에서 운영하는 시설이 하나 있는데요. 보안 장치가 있는데 보안 장치는 그 당시에 작동이 안 됐다고 현재까지 알려졌습니다.
◇ 정길훈: 이 사건이 알려진 초기에는 기말고사 시험지가 유출됐다고 했는데요. 경찰 수사가 진행되다 보니까 중간고사 때도 시험지 유출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지요.
◆ 손준수: 네. 그렇습니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해당 학생들은 기말고사에서 9과목 그리고 중간고사에서 7과목을 빼돌린 것입니다. 요즘 학생들은 대학교 수강 신청처럼 선택 과목을 정해서 수업을 듣는데요. 총 시험은 공통 과목 6개, 선택 과목 4개 총 10개의 시험이 진행됩니다. 이중에서 선택 과목을 학생 1명당 2개까지 시험을 볼 수 있고 그리고 학생들은 선택 과목 2개와 공통 과목 6개를 포함해서 8과목을 시험 봤다고 보면 되는데요. 이들은 서로의 선택 과목까지 챙겨가면서 시험지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고요. 문제는 영어 과목만 유출에 실패했습니다. 당시 영어 선생님께서 책상에 노트북을 올려놓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데 어디에 둔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영어 과목은 유출에 실패했습니다.
◇ 정길훈: 시험지 빼돌린 학생들의 성적은 잘 나왔습니까?
◆ 손준수: 대부분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특히 캡처가 잘 된 답안지 있지요. 악성 코드가 시험지 작업하는 모습을 촬영하기 때문에 답안지가 잘 나온 이미지 파일이 있는 곳은 성적이 잘 나왔는데 절반만 찍힌 부분도 있을 것이고 잘 안 나온 부분도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성적이 조금 안 좋게 나왔다.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전 과목 100점을 맞지 않고 일부 과목은 시험을 못 보니까 의심을 피할 수 있었다, 이렇게 보기도 합니다.
◇ 정길훈: 학생들이 시험지를 빼돌릴 생각을 한 것이 언제부터였을까요?
◆ 손준수: 알려진 바로는 올해 1월부터 계획했다고 합니다. 먼저 프로그램을 개발한 B군이 A군에게 가서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악성 코드 방법이나 침입 방법 이런 것도 B군이 현재까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고 굉장히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두 학생이 그렇게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도 아니라고 합니다. 내신 등급이 2등급 정도이고 모의고사도 1.5등급 정도의 성적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번에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서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 정길훈: 이번에 시험지가 유출된 학교가 4년 전에도 시험지 유출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던 학교지요.
◆ 손준수: 네. 그렇습니다. 4년 전에도 문제가 됐습니다. 시험지를 빼돌렸던 행정실장과 학부모가 구속됐습니다.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최근에 수감 생활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사건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이라고 해서 시험지 유출로 인해서 교육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이후로 평가 과정, 보안 시스템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 정길훈: 그것 관련해서 궁금한 것이 학생들이 교무실을 침입했는데 교무실에 경보 장치, 보안 장치 이런 것이 설치되어 있었을 텐데 이것이 왜 작동을 안 했을까요?
◆ 손준수: 교무실 같은 경우에는 그 당시 임시 교무실, 공사 중이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특징이 하나 있다면 교무실 안에는 CCTV 카메라가 아예 없었다고 합니다. 교무실 안을 들여다볼 수도 없고 교무실 밖에도 찍히는 화면이 하나도 없었다고 하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의심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 정길훈: 이번 사건 계기로 광주시 교육청이 관련 대책을 내놨다는데 한번 정리해주시겠습니까?
◆ 손준수: 광주시 교육청은 시험 출제부터 채점까지 단계별 보안 관리 강화 매뉴얼을 일선 학교에 내려보내고 이를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원래 고교 시험 같은 경우에는 철저한 보안 관리 속에서 4단계로 진행이 되는데요. 출제 단계에서는 학생들이 교무실 같은 데는 출입 통제가 되고 교사는 출제 파일을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면 안 되고 통신상으로도 전달하면 안 됩니다. 또 그리고 시험지 인쇄와 보관, 채점까지 2명의 관리자가 따로 비밀번호 등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각종 유출 경로를 차단하는 것인데요. 여기에 이제 이번에 강화된 매뉴얼은 교사들의 노트북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까? 퇴근할 때 해당 노트북을 캐비닛에 무조건 보관을 해야 됩니다. 그리고 교무실 시건장치를 강화하고요. 출제 기간에는 교무실 비밀번호를 임시로 바꾸는 그런 식으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이번 사건이 사회 분위기를 말해주는 것도 있는데요. 성적 지상주의도 문제가 되고 사회적으로 공정이 중요하다 보니까 이번 사건이 안타까운 문제로 더 알려지게 됐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친다는 심정으로 변화가 있어야겠습니다.
◇ 정길훈: 잘 들었습니다.
◆ 손준수: 감사합니다.
◇ 정길훈: 지금까지 KBS 손준수 기자였습니다.
정길훈 기자 (skynsk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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