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임금 달라 하자 기숙 학원에서 벌어진 일

김예리 기자 2022. 7. 2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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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스터디 기숙학원 노동자에 보복성 차별 지시·따돌림
'기숙사문 엿보기' 밤새 하루 1500여번…욕설·폭언까지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메가스터디 기숙학원에서 숙직 노동자에게 휴게시간에도 일을 시키다, 당사자가 이에 대한 수당을 달라고 요구하자 관리자가 보복성 괴롭힘을 가했다는 진정이 제기됐다. 고용노동부는 임금체불을 인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괴롭힘은 '직원들 사이 일'로 판단해 메가스터디에 자체 조사를 맡겼다.

윤성민씨(가명)는 지난달 22일 노동부 경기지청에 메가스터디를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제기했다. 윤씨를 대리하는 최진수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노무사는 “임금체불 신고는 노동자의 권리인데, 이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응보 형태의 괴롭힘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씨는 2년 전부터 용인 메가스터디 러셀기숙학원 '야간학생관리팀'에서 일했다. 팀원 5명이 450여명을 수용한 5층 기숙사를 한 층씩 맡아 순찰하고, 응급상황이나 학생 면담 등 민원에 대응하는 일이다. 학생들 취침 시간인 밤 11시에 출근해 기상 뒤인 7시 30분에 마쳤다. 8시간 반 밤샘 노동의 대가는 200만원대 초반이었다.

▲용인 양지 소재 메가스터디 러셀기숙학원. 사진=메가스터디 홈페이지

그는 지난 1월 말 노동청에 메가스터디에 대해 야간·휴일수당 미지급 진정을 했다. 8시간 반 가운데 2시간은 휴게시간인데, 윤씨 등 팀원들은 줄곧 기숙사 복도에 놓인 숙직용 책상을 지키는 '대기근무'를 했다는 것이다.

노동청은 지난달 8일 윤씨 측에 임금체불 사실을 확인하는 '체불임금 금품확인원'을 발급했다. 노동청 담당자는 “임금체불로 가닥이 잡혔다는 뜻은 맞지만 확정이 아니며, 기소 여부도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배제와 괴롭힘이 시작된 건 진정 직후다. 관리자인 A 파트장은 2월 거듭 '휴게시간에 근무지 밖에서 쉬라'고 했다. 사실상 윤씨만을 향한 지시였다. “나중에 (휴게시간에 대해) 또 딴 소리를 하려느냐”는 이유였다. 산자락에 있는 기숙학원에서 윤씨 숙소는 차로 10분 거리. 윤씨는 항의했지만, 결국 건물 밖의 자신의 차량에서 시동을 켜고 쪽잠을 잔다.

A 파트장은 출근시간을 1시간 늦춘다는 공지를 윤씨를 뺀 전 팀원에 알려, 윤씨 홀로 출근하기도 했다. 윤씨는 이때부터 팀 회식에서도 배제됐다. 한편 메가스터디 측은 윤씨 진정 직후 다른 팀원들에게는 '현행 근무 형태에 동의한다'는 확인서를 받았다.

▲메가스터디 로고

홀로 기숙사방 귀대기·엿보기 밤새도록 반복

메가스터디 측은 2월 중 순찰 체제를 바꿨다. 원래 매일 1시간 진행하던 '집중순찰'을 6시간 반 내내, 10분 간격으로 하라는 지시다. 집중순찰은 학생들이 자지 않거나 소곤거리는지 모든 호실 문틈으로 일일이 귀를 대고, 문에 달린 렌즈(외시경)로 들여다보는 일이다. 키가 180cm인 유씨로선 매번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숙여 시청각 신경을 집중하는 노동의 반복이다. A 파트장은 CCTV 사각지대에 놓였던 숙직책상도 촬영되는 자리로 옮겼다.

이 체제는 사실상 윤씨에게만 적용됐다. 다른 직원들은 순찰을 돌지 않아도, 휴식 이후 복귀가 2시간 늦어도 지적을 받지 않았다. 반면 윤씨는 CCTV 각도를 벗어나면 단톡방에서 실시간 지적을 수시로 받았다. 윤씨가 A 파트장과 상급자 B씨에게 '차별 지시'를 지적하자 오히려 질책이나 욕설, 폭언을 듣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 달여 버티던 윤씨가 CCTV를 통한 근태 지적에 항의하자 A 파트장은 되레 근무 강도를 높였다. “대기(시간 간격) 없이 계속 숙소 순찰”하라는 것이다. 이날 이후로 7명의 팀원 가운데 윤씨만 밤새 37개 호실 문틈으로 귀 기울이고 들여다보길 반복하고 있다. 그는 “학생들이 기상할 때까지 최소 스무 바퀴를 돌며 같은 동작을 1500번 이상 반복한다”고 말했다.

▲ⓒunsplash (기사와 무관합니다)

윤씨는 노동청에 해당 괴롭힘이 임금체불 보복성으로, 인사권과 업무지시 권한을 가진 사측 관리자에 의한 괴롭힘이라고 주장했지만, 노동청은 이를 '근로자 사이의 괴롭힘'이라고 보고 직권조사하지 않고 사측에 자체 조사를 맡긴 상태다. 윤씨는 괴롭힘이 시작된 지 두 달 뒤부터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메가스터디는 윤씨의 행위자-피해자 분리 조치 요청에 유급 휴가를 부여한 상태다.

“플랫폼 기업 떠받치는 열악한 노동, 알려지지 않아”

메가스터디교육은 지난 2월 연결 기준(자회사 포함) 지난해 영업이익이 99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02.6% 증가했다고 잠정 집계를 공시했다. 매출은 7041억원으로 전년 대비 48.3% 증가했다. 메가스터디는 전국에 기숙학원을 양지, 서초 등 세 곳 두고 있다. 양지 러셀기숙학원은 최상위권 입시생을 수용하는 기숙학원으로 알려져 있다.

메가스터디와 같이 대형 플랫폼 서비스로 알려진 기업들에서 정작 사업을 떠받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실태는 사회적 관심 밖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진 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메가스터디와 같은 기업은 온라인 플랫폼이 주요 사업으로 알려졌지만 그 아래엔 이를 관리하거나 회사 사업에 필수적인 지원 노동을 하는 이들이 있다. 기숙학원 사감의 밤샘 노동도 그 사례”며 “이들의 노동 실태는 알려지지 않았다. 노동조합도 없고 관심이 모이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인 만큼 노동부의 근로감독이나 행정지도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가스터디 홍보 관계자는 “해당 직원이 노동청에 진정을 넣었고 회사도 조사 내용을 청에 제출했다. 결과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지목된 관리자 등 직원에 대해선 “결과를 기다리는 입장이라 당사자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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