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하나 쓰러져야 바뀌지"..폭염 속 선풍기로 버티는 아파트 경비원

라안일 2022. 7. 2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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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하나 크게 쓰러져야 뭐라도 바뀌지 안 그러면 똑같을 거예요. 한여름 에어컨 없는 경비실은 지옥인데 몇 해가 지나도 그대로에요."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26일 대전의 한 아파트 경비실에서 만난 경비원 A씨(64)는 연신 땀을 훔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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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땀으로 범벅이 돼 땀띠 달고 살아...실태조사 후 휴게시설 대책 마련해야

대전의 한 아파트 경비실 내부에 놓여 있는 오래된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다. 이 경비실에서 근무하는 경비원은 살인적인 폭염에도 에어컨 없이 선풍기로 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 대전=라안일 기자

[더팩트ㅣ대전=라안일 기자] "누구 하나 크게 쓰러져야 뭐라도 바뀌지 안 그러면 똑같을 거예요. 한여름 에어컨 없는 경비실은 지옥인데 몇 해가 지나도 그대로에요."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26일 대전의 한 아파트 경비실에서 만난 경비원 A씨(64)는 연신 땀을 훔치고 있었다. 이날 한낮의 온도가 최대 34도까지 올랐는데 한두 평 남짓 경비실에 들어서니 숨이 턱턱 막혔다.

A씨는 좁디좁은 공간에서 에어컨 없이 선풍기로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2대의 선풍기가 경쟁하듯 바람을 내뿜었지만 뜨거운 바람만 나와 더위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선풍기 날개 돌아가는 소리가 시끄러워 A씨와의 대화를 이어가기 어려웠다. 에어컨 바람이 간절했고 경비실 안보다 그늘진 바깥에서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A씨는 주민의 시선을 경계하며 안에서 대화하기를 원했다.

A씨는 여름철 가장 큰 고충을 ‘땀’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침 출근길 인사부터 순찰, 분리 수거, 화단 정리 등 잡다한 일을 하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된다"며 "요즘 같은 때에는 저녁에도 계속 땀이 흘러내려 속옷은 물론 근무복도 종일 젖어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땀을 많이 흘리다 보니 땀 냄새가 심한 것은 물론이고 땀띠가 가라앉지 않아 가려움증을 달고 산다"며 "많은 경비원이 저같이 여름마다 땀띠로 고생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A씨 피부에는 땀띠 자국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대전의 한 아파트 경비실. 경비실 내부에 에어컨은 없었고 선풍기만 있었다. / 대전=라안일 기자

또 다른 아파트 단지의 경비원 B씨도 더위는 그나마 참을 수 있는데 땀으로 인한 고충이 너무 크다고 했다.

B씨는 "남들은 경비실 안에서 편히 쉬는데 얼마나 덥겠냐고 하지만 썬탠도 되지 않는 창으로 햇빛이 그대로 들어오는데 내부 열기는 견디기 힘들 정도"라며 "특히 경비실 주변에 음식물 분리수거통이 있어 창문을 열지 못해 한낮의 경비실은 쉼터가 아니라 찜통이 된다"고 말했다.

또 "에어컨 없이 선풍기로만 이곳에서 버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그렇다고 경비실 밖에 나와 그늘에서 쉬는 것도 주민들 눈치가 보여서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름철 가장 더운 낮에는 점심시간을 포함해 3시간 가까이 쉬지만 에어컨 없는 경비실에서 쉬는 건 쉬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강영도 대전경비관리지부 부지부장은 "노동부가 감시 단속적 근로자에 관한 규정을 개선하고 경비실의 냉방기 설치 여부에 대해 실태조사를 해 경비노동자 근무환경과 휴게시설에 대한 심도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부지부장이 요구한 경비실 냉방기 실태조사는 대전의 5개 자치구가 대신 벌이고 있다. 5개 자치구는 경비실의 에어컨 설치 여부를 전수조사해 오는 8월 31일까지 결과를 대전시에 통보할 예정이다.

raiohmygod@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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