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19일 잠행' 끝.. 대남·대미 '말폭탄' 들고 재등장

서재준 기자 2022. 7. 2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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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절 기념연설.. 대외 강경기조 '논리·기준' 제시
北, 8월 한미훈련 '맞대응' 차원 무력시위 벌일 듯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최근 19일간 잠행했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공개석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과 남한을 향한 대대적인 '비난 말폭탄'을 쏟아내면서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자에서 김 총비서가 전날 '전승절' 69주년 기념행사에서 한 연설 전문을 공개했다. 북한은 한국전쟁(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7월27일)을 '전승절'이라고 부르며 자축한다.

김 총비서는 전국에서 모인 전쟁노병(참전자)들과 이번 행사에 참가한 당 간부들 앞에서 한 육성 연설에서 한미 양국을 위협했다.

김 총비서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8일 이후 처음이다. 올 상반기 비교적 활발히 활동했던 그는 당시에도 당 조직부 생활지도부문 일꾼들을 상대로 강습회를 '지도'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등 당 기강 및 결속 강화에 힘을 쏟았다.

김 총비서의 '19일 잠행'은 올해 가장 긴 것이었다. 특히 북한의 핵실험 전망이 지속돼왔기에 그의 이번 잠행을 신변 이상보다 '핵실험 관련 결정'을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잠행 끝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건강상엔 특별한 이상이 없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육성으로 연설을 마친 뒤엔 무대 아래로 내려와 노병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줬다. 여기엔 지난 5월부터 계속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도 '사실상 종식'됐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담겼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건 김 총비서의 대대적인 대외 메시지다. 그는 지난 6월 당 전원회의에선 대남은 '대적 투쟁', 대미는 '강 대(對) 강, 정면승부'란 원칙적 기조만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연설에선 마치 참았던 심경을 드러내듯 한미를 향한 강한 비난과 위협을 마구 토해냈다.

김 총비서는 특히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윤석열이 집권 전과 후 여러 계기들에 내뱉은 방언들과 추태들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며 하대하기도 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조선 집권자'나 '대통령' 호칭 없이 우리 대통령의 이름만 언급하며 비난을 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그만큼 현재 북한의 대남 '대적 기조' 강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27일 조국해방전쟁(한국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전승절' 69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김 총비서는 또 "더 이상 윤석열과 그 군사깡패들이 부리는 추태와 객기를 가만히 앉아서 봐줄 수만은 없다"며 "강도적 논리로 우리 자위권 행사를 걸고들고 우리 안전을 위협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면 상응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에 대해서도 비난을 쏟아냈다. 김 총비서는 미국이 남한을 '반공화국(반북) 대결'로 떠밀고 있다며 '북한의 위협'이란 개념도 자의적으로 고안했다고 주장했다.

김 총비서는 "미제가 우리 국가(북한)에 대한 국제적 인식과 여론을 조종해 '악마화'하려고 집념하고 있다"며 "우린 미국과의 그 어떤 군사적 충돌에도 대처할 철저한 준비가 돼 있음을 확언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지금 우리 무장력은 그 어떤 위기에도 대응할 철저한 준비가 돼 있으며 우리 국가의 '핵전쟁 억제력' 또한 절대적 힘을 자기 사명에 충실히, 정확히, 신속히 동원할 만전태세에 있다"고도 말했다. 북한이 상반기 선보인 다양한 '핵 투발수단' 시위의 재개는 물론,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까지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김 총비서가 이번에 한미를 향해 대대적인 위협 메시지를 내놓은 건 북한이 윤석열 정부 출범과 이어진 한미동맹 강화 행보와 관련한 '대응' 준비를 사실상 마쳤음을 시사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윤석열 정부에 대한 내부 평가가 끝났음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있다.

우리 정부는 김 총비서가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고 '평가'한 것은 5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내달 시작될 한미 연합훈련을 계기로 이번 김 총비서 연설의 후속 '말폭탄'을 쏟아내고 무력시위 또한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지난 6월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통해 새로 수립한 대남 군사작전계획이 일부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최고지도자의 메시지 이행'을 위한 최선희 외무상과 리선권 당 통일전선부장의 활동 또한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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