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물가와 싸우며 증시도 살렸다"..그 어려운 일 해낸 파월

이정훈 2022. 7. 2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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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두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역대급 통화긴축
파월 "인플레이션과의 전투 주저하지 않겠다" 전의
新채권왕 군드라크 "연준 정책 정상화..파월 신뢰 회복"
'경제도 살피겠다'는 파월의 변신에 증시도 '환호성'
"파월, 시장 매료 시켜..인플레 안정 달성에 믿음 줘"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이번 정책금리 인상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더 이상 경제지표에 후행적(behind the curve)이진 않게 됐습니다. 이것이 바로 (연속적인 자이언트 스텝에도) 주식시장이 크게 안정을 되찾은 이유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신뢰도가 역대 최고는 아니어도 꽤나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채권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신(新) 채권왕`이라 불리는 제프리 군드라크 더블라인캐피탈 최고경영자(CEO)는 한동안 인플레이션에 대한 미온적인 대처로 인해 비난을 받았던 연준이 두 차례 연속된 자이언트 스텝 결정을 계기로 달라진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본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27일(현지시간) 이틀 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면서 정책금리를 종전 1.50~1.75%에서 2.25~2.50%로, 단번에 0.75%포인트(75bp) 인상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정책금리로 하루짜리 연방기금금리(FFR)를 사용한 1990년 이후 가장 가파른 금리 인상 조치다.

이 같은 정책 행보는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년 만에 최고인 9.1%까지 뛰는 등 요동치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것이다. 금리 인상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파월 의장은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인플레이션과의 전투에서 주저하지 않겠다”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다”며 전의를 다졌다.

다만 이번 75bp 인상으로 부담을 털어낸 파월 의장은 한결 여유로워졌다. 그는 “통화정책 기조가 더 긴축적으로 가고 있는 만큼 누적된 정책이 미국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평가하면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인플레이션 최우선`만 외쳤던 파월 의장이 처음으로 `계속된 금리 인상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보겠다고 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미국 정책금리도 지난 2018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온 만큼 주변도 둘러 볼 여유가 생긴 셈이다.

이 대목에서 연속적인 자이언트 스텝에 숨 죽이고 있던 뉴욕 증시는 환호했다.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있던 오후 2시30분부터 급등세를 탄 증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2.6%, 나스닥지수 4.1%라는 폭발적인 랠리를 연출했다.

“고용은 아주 좋지만, 생산과 소비에서 일부 둔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던 연준 성명서처럼, 파월 의장 역시 연준의 통화긴축이 미국 경제를 둔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 “연말 정책금리가 3.25~3.50%까지 올라갈 수 있다”며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지만, 이는 시장 예상대로 9월에 75bp 인상이 한 번 더 이뤄질 경우 11월에 25bp만 더 올리고 나면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날 수도 있는 수준이다. 이미 시장은 내년 여름 전후로 연준이 정책금리를 다시 내릴 수 있다고 점치기 시작했다.

27일(현지시간) 하루 동안의 다우지수 추이

결국 인플레이션도 최우선으로 잡아야 하고, 만약에 있을 지 모르는 경기 침체도 미리 차단하면서 주식시장까지도 안정시켜야 하는 위험한 줄타기를 파월 의장이 보기 좋게 해낸 셈이다. 실제 75bp나 정책금리를 인상했음에도 미국 국채 금리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이날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3.06%까지 뛰었지만 종가엔 전날보다 1bp밖에 뛰지 않은 2.98%를 기록했고,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보합권에서 안정됐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에서 아이셰어스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전략을 책임지고 있는 가르기 차우드리 대표는 “연준이 자신들의 정책이 경제와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이 안도할 수 있었다”며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 금리 인상이 자칫 경제 성장을 갉아 먹을 수 있다는 걸 연준이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경제지표에 따라 정책을 유연하게 펼 것”이라고 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시장이 파월 의장에 매료되면서 연준 정책 효과에 대한 믿음까지 가지게 됐다고 보는 쪽도 있었다.

미국 2년만기 국채 금리 추이

빈스 라인하트 드리퓌스앤드멜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이 예상했던 것에 비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이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이 했던 발언에 매료됐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파월 의장은 연준의 최근 경제 전망이 거의 제대로 들어맞고 있다고 했는데, 이에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 정책이 결국 인플레이션 하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장의 결과가 경제적 결과로 이어질 것인지는 문제”라고 단서를 달긴 했지만, “이런 연준의 속도 조절은 현 주가에 청신호”라며 “파월 의장도 정책금리를 올리는데 증시가 이를 좋게 받아 들인다면 굉장히 편안하게 느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앞으로도 갈 길이 먼 연준이 벌써부터 경제와 주식시장까지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을 불편해 하기도 했다.

짐 캐런 모건스탠리 글로벌 채권전략부문 대표는 “지금 연준은 굉장히 진지하게 금리 이상에 전념하고 있는데, 시장은 이를 충분히 심각하게 받아 들이지 않는 것 같다”며 “(통화긴축 과정에서) 증시가 상승랠리를 보이고 크레딧 스프레드가 좁혀지면 연준이 계획보다 더 빠르고 크게 금리를 올려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이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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