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 먹이고 내기 골프 쳐 6000만원 딴 사기 일당 '덜미'
골프 애호가인 A씨(52)는 지난 4월 8일 친구 B씨(52)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친구들끼리 화끈한 내기 골프를 한번 치자”는 내용이었다. 실력이 뒤지지 않은 A씨는 “제대로 한번 붙어 보자”며 흔쾌히 받아들였다. 라운딩이 시작되기전 B씨는 “맛 좋은 커피를 가져 왔으니 한잔 하라”면서 커피잔을 건넸다. A씨는 고마운 마음으로 커피를 들이 마셨다. 1타당 30만원이 걸린 라운딩이 시작됐다. 홀이 더해 질수록 내기는 커졌다. 1타당 50만원으로 뛰었다가 이내 100만원으로 커졌다. 내기는 1타당 200만원의 핸디플레이(경기를 마친 후 자신의 핸디보다 더 친 타수만큼 벌금을 내는 방식)도 겸했다. 그런데 평소 건강을 자신했던 A씨의 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리가 휘청거리더니 기억이 잘 나지 않고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A씨는 이날 내기골프에서 6000만원을 잃었다. 라운딩 전 마신 커피가 문제였다.
전북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익산의 한 골프장에서 수면제 성분의 로라제팜이 함유된 약품을 커피에 몰래 타 마시게 한 후, 동등한 조건에서 내기골프를 하는 것처럼 피해자를 속여 6000만원을 편취한 일당 2명을 구속하고, 2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검거현장에서 로라제팜 성분의 의약품 150정도 압수했다. 신경안정제인 로라제팜은 예비마취제로 사용되며 기억상실 작용도 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의료용 마약류로 분류돼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구입한 가능하다.
경찰 조사결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피의자들은 철저히 역할을 분담해 피해 대상자를 물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약물커피 제조는 약사가 맡았고, 호구물색(피해자 섭외), 꽁지(금전대여), 바람잡이 역할을 각자 했다.
이들은 커피를 마신 후 몸에 이상징후를 느낀 A씨가 “골프를 칠 수 없을 것 같다”며 게임 중단을 요구하자 얼음물과 두통약을 주면서 라운딩을 이어가게 만들기도 했다.
심남진 마약범죄수사대장은 “피해자를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섰고, 골프장에서 커피에 약물을 타는 영상 등을 확보했다”라며 “고액의 내기골프는 도박에 해당할 수 있어 하지 않는게 바람직하고, 골프 경기중 어지럼증이 일시적이지 않고 장시간 지속된다면 범죄 피해를 당하고 있는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A씨는 “경기 초반부터 다리가 휘청거리기 시작하더니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집에도 대리를 시켜줘서 도착했다”면서 “귀가해서도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아 병원에 다녀온 뒤 신고했다”고 전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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