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지구대장·파출소장 회의'도 무기한 연기.."행안부 장관에게 빌미 줄 우려"

이유진 기자 2022. 7. 28. 10: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찰국 신설안' 시행 앞두고 대응 모색
회의 제안 유근창 경감 "철회 아닌 연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총경을 대기발령하는 등 경찰 지휘부의 강경한 조치에 반발한 일선 경찰들이 25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으로 보낸 근조화환이 내려지지 못한 채 트럭에 실려 있다. 강윤중 기자

‘14만 전체 경찰회의’가 취소된 데 이어 일선 경찰들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오는 30일 열기로 한 ‘지구대장, 파출소장 회의’도 28일 무기한 연기됐다. 경찰 지휘부와 일선 경찰 간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던 ‘경란’은 사그라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의를 제안한 경남 마산동부경찰서 양덕지구대장 유근창 경감은 이날 경찰 내부망에 ‘7월30일 행사는 연기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유 경감은 “저는 경찰인재개발원이 아닌 다른 장소, 우리에게 정말 의미 있는 장소, 검찰은 절대 없지만, 우리에게 늘 있는 숭고한 장소에서 30여명 내외의 동료들이 모이는 작은 ‘행사’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유 경감은 이어 “행사 추진에 많은 우려와 걱정을 전달해 주시고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조언해 주시는 동료분들이 많았다”면서 “그리고 이대로 멈추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고 경찰국 설치는 끝까지 저지해야 하므로 함께 하자는 동료분들도 많았다”고 했다.

유 경감은 그러면서 “저의 행동에 대한 의견은 다소 다르지만, 분명히 행안부 경찰국 졸속 추진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는 하나였다”며 “이미 많은 분들이 저에게 개인적으로 참석 희망 표시를 하셨지만, 자칫 알려지면 많은 취재가 예상되고, 그 취재를 통해 참석자가 공개되면 ‘희생’만 발생할 것”이라고 썼다.

유 경감은 “이 부분이 많이 걱정됐다”며 “우리들의 처절한 희망을 ‘갈라치기’ 등으로 악용하는 행안부 장관에게 또 다른 빌미를 줄 수 있다. 하여 행사는 잠시 연기하려 한다”고 밝혔다. 유 경감은 회의가 열리지 않게 된 것에 대해선 ‘철회’가 아닌 ‘연기’라며 거듭 강조했다.

당초 이 회의는 ‘14만 전체 경찰회의’에 호응해 추진됐다. 하지만 전체 경찰회의를 제안한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은 전날 “국회가 이러한 불법적인 경찰국 설치에 대하여 입법적으로 반드시 시정해주실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30일 개최를 예고했던 회의를 자진철회했다.

잇단 경찰 집단행동 철회 배경엔 경찰국 신설 등을 담은 정부 시행령이 다음달 2일 시행을 앞둔 이상 현실적인 대응법을 찾아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경찰 지휘부가 집단행동에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것도 부담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 지휘부는 지난 23일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총경회의)’에 따른 조처로 집단행동 금지 지침을 각 시도경찰청에 하달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총경회의를 ‘쿠데타’에 빗대 논란이 됐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