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분 봉지' 아파트 사건에 "배설물 방치도 문제지만, 책임은 사측에 있다"

김동환 2022. 7. 2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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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차 노동자 김산씨, CBS 라디오에서 "대부분 노동자가 그럴 거라 생각하지 않아"
피해 세대 입주자들 격분..건설사 측 "미흡한 작업자 관리 죄송하다, 성실히 피해 보상"
김산씨 "일하는 분들 어느 정도 알던 내용".."원청사 비용 절감 위해 편의시설 미흡" 주장도
전국건설노동조합도 열악한 환경 지적..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 제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2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건설현장 화장실 및 편의시설 개선 촉구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건설 현장 노동자가 경기도 화성 신축 아파트 단지 세대에서 인분 든 봉지가 발견된 사건을 ‘당연히 큰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사측의 열악한 현장 환경 구조 조성으로 이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6년 차 노동자이자 형틀목수로 일한다고 소개한 김산씨는 28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골조 후속공정에서 인테리어 관련 인부들이 해결을 하고 간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대부분 현장 노동자가 그럴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일부러 (봉지를) 놓고 마감해버리면 모르겠지(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큰일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9일 언론을 통해 화성의 한 신축 아파트 단지 세대 천장 등에서 인분 든 봉지 3개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같은 단지의 다른 세대에서도 봉지 1개가 발견됐으며, 해당 세대 입주자들은 건설사의 미흡한 대응을 지적하며 격분했다. 건설사 측은 “미흡한 작업자 관리로 죄송하다”면서 성실한 협의로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분 봉지’ 방치까지는 아니어도 ‘화장실에 가지 않고 현장에서 볼일 본다’는 취지의 누리꾼 반응은 세계일보의 ‘[단독] 집안 벽 뜯으니 ‘폐기물’이 잔뜩…인테리어 하다 ‘날벼락’(2020년 6월15일자 참조)’ 보도 당시에도 쇄도했다. 아예 ‘없는 일’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씨는 라디오에서 “일반인들께서 보기에는 깜짝 놀랄지 모르지만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어느 정도 조금 알고 있었던 내용들”이라고 어느 정도 사실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모든 노동자가 그렇지 않다면서도 “지상 23층에서 일할 때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1층까지 내려가야 한다”며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크고(길고) 관리자들의 눈치도 보이며, 작업 구간 주변에다가 그렇게 해결한다”고 예도 들었다. 그는 거듭 “안타깝다”며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씨는 “현장마다 상이하지만 대부분 상가 밖에 있거나 1층 사무실 쪽에 있다”며 “큰일을 볼 수 있는 화장실은 대부분 1층에 있다”고 언급했다. 같은 맥락에서 “안 보이는 구석에 해결하시는 분이 있거나, 생각이 있으신 분은 화장실 공사하는 구간(자리)에 보시는 분도 있다”고 부연했다.

경기도 화성 신축 아파트 단지의 한 세대 천장에서 발견된 인분(빨간색 원). 연합뉴스
 
문제 해결 방법을 언급하기에 앞서 김씨는 “건설현장은 현장 근무에 따라 안전비용이 측정되고, 원청사들의 비용 절감을 위해 화장실 등 편의시설 (설치가) 미흡하다”며 “저희가 요구해야 수긍하는 사측도 있지만 부정적으로 대하는 사측이 많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인부들이 배설물을 방치한 것도 문제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 책임은 사측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도급과 원청사가 노동자에게 돌아가야 할 비용을 사용하지 않는 한 현장에서 배설물 관련(일)은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나아가 “어느 현장이나 똑같다고 본다”는 말로 수도권이나 지방에 상관없이 비슷할 것으로 추측했다.

사측 책임을 부각한 김씨의 주장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의 최근 기자회견 주장과 같은 것으로 해석된다.

건설노조는 지난 2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분 봉지’ 사태의 근본 원인은 건설 현장의 열악한 환경이라고 주장했다.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이 현장 의무 설치 편의시설로 화장실과 식당 등을 규정하지만 세부적인 크기나 수량 기준은 제시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다. 현장에 400명이든 500명이든 변기 하나 설치하면 위법하지 않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며, 같은 법 시행규칙에 따라 인권위가 편의시설 세부기준 마련을 정부에 권고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고도 전했다.

노조는 “건설 노동자를 ‘부끄러움도 모르고 파렴치한 인간 막장’으로 여기기 전에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누구든 화장실이 없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내세웠다. 아울러 화장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나타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수도권 23개 현장 편의시설 실태 조사 결과도 언급했다. 화장실은 노동자용과 원청용으로 나뉘며, 현장 1곳당 평균 2.5개 노동자용 화장실이 있다는 설명도 더했다. 10곳 중 3곳만 시설이 양호한 편이고 나머지는 위생 상태가 불량했다며, 대부분 현장 진출입구에 있다고도 전했다.

노조는 “고층 건축물을 짓는 수도권 건설현장 특성상 10층 이상 건물이 많고 일하다 내려오기 쉽지 않다”며 “시간이 돈이고 공기 단축이 최대 미덕인 건설현장은 화장실 문제로 20~30분 들이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노조는 “아파트 1개동마다 1개 휴게실, 1개 탈의실, 1개 샤워실 그리고 1개층마다 화장실 설치를 촉구한다”며 “이 같은 내용을 건설근로자법에 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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