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이 능사 아냐, 화해 없인 회복도 없어" 강윤정 서울고검 갈등치유팀장 [법조이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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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형사처벌을 받았어도 피해자 마음이 회복되지 않으면, 갈등은 점점 커지고 나중엔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강윤정 서울고검 갈등치유 전담팀장의 말이다.
강 팀장은 "처벌만으론 피해자의 회복이 안 된다"며 처벌 못지않게 화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강 팀장은 "이웃 간 작은 갈등이 해결이 안 돼 더 커지는 모양새로 오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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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해소 않으면 피해자가 가해자 될 수 있어
층간 소음 피해 방치, 폭행이나 살인으로 번지기도
"가해자·피해자 정상적인 생활 복귀 돕는 게 화해"
27건 사건 맡아 8건 합의 이끌어내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상대방이 형사처벌을 받았어도 피해자 마음이 회복되지 않으면, 갈등은 점점 커지고 나중엔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강윤정 서울고검 갈등치유 전담팀장의 말이다. 수사와 기소를 통해 범죄자를 처벌하는 검찰에서 강 팀장은 독특한 업무를 맡고 있다. 지난 2월 출범한 서울고검 전담팀은 검찰 사무관인 강 팀장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갈등치유팀은 항고사건 중 가정과 이웃 사이에서 벌어진 사안을 중심으로, 당사자들의 화해와 합의를 위한 중재 역할을 한다. 강 팀장 외에도 김춘수 검사와 수사관 1명이 함께 한다. 김 검사는 법률 검토 등을 담당하고, 강 팀장이 사실관계 파악부터 합의까지 실무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았다.
당사자 간 갈등을 중재하는 전담팀이 출범하게 된 계기는 한 소액 절도 사건이었다. “사과 한 마디면 고소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던 고소인 A씨는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항고했다. 고소한 자신을 불러 자세한 조사를 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를 만나 하고싶은 이야기를 들어준 게 강 팀장이었다. 합의를 한 고소인은 합의금을 좋은 곳에 쓰겠단 약속을 하고 떠났다. 이 일을 계기로 강 팀장에게 비슷한 사건이 배당되기 시작했고, 전담팀 출범으로 이어졌다.
강 팀장은 “처벌만으론 피해자의 회복이 안 된다”며 처벌 못지않게 화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작은 일이 크게 번지는 걸 피하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가 회복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 화해”라고 말했다. 이웃 간 분쟁의 대표적인 사례인 층간소음도 대상이다. ‘소리가 난다’는 이유로 시작되는 층간소음 사건은 모욕 같은 가벼운 범죄 뿐만 아니라 폭행이나 살인처럼 중범죄로 번지기도 한다. 강 팀장은 “이웃 간 작은 갈등이 해결이 안 돼 더 커지는 모양새로 오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말한다.
강 팀장의 업무는 사건 관계인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사실 관계 뿐만 아니라 그간 쌓여있던 억울함과 분노 등을 들으며 해결책을 찾는다. 다만 사건 관계인들이 상대방에 대해 쏟아내는 불신과 악감정을 다 들어야 하는 것은 감정소모가 큰 일이어서 어려움이 있다.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고검까지 오는 사건의 당사자들의 마음은 빙하처럼 굳어있기 마련이다. 강 팀장은 “불신과 분노가 깊다”면서도 “나중에 합의가 되면 그런 것도 눈 녹듯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 업무에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항상 결과가 좋진 않다. 피해자가 많은 것을 요구한 게 아닌데도 가해자 쪽에서 끝까지 합의를 안 하겠다는 경우도 있다. ‘합의금보다 벌금이 더 많고, 형사처분은 더 큰 처분’이라는 설명에도, “차라리 형사처벌을 받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강 팀장은 “진정한 사과나, 피해보상, 재발 방지 약속 등 피해자마다 원하는 바도 다르다”며 “처벌을 하면 형사처분은 종료가 되지만, 피해자의 피해나 관계회복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언론이 주목하는 큰 사건을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강 팀장은 “사막을 걸을 때 신발 속 작은 모래 한 알이 굉장히 큰 고통을 준다”고 비유한다. 전담팀은 지난 6월까지 총 27건의 사건을 맡아, 8건의 합의를 이뤄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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