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쩍쩍' 갈라진 수원지에 주민 한숨만 가득 "먹지도 씻지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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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가 생길까 봐 빨지도 못한 빨래를 햇볕에 널어놔요."
지난 27일 오전 전남 완도군 노화도에 사는 박앵자(58) 씨의 집 빨랫줄에는 구깃구깃한 옷가지와 수건이 널려 있었다.
박씨 집 옥상에는 3t짜리 탱크가, 마당에는 고무통 두 개와 작은 대야들이 있지만 대부분 비어 있었다.
노화도에는 박씨 집처럼 옥상이나 마당에 파란 물탱크가 놓인 집들이 수두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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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연합뉴스) 차지욱 기자 = "곰팡이가 생길까 봐 빨지도 못한 빨래를 햇볕에 널어놔요."
지난 27일 오전 전남 완도군 노화도에 사는 박앵자(58) 씨의 집 빨랫줄에는 구깃구깃한 옷가지와 수건이 널려 있었다.
마루에는 바구니 2개가 넘칠 정도로 또 다른 빨랫감이 쌓여 있었다.
박씨 집 옥상에는 3t짜리 탱크가, 마당에는 고무통 두 개와 작은 대야들이 있지만 대부분 비어 있었다.
남아 있는 물은 고무통 한 개 남짓.
부엌에도 설거짓거리가 가득했지만 애꿎은 수도꼭지를 돌려본들 나오는 건 박씨의 한숨뿐이었다.
박씨는 눅눅한 빨랫감을 들추면서 "받아 놓은 물이 언제 떨어질까 항상 불안하다"며 "농사일하며 땀도 많이 흘리는데 씻지도 못하니 살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노화도에는 박씨 집처럼 옥상이나 마당에 파란 물탱크가 놓인 집들이 수두룩했다.
같은 마을에 사는 김인수(72) 씨는 마당에 나와 노랗게 죽어가는 화분들을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김 씨는 "다음 달부터는 한 번에 8일 연속 단수라는데 가뭄이 지속되면 10일도 될 수 있는 거 아니냐"라며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노릇"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노화도와 보길도에 식수를 공급하는 부황제는 수원지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쩍쩍 갈라진 황토색 바닥만 남았다.
메마른 흙바닥 틈에는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힘없이 나뒹굴고 있었다.
얕게 고인 물은 7천 명이 넘는 주민들의 목을 축이기에 역부족이었다.
물을 펌프질 해오는 인근 하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완도의 경우 지난 3월 10일부터 노화도·보길도·넙도 등 총 3개 섬에 제한급수가 이뤄지고 있다.
노화도와 보길도는 4일 단수 후 2일 공급, 넙도는 5일간 단수하고 2일간 공급하는 체계다.
부황제 저수율이 점점 낮아져 10%에 그치자 완도군은 오는 8월 1일부터 노화도와 보길도 단수 기간을 8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560명이 사는 넙도의 식수원 저수율은 1.6%로, 사실상 생활용수가 말라버려 급수차에 물 공급을 의지하고 있다.
올해 완도의 강수량은 375.1㎜로 평년 대비 41%에 그쳤다.
지난 17일부터 전남에 최대 100mm 이상의 비가 내리긴 했지만, 섬 지역 특성상 저수지 유역이 작은데다가 겨울부터 가뭄이 계속된 탓에 해갈에는 역부족이었다.
완도군 관계자는 "노화읍에서는 일부 농업용수 저수지에 개보수 공사까지 진행 중이라 저수율이 20% 미만까지 떨어져 가뭄이 지속하면 벼농사에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 공사 중인 지하수 저류댐이 올해 말 완공되면 가뭄 해갈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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