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하면 오는 버스..AI로 도로·수요 분석해 '최적 경로' 운행
■ 복합위기, 新 기술혁신으로 넘는다 - <4> 현대자동차
수요응답형 ‘셔클’ 서비스
출발·도착지 입력하자 배차
차량 근처 오면 좌석번호 떠
콜 버스 개념 ‘미래 모빌리티’
세종시,18대로 자정까지 운영
성인 1회 이용 요금은 1800원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 전환
2025년까지 1조8000억 투입
세종 =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딩동~ 고객님, 1분 후 9호 차가 도착합니다. 셔틀 타는 곳으로 이동해 주세요.”지난 25일 오후 3시 세종시 세종로컬푸드직매장 싱싱장터 주차장 앞. 파란색과 흰색으로 디자인된 쏠라티 승합차 1대가 도착했다. 흰색으로 ‘셔클’이라는 이름이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이 차량은 기자가 5분 전 스마트폰 앱 ‘셔클’로 호출한 것이다. 목적지는 약 2㎞ 떨어진 ‘한뜰마을 1단지’. 출발 도착지를 입력하자 배차가 됐고, 차량이 가까이 오자 좌석 번호가 앱에 떴다.
10인승인 이 차량이 이동하는 도중 다른 승객들도 탑승했다. 목적지에 가까워져 오자 모니터에 기자의 이름이 표시되며 하차를 준비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10분 만에 도착했다. 시내버스 체계가 없는 만큼 자동차가 없다면 30분가량 걸어야 하는 거리다. 함께 탄 한 주민은 “아이랑 같이 병원을 가거나, 쇼핑을 갈 때 너무 편리하고 쾌적하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수요응답형버스(DRT) 서비스 ‘셔클’이 높은 고객 호응을 얻으면서 수도권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20년 2월 서울 은평구에서 시범 운영에 들어간 셔클은 현재 세종시와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에서 운행되고 있다. 대중교통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주민들의 이동 불편이 큰 지역이 운행 대상이다.
셔클은 이용자가 셔클 앱에 목적지, 인원 등 조건을 입력하면 세종시 1생활권(고운·아름·종촌·어진·도담동) 300여 곳의 가상 정류장 중 가장 가까운 곳에서 대기하도록 안내한다. 실시간 배차가 이뤄지는 콜 버스 개념의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다. 주민들의 대중교통 수요를 반영하고 자가용 이용도 줄일 수 있어 ‘일거양득’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세종시 1생활권에서 운영되는 셔클은 총 18대로 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호출할 수 있다. 1회 이용 요금은 성인 기준 1800원. 앱으로 신용카드를 등록한 뒤 이용할 수 있다.
셔클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 도로 상황과 이동 수요를 분석해 최적의 경로를 설정한다. 차량을 호출하면 현재 이용자의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이 안내되고 도보 3분 거리 내 지점에서 승하차할 수 있다. 호출 이후 차량이 도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과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편리한 이동을 돕기 위한 지정 좌석제도 제공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간에 비슷한 경로의 승객이 탑승하면 소요 시간이 변경되지만, AI가 노선을 최적화해 소요 시간이 많이 늘어나지 않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특히 노선과 시간이 고정돼 있지 않고 수요자가 원할 때 택시처럼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돋보인다. 세종시 1생활권 셔클 이용객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이용객의 90%가 서비스를 추천하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4월부터 본격 운행한 후 이달 2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54만590명, 누적 회원 수는 5만4437명에 달한다.
셔클은 현대차가 한국에서 선보인 첫 모빌리티 서비스다. 현대차는 셔클이 자동차를 넘어 이동의 경험을 바꾸기 위한 첫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에 맞춰 현대차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모빌리티 서비스 및 플랫폼에 1조8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한 바 있다. 셔클은 앞으로 완전한 자율주행차 시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 자율주행차를 구매해 타는 사람도 있지만 자율주행차를 호출해 필요한 때만 이용하는 서비스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제조 공정 혁신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모빌리티업계에서 DRT는 이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비효율적인 버스 운행과 대중교통의 수입 감소, 버스 운행비용 증가로 해외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DRT 연구에 착수했고 주요 도시에 도입됐다. DRT는 미국, 호주, 영국 등에서 활용되고 있는데, 일본 토요타는 지난 2018년 소프트뱅크와 모빌리티 합작사 ‘모넷’을 설립해 2019년부터 일본 40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맞춤형 DRT 서비스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의료시설이 부족한 나가노(長野)현의 경우 모넷을 활용해 의사가 왕진하는 등의 방식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비교해 늦은 감은 있으나 현대차가 미래차 기술의 핵심인 데이터를 모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셔클의 의미가 크다”며 “모빌리티 서비스 확대를 위해서는 차량 공유 관련 규제에 대한 전환적인 접근과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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