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상추쌈 등 문헌으로 기원 확인..내일 '한·중 문화충돌 대응 학술회의'

김종목 기자 2022. 7. 2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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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채소절임은 조리 이후 취식, 한국 김치는 곧바로 상 위에
식물성 채소절임에 동물성 발효식품 젓갈 넣어.. 김치의 '창의적 경이로움'
중국의 영향도 언급..100% 고유한 문화는 없어

동북아역사재단은 29일 오후 ‘한국 음식문화의 미학, 그 여정에 대한 역사적 이해’ 학술회의를 연다. ‘한·중 문화충돌 대응 학술회의’란 부제로 이날 오후 1시30분 재단 대회의실에서 개최한다. “최근 ‘김치, 쌈 문화, 삼계탕 등 한국의 음식문화가 중국에서 기원했다’는 주장이 중국 온라인을 통해 확산하면서, 중국의 소위 ‘한국문화 기원 주장’은 한·중 시민들 사이 가장 커다란 갈등 요인 중 하나가 됐다”는 재단 알림에서 개최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한국문화 기원 주장’의 주 대상이 된 건 김치다. 박채린 세계김치연구소 책임연구원이 ‘한국 발효음식의 진수(眞髓), 김치의 탄생과 진화’를 발표한다. “김치에 한국인들의 지식과 행동이 어떻게 개입하여 독자적인 ‘문화적 산물’을 만들어내게 되었는지 역사적 과정”을 살핀다.

발표문을 보면, 채소절임 자체는 인류 보편의 문화다. 인류가 채소를 오래 두고 먹으려 활용했던 대표적 방법이 건조와 절임이다. 중국은 절임 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발효절임’에서 한국과 중국은 차이가 있다. 중국은 신맛을 유도하는 쪽으로, 한국은 지양하는 방식으로 달라졌다. 중국은 한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술과 식초를 절임에 활용한다.

박 연구원은 “중국의 채소절임은 바로 취식하는 경우보다 한번 조리를 거쳐 요리의 형태로 먹거나 다른 음식의 부재료로 넣음으로써 산미를 돋우는 조미료로 활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채소절임이 완성된 후 가미(加味) 과정이 별도로 존재한다. 김치는 바로 상 위에 올라가는 음식이다. 제조 단계에서 가미가 추가된다. 박 연구원은 “음식문화의 진화 혹은 고도화가 중국의 경우는 ‘음식조리’의 영역에서 일어나고, 한국의 경우는 ‘채소절임’의 영역에서 이루어진 결과, 가미발효와 복합발효라는 후속 발달 과정이 진행된 것이라 판단된다”고 했다.

박 연구원은 김치의 ‘창의적 경이로움’으로 식물성 채소절임에 동물성 발효식품인 젓갈을 넣어 맛과 영양성 모두를 잡은 점을 꼽았다. 젓갈을 넣은 것을 두고 “양적 보완을 위한 시도의 결과물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동물성 젓갈을 가능한 오래 두고 먹을 방법은 값이 저렴한 재료를 넣고 양을 늘리는 것”이다. “짜게 절인 젓갈의 맛을 중화시키려는 목적에서 수분이 많은 재료”를 넣었을 가능성도 있다.

고추도 김치 맛을 더했다. 현전 자료 중 김치가 고추에 들어간 가장 앞선 기록은 “고추를 항아리 속 채소와 섞으니 김치는 맛이 있고”라는 구절이 든 이서우(1633~1709)의 시 등이다.

정혜경 호서대 교수는 ‘다채로운 나물 문화의 형성과 특징’에서 쌈 문화를 원조인 양 묘사한 중국 드라마 <진수기> 문제를 지적한다. 상추는 서유럽, 페르시아에서 중국을 거쳐서 한반도에도 전해졌다. 중국인은 채소를 날로 먹지 않고 주로 볶아 먹었다. 상추를 생으로 싸서 먹는 상추쌈 문화는 중국에 영향을 끼쳤다. 고려의 상추씨는 중국으로 수출됐다. 중국인들은 당시 쌈 문화를 고려인의 특이한 문화로 소개했다. 예를 들어 원나라 시인 양윤부는 <난경잡영>에 “고려 사람들은 생채로 밥을 싸서 먹는다”고 썼다. 정 교수는 과잉 육식으로 문제된 세계인의 건강과 지구 환경을 위한 대안 음식으로 나물을 꼽기도 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선 ‘한국인의 밥과 쌀’(정연식 서울여대 명예교수), ‘한국 음식문화의 특성 식치, 절식의 총합, 삼계탕’(정희정 한국미술연구소 책임연구원), ‘한국 육식문화의 시대적 추이’(차경희 전주대 교수), ‘한국의 장(醬) 문화 발달과 추이 고찰’(박유미 상명대 강사), ‘한국의 술과 문화적 특징’(정정기 임원경제연구소 연구원), ‘동아시아에서 한국 인삼(人蔘)의 위상과 의미’(구도영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가 이어진다.

이른바 ‘국뽕’을 고취하고, 중국을 무시, 배격하는 취지의 학술대회는 아니다. 여러 발표문을 보면, 중국이 한국 음식문화에 끼친 영향도 함께 서술했다. ‘마늘절임은 중국인에게 배웠다’ 같은 기록이 나온 문헌도 소개한다. “한국 술 문화는 중국,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서술도 나온다.

발표문들을 보면, 100% 고유한 문화는 없다. 음식문화도 여러 나라가 교류 등을 통해 영향을 주고받는다. 각각 자연 풍토, 경제, 문화 상황에 맞게 독자성을 갖춰나간다. 재단은 “이번 학술회의가 타 문화와의 교류, 융합을 통해 한국 음식의 로컬성과 문화적 정체성 등이 정립되어 가는 과정을 확인하고 중국의 ‘문화기원’ 주장으로 비화한 한·중 시민사회 갈등 해소의 단서를 마련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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