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전사자 추모의 벽 준공..미군·한국군 카투사 전사자 4만3808명 이름 새겨
한국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미군과 한국군 카투사 4만3000여명의 이름을 새긴 추모의 벽 공식 준공 행사가 27일(현지시간) 열렸다. 한국전쟁참전기념비재단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69주년이 되는 이날 미국 워싱턴 내셔널몰 내에 있는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에서 ‘미국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현정식을 개최했다.
헌정식에는 미군 참전용사와 전사자 유족, 재미 교포 등 200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 측 주요 참석 인사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조태용 주미대사였으며, 미국 측에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인 더그 엠호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털럴리 한국전참용사추모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1995년 건립된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 내에 새롭게 조성된 추모의 벽은 ‘기억의 못’을 원형으로 둘러싼 길이 130m, 높이 1m의 화강암 석재에 미군 전사자 3만6634명과 카투사 전사자 7174명의 이름을 군별, 계급·알파벳 순으로 각인했다. 미국에 있는 참전 기념 조형물 가운데 미국인이 아닌 전사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것은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박 보훈처장이 대신 읽은 축사에서 “이번에 준공된 추모의 벽은 미군과 함께 카투사 소속 한국군 전사자를 함께 기림으로써 한미혈맹의 강고함을 나타내는 조형물로 건립되었다”라면서 “이곳을 찾는 미국인과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전쟁을 알리는 역사적 상징물이자 평화의 공간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여러분들의 희생과 헌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며, 여러분의 희생 위에 우뚝 세워진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월 미국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윤 대통령 취임식을 방문했던 엠호프는 “아주 중요한 날인 오늘 우리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함께 용감하게 싸움으로써 번영하는 대한민국과 강력하고 흔들림 없는 한미동맹의 기초를 놓은 미국인과 한국인의 희생을 기념한다”면서 “이제 그들의 이름이 이곳에 새겨졌다”고 말했다.
추모의 벽 건립을 주도한 털럴리 한국전참용사추모재단 이사장은 추모의 벽이 한국전쟁 전사자들을 추모하고 한국전쟁의 의미와 역사를 교육하며,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만드는 세 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틸럴리 이사장은 “이 기념비가 매년 이곳을 찾는 수백만명에게 자유는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는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에 새겨진 글귀이기도 하다.
추모의 벽 건립은 워싱턴 내셔널몰에 있는 2차 대전 참전 기념비, 베트남전 참전 기념비와 달리 전사자 이름을 새긴 조형물이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한 미 참전용사들을 중심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미 상원이 2016년 10월 ‘추모의 벽 건립법’을 통과하면서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한국 정부가 추모의 벽 건립에 필요한 예산 2420만달러(약 274억원) 가운데 2360만달러(266억원)을 지원키로 하면서 탄력을 받았고,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착공식을 가졌다. 한국 기업들과 재향군인회, 교민들도 운영비를 보탰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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